[제보이거실화냐] “편의점에 천사가 살아요”…코로나 격리자를 구한 비닐봉지

[제보이거실화냐] “편의점에 천사가 살아요”…코로나 격리자를 구한 비닐봉지

2020.11.12.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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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경기도 광주에 사는 정웅 씨(25)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능동감시자로 분류됐다는 보건소 연락을 받았다.

다음 날, 두통과 기침 증상이 있어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곧장 집으로 돌아와 자가 격리를 시작했다. 몸살 기운에 바로 곯아떨어지고도 한밤중 잠에서 깨어난 건 참을 수 없는 갈증 때문이었다.

아뿔사…. 정 씨는 그제야 마실 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혼자 떨어져 타지에 살고 있어 도움을 요청할 지인도 없었다.

그 때 불현 듯 떠오른 건 평소 자주 가던 편의점. 정 씨는 편의점에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편의점 앞에 물만 놓아두시면 일체의 접촉 없이 찾아가겠다고 부탁했다.

잠시 후…. 편의점이 아닌 집 바로 앞에 놓인 비닐봉지를 확인한 정 씨는 깜짝 놀랐다. 생수 말고도 빵과 우유 등 요깃거리가 함께 들어있던 것이다. 편의점 사장님께 전화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끼니 거르지 말고, 빨리 나으라”였다.

편의점 사장님 김 씨의 선행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 김 씨는 아들과 함께, 음성 판정을 받은 정 씨를 직접 찾아왔다. 생수 한 묶음에 며칠은 족히 먹을 음식이 가득 든 봉지가, 두 사람 손에 들려있었다.

정 씨는 “절대 받을 수 없다고 사양했지만, 사장님과 아드님은 선물이라면서 가져온 비닐봉지를 놓아두고 도망치듯 가버리셨다”고 말했다.

정 씨가 제보한 미담 주인공을 <제보이거실화냐> 제작진이 만나봤다.

편의점주 김 씨는 “가족이랑 함께 사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못 나오는 상황이 짠했다”며 “저도 엄마다 보니 자연스럽게 챙겨줬을 뿐이고, 큰일이 아니라 쑥스럽다”고 말했다.

김 씨가 손님들에게 이토록 온정을 베푸는 이유는 뭘까?

머뭇거리던 김 씨가 들려준 사연은 이랬다.

“편의점을 함께 운영하던 큰 아들이 1년 전쯤 안 좋은 일을 당했어요. 편의점 정책상 반려견 출입을 제한하는데, 큰 아들이 반려견과 함께 온 남성을 말리다 심하게 폭행당했고, 그 충격으로 아직까지 치료를 받고 있어요. 그때, 정말 힘들었는데, 단골손님들과 동네 주민들이 큰 힘이 돼주셨어요.”

둘째 아들 이 씨도 “주민 분들이 편의점 마감 시간까지 지켜봐주시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는 등 많이 격려해주신 덕분에 큰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편의점주 김 씨는 “코로나로 다들 힘든 상황인데, 동네 사람들끼리라도 베풀고 온정이 넘쳤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장사만 하는 매장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따뜻한 매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보자 정웅 씨가 전해온 편의점 천사 김 씨의 선행은 YTN 유튜브 ‘제보이거실화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작: 강재연 PD(jaeyeon91@ytnplus.co.kr)
취재: 강승민 기자(happyjournalist@ytnplus.co.kr), 권민석 기자(jaebo24@ytnplus.co.kr)
촬영: 김한솔 PD(hans@ytnplus.co.kr), 강재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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