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업무도 아닌 일' 하려던 경비원의 비극

[자막뉴스] '업무도 아닌 일' 하려던 경비원의 비극

2020.05.13. 오전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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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아파트 경비원 A 씨의 고통은 주차 관리 도중, 주민 B 씨와 시비가 붙으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A 씨는 주차 관리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현행 경비업법은 경비원에게 경비 업무만 지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서 경비 업무란 도난·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 발생을 방지하는 업무를 가리킵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역시 이른바 '주민 갑질'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경비원에게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경비 업무가 아닌 주차 관리나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화단 제초, 택배 보관 모두 경비원이 하지 않아도 되고 시키면 처벌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상 이런 규정을 아는 사람도 드물고 경비원 스스로 업무 범위에 선을 긋기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아파트 경비원 : 인사 문제하고 관계되기 때문에 예민한 부분이에요.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줘야 하잖아요.]

그렇다고 법을 지키도록 강제하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집니다.

청소나 주차 관리 등에 별도 인력을 고용하려면 비용이 들고 결국, 기존의 경비 인력을 줄이는 과정에서 고령의 경비원들이 대량 실직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경찰청도 경비원에게 다른 잡무를 맡기는 행위에 대해 다음 달부터 적극적인 단속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대량 실직 사태 등 현장의 혼란을 고려해 내년으로 시기를 늦춘 상황입니다.

경비원 처우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자칫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을까, 입법기관과 관계부처가 고민하는 사이 또다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취재기자 : 나연수
촬영기자 : 나경환, 김세호
영상편집 : 마영후
그래픽 : 장세영
자막뉴스 : 윤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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