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이거실화냐] 그날, 진돗개는 왜 시온이를 물어죽였을까

[제보이거실화냐] 그날, 진돗개는 왜 시온이를 물어죽였을까

2020.10.08. 오후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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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늘 그래왔던, 그래서 특별할 것 없는 산책길.
반려견과 동네 한 바퀴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평화로운 마침표였다.
 
그런데….
갑자기 들려온 아내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
끔찍한 악몽의 시작이었다.
 
다부진 몸집의 진돗개 한 마리가 ‘시온이’를 물고 있었다.
조금 전, 횡단보도에서 잠시 마주친 녀석이었다.
 
온 몸으로 뜯어말렸지만, 그 억센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개 주인이 달려온 뒤에야 겨우 빠져나온 ‘시온이’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피투성이로 변한 ‘시온이’를 안고 미친 듯이 병원으로 달렸다.
“출혈이 심해 쇼크 상태고, 마취제를 놓으면 즉사할 수 있어 바로 수술하기 힘듭니다.”
 
그렇게, 4살배기 포메라니안 ‘시온이’는 황망히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대체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을까?
 
진돗개 견주 김 모 씨 입장이다.
 
“횡단보도에서 반려견끼리 서로 짖어서 피해견주 분들 먼저 가신 후 1∼2분 진정시키고, 다른 신호등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그런데 순간적으로 목줄(초크체인)이 풀렸고, 6차선 도로에 빨간불이라 신호가 바뀐 뒤에야 쫓아갈 수 있었습니다.”
 
“생후 1년 전에 다른 개에게 심하게 물린 적이 있어요. 그 후 공격성을 보여 훈련소도 보냈는데, 교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평소 입마개도 쓰고, 늦은 밤이나 새벽에 주로 산책을 했는데, 마주치는 다른 반려견이 적어서 안일해진 것 같습니다.”
 
“피해견주 분과 하늘나라에 간 피해 강아지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도와주신 행인들, 이 일이 알려져 피해를 보시는 다른 견주님들께도 죄송합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어떤 사죄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모두 다 제 잘못이고, 평생 속죄하며 살겠습니다.”
 
어렸을 때 물렸던 트라우마가 진돗개의 공격성으로 발현된 것인지, 설채현 수의사에게 물었다.

“그럴 수 있는데, 그러려면 불안에 의한 공격성이어야 하거든요. 100%는 아니지만 다른 개를 피하는 모습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번 사고 영상에서는 그런 모습은 아니에요. 이 경우는 (진돗개의) 사냥 공격 본능으로 보입니다.”
 
“(진돗개 견주 분이) 나름대로 신경을 썼지만, 그래도 이건 보호자 잘못입니다. 포메라니안 보호자 분께서는 엄청난 상실감과 자식을 떠나보낸 것 같은 슬픔을 느끼고 계실 텐데, 그걸 위로할 방법이 법적으로는 없다는 게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반드시 입마개를 착용해야 하는 맹견은 도사견, 로트와일러 등 5종이다.
그 외 다른 견종은 아무리 사납고 공격적이어도 입마개 없이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무참히 가족을 잃은 피해 견주들은 여전히 비극 속에 있다.

“그때 시온이의 비명 소리가 자꾸 생각나서 너무 힘들더라고요. 남은 강아지도 충격이 컸는지 산책 코스가 비슷하다고 느끼면 주저앉아버려요. 이제 곧 시온이 생일인데,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요.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저희 부부를 깨우는데, 이젠 집이 너무 조용하니까….”

“맹견이 아니면 개가 개를 죽였다고 해도 어떤 처벌이나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어요. (가해 견주가) 이 근처에 산다고 하는데, 지나가다가 마주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얼마나 더 많은 반려동물이 죽어 나가고,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법적으로 해결이 되는지, 그게 의문이에요.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리고 싶었어요.”

“뉴스에서나 보던 일이 저희에게 닥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앞으로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고, 그 때 도와주셨던 분들, 저희가 너무 충격받은 상태여서 얼굴도 제대로 기억이 안 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달 25일 밤 10시, 경기 용인시 마북동에서 진돗개가 포메라니안을 물어 죽인 사건의 내막은, YTN 유튜브 ‘제보이거실화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작: 강재연 PD(jaeyeon91@ytnplus.co.kr)
취재: 권민석 기자(jaebo24@ytnplus.co.kr), 강승민 기자(happyjournalist@ytnplus.co.kr)
촬영: 강재연 PD, 김한솔 PD(hans@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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