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북한에 '코로나19' 환자는 있는 걸까, 없는 걸까

[와이파일] 북한에 '코로나19' 환자는 있는 걸까, 없는 걸까

2020.02.14. 오후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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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북한에 '코로나19' 환자는 있는 걸까, 없는 걸까
▲ 지난 1일, 북한 평양국제공항에서 코로나19 감영증 방지차 진행된 방역활동 (사진출처=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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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코로나 19’ 환자는 있는 걸까, 없는 걸까, 아니면 있어서는 안 되기에 없는 걸까?

북한이 사활을 걸고 ‘코로나 19’ 방역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1일 최초로 ‘세계보건기구와 연계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사업을 전 국가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보도한 이래 연일 보도량을 늘려가며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북제재 상황에서 거의 유일해진 ‘외화벌이’인 관광산업까지 중단하며 모든 국경 통로를 봉쇄하고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을 보이면 30일까지 격리하는 초강경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례적이다. 당국에서도 예의주시하는 대목이다. 과거 사스나 에볼라, 메르스 때도 국경을 걸어 잠그고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국가비상방역체계 전환’을 선포하고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며 호들갑(?)을 떤 전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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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무시무시한 전염병 앞에서 예방과 방역에 최선을 다한다는데 ‘호들갑’이라는 표현은 어폐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대체 뭐지?’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아직 의료 보건 체계가 미약한 나라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2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했고, 깨끗한 식수를 구할 수 없는 주민이 7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필자도 지난 2017년 북·중 접경지역에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압록강변에 모여 빨래와 목욕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압록강은 이미 인근 도시에서 각종 산업폐수와 생활오수가 유입돼 3급수 이하로 추정되고 있는 데다 맨눈으로 봐도 목욕을 할 수 있는 물이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염병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번지기에 십상이니 시작부터 원천봉쇄를 해야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가 충분히 읽힌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자꾸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지난해 말 이례적으로 나흘간이나 열렸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다. 여기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보건은 우리 제도의 우월성이 인민들의 피부에 직접 닿는 사회주의 영상의 주요 징표”라면서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께서 마련해주신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우리의 사회주의 보건이 자기의 본태를 지키고 보건 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강화”하며 “모든 의료 일꾼들을 무한한 인간애와 높은 의학적 자질을 갖춘 로동당의 붉은 보건전사로 키우는 데” 발생하는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했다고 돼 있다. 이 같은 언급이 있은 지 불과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북한의 보건의료시스템이 ‘코로나 19’라는 시험대에 오른 격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마련한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 보건’인데 ‘코로나 19’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 상상하기 어렵다. 확진자가 있어도 아마 사실대로 보고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확진자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중국과 인접한 모든 국가에 바이러스가 퍼졌지만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북한은 ‘수령님의 은덕’이든, ‘우월한 사회주의 보건 체계 덕’이든 간에 바이러스로부터 인민들을 지켰다고 선전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지금 북한에 ‘코로나 19’ 확진자는 있지도,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사실 북한의 이런 행태는 ‘상수’로 두고, 정부 당국과 국내외 대북지원 단체들의 관심은 북한 내 ‘코로나 19’의 정확한 감염 실태에 쏠려 있다. 북한이 국경을 폐쇄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북한과 가장 교류가 활발했던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북한은 열이나 기침 등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은 당초 15일에서 이제는 30일까지 격리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각종 약물을 생산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긴 하지만 과연 이 의심 환자들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북 지원단체들은 언제든 지원할 수 있도록 마스크 등 개인 위생용품과 ‘코로나 19’ 진단키트 등을 준비하고,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도 ‘코로나 19’와 관련한 제재 면제 신청은 신속히 허가를 검토한다는 방침까지 밝혔지만 아직 실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름 아닌 북한 당국의 반응이 미적지근하기 때문이다. ‘국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고 확진자도 없다고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데 진단키트며 지원 물품을 받는 모양새가 자기부정으로 비칠까 의식하는 것 아닐까 싶다. 그사이 들려오는 얘기로는 이미 평양에도 사망한 확진자가 있으며 전국적으로 10여 명의 확진자가 격리돼 있지만 ‘급성 폐렴’으로 치부하고 모두 쉬쉬한다는 소식이다. 소문은 확대되기 마련이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농후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북한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당위가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황혜경 통일외교안보부 기자 [whitepaper@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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