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2년 연속 꼴찌' 서울 이랜드FC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

[와이파일] '2년 연속 꼴찌' 서울 이랜드FC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

2019.11.12. 오전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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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2년 연속 꼴찌' 서울 이랜드FC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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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2년 연속 꼴찌' 서울 이랜드FC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

▲2년 연속 꼴찌…"배고픔이 부족하다"

지난 9일 K리그2가 36라운드 경기를 끝으로 시즌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리그 순위표 가장 위는 광주 FC, 가장 아래는 서울이랜드 FC, 2014년 창단 당시 아시아 최고 인기 구단을 표방했던 서울 이랜드는 2년 연속 꼴찌에 머물렀습니다. 2년 연속 최하위는 K리그2 출범 이후 처음입니다.

서울 이랜드의 올 시즌 승리는 5경기에 불과합니다. 7월말부터 8월말까지 4연승을 달리며 탈꼴찌에 성공했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9일 시즌 최종전을 마친 우성용 감독 대행은 부진의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요새 젊은 선수들은 배고픔이 없는 거 같아요. 안 되면 안 되는 거고 포기하는 것도 빠른 거 같고 인생의 목표를 정했으면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

선수들도 저마다 할 말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박수를…'흙속의 진주' 관중 증가율 1위

서울 이랜드FC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신임 단장이 취임했습니다. 시민구단 안산 그리너스를 이끌었던 박공원 단장입니다. 박 단장은 바닥에 떨어진 서울이랜드의 성적과 흥행 성적을 모두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아시다시피 리그 성적은 목표 달성 실패입니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얘기가 달라집니다.

올 시즌 서울이랜드의 평균 관중은 3,112명, 창단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K리그2 10개 구단 중엔 5위입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얼마나 늘었을까요? 지난해 평균 관중이 698명이니까 무려 352% 증가했습니다. 증가율 기준 리그 1위입니다.

*서울 이랜드 평균 관중 추이
2015년 1826명 → 2016년 1311명 → 2017년 1611명 → 2018년 689명 → 2019년 3112명

서울 이랜드의 이런 흥행 성적은 어려운 환경에서 이룬 성과여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서울 이랜드는 올 시즌 제100회 전국체육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면서 홈 경기 대부분을 비연고지역인 천안에서 치러야했습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경기가 원정 경기인 셈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떠돌이 생활에도 서울 이랜드는 구단 직원들의 노력 속에 천안종합운동장을 제2의 홈구장으로 만들었습니다.

6월 2일 천안에서 열린 아산전에선 역대 한 경기 최다 관중인 4,752명을 기록했고, 주중 경기였던 10월 1일 역시 아산전에선 역대 구단 주중 경기 최다인 4,033명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기대 이상이었던 천안의 축구 열기, 연고지를 천안으로 옮겨도 되겠다는 얘기는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구단 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 지역에 씨앗을 뿌리다…사회공헌활동(CSR)의 생활화

박공원 서울이랜드FC 단장은 프로구단의 사회공헌활동(CSR) 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사회공헌활동은 프로축구팀이 지역 사회에 뿌리는 내리는 기본 사항입니다. 박 단장은 서울 이랜드 구단의 지역 기반이 약하다고 보고 지역밀착활동에 특히 힘을 쏟았습니다.

올해 서울이랜드 구단은 모두 361차례 사회공헌활동을 펼쳤습니다. 거의 매일 사회공헌활동을 한 셈입니다. 초중고 대상 축구교실인 '스마일 스쿨'과 진로교육인 '꿈나무 교실' 등 축구 관련 활동이 주를 이뤘고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한 활동도 적지 않았습니다.

24차례에 그쳤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서울 이랜드의 사회공헌활동은 무려 1500% 증가했습니다.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지역에 뿌린 씨앗은 올 시즌 서울이랜드FC 흥행 성적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아울러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키웠습니다.

▲창단 5년…감독 5명·대표이사 4명·단장 2명

2014년 창단, 2015년 K리그2 참가. 기업 구단이자 두 번째 서울 구단으로 기대를 모은 서울 이랜드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2015년 첫해 리그 4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을 뿐 2016년 6위, 2017년 8위, 2018년 10위, 2019년 10위에 그쳤습니다. 창단 초기 기대를 모은 FC서울과의 '서울 더비' 얘기는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 사이 서울 이랜드FC는 현재 우성용 감독 대행을 포함해 6명이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리그 참가 5년차를 맞았으니까 감독별로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한 셈입니다.

이러다보니 역대 감독들이 각자의 색깔에 맞게 영입한 선수들이 한 팀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성용 감독 대행이 최종전에서 지적한 '고참 선수와 젊은 선수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문제와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감독뿐만이 아닙니다. 5년 사이 구단 대표이사가 4명, 단장이 2명이었습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습니다. 잦은 지도부 교체로는 구단의 철학과 방향성을 정립할 수 없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프로축구 관계자는 이랜드 그룹 고위층이 창단 직후부터 너무 성적에만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구단의 정체성이 아직도 확립되지 않은 거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흥행 성적과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에도 서울 이랜드는 'K리그2 최초 2년 연속 꼴찌' 꼬리표를 달게됐습니다. 이랜드 그룹 고위층이 '꼴찌 꼬리표'에만 주목한다면 우성용 감독 대행은 물론 취임 첫 해 의미있는 성과를 남긴 박공원 단장 역시 자리를 장담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서울 이랜드FC의 이번 겨울을 지켜보겠습니다.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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