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택배기사의 하루, 기자가 따라가봤습니다

[자막뉴스] 택배기사의 하루, 기자가 따라가봤습니다

2020.08.14. 오후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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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걷히기 시작한 이른 새벽, 택배 기사 홍기역 씨는 어김없이 일터인 물류터미널로 출근합니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쏟아져 나오는 택배 상자들.

꼬박 5시간 동안 분류 작업을 마친 뒤, 드디어 배송 시작.

하루 물량은 자그마치 380여 개.

점심을 거르는 건 이제 익숙합니다.

[홍기역 / 택배 기사 : 점심은 아예 전혀 안 먹어요. (진짜요?) 물만 마셔요.]

운전대를 잡자마자 얼마 안 가 내리고, 다시 운전하다 멈춰 서서 짐을 내리길 반복하다 보면 얼굴은 땀 범벅.

마스크도 자꾸만 흘러내립니다.

여름이면 몸무게가 5kg이나 줄어버립니다.

그래도 힘을 내게 하는 건 지나던 주민의 인사 한마디.

[홍기역 / 택배 기사 : (주민분들 얼굴 다 알겠어요) 예, 이쪽은 대부분 다 알아요. (아, 인사하시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에 오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묵직한 음료수와 식료품, 깨지기 쉬운 물건까지 한꺼번에 옮길 때면 끝없는 계단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홍 씨를 도와 취재진도 3층까지 함께 택배를 옮겨보니 두 다리가 후들거리며 한숨이 절로 납니다.

[기자 : 아오, 너무 힘들다.]

가정집뿐 아니라 다른 물류센터에 옮겨야 하는 짐도 수두룩.

센터 배송 마감인 오후 6시가 다가오자 자꾸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홍기역 / 택배 기사 : 6시까지는 가야 하는데….]

결국, 오후 6시를 훌쩍 넘겨 도착한 마지막 배송지엔 6병짜리 생수 6세트에, 상자, 소포까지 잔뜩.

손목이며, 무릎이며 쑤시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홍기역 / 택배 기사 : (손목 아프지 않으세요?) 네, 많이 아파요.]

저녁 7시. 출근한 지 12시간이 훌쩍 넘어 드디어 일을 마쳤습니다.

몸은 지쳤는데, 오늘만큼은 힘이 납니다.

택배 기사 7년 만에 처음으로 생긴 휴가를 가족과 보낼 생각에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홍기역 / 택배 기사 : 택배 없는 날을 얻었을 때, 다들 정말 기뻐했죠. 우리도 드디어 쉬는구나…. 사랑하는 가족들 일 끝나고 내가 내려갈 텐데 4시간 뒤 그때 한 번 보자.]

개인사업자인 택배 기사들에게 주어진 공식적인 첫 휴가 '택배 없는 날'.

쉴 수 있다는 것도 기쁘지만, 많은 사람이 이 고된 일과를 알아주었다는 것도 큰 선물입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취재기자ㅣ손효정
촬영기자ㅣ정철우 김광현
자막뉴스ㅣ서미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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