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검찰총장과 별장...검찰 불신의 '나비효과'

[와이파일]검찰총장과 별장...검찰 불신의 '나비효과'

2019.10.12.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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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검찰총장과 별장...검찰 불신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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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윤중천 별장'에 가본 적 있습니다. 윤중천 씨한테 초대받아서 간 건 아니고요. 올해 초 '김학의 동영상' 사건을 취재하면서 들어가 봤습니다. 취재 당시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서 그분께 허락받았거든요.

[와이파일]검찰총장과 별장...검찰 불신의 '나비효과'

으리으리한 '호화 별장'입니다. 넓은 땅에 6개 건물이 있는데요. 수영장도 있고, 찜질방도 있고, 연회장도 있고, 식당도 있고, 작은 영화관 같은 곳도 있습니다. 개인 집무실은 회장님 서재 같이 고풍스럽습니다. '이런 집에서 일주일만이라도 살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곳에서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이 찍혔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처럼 보이는 남성이 어떤 여성에게 성적 행동을 하는 영상입니다.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성 접대를 받거나 그의 도움으로 여성을 성폭행하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였죠. 그런데 당사자들 말이 엇갈렸습니다. 영상을 찍은 윤중천 씨는 영상 속 남성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고 했고, 김 전 차관은 아니라며 강력 부인했습니다. 그래서 YTN은 지난 4월 김 전 차관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난 영상을 피해자가 드러나지 않는 범위에서 부분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와이파일]검찰총장과 별장...검찰 불신의 '나비효과'

기사 링크 클릭!
https://www.ytn.co.kr/_ln/0103_201904121656061531

법무부 차관까지 오른 검사장과 건설업자의 유착,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검찰의 '봐주기 수사' 주장이 제기된 겁니다. 2013년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검찰은 김 전 차관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불기소 결정서에 적힌 검찰 결론은 이렇습니다.

'피의자들로부터 강간을 당했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주장은 쉽게 믿기 어렵고, 달리 피의자들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 없다'

2014년 2차 조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검찰은 같은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올해 3차 조사 때 검찰 결론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을 '성 접대를 포함한 억대 뇌물' 혐의로 기소(재판에 넘김)한 겁니다. 구속영장도 청구해서 발부됐습니다. 아직 1심 재판이 끝나지 않아서 혐의가 사실로 굳어지진 않았지만요. 검찰 수사 결과가 바뀐 건 명백합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고소장 잃어버린 검사가 공문서인 고소장 표지를 위조하고 고소장 내용도 복사해서 베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징계 안 하고 사표 수리했습니다.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이 제기됐고요. 현재 경찰이 수사 중입니다. 경찰은 고소장 위조 사건이 일어난 부산지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그 영장을 서울중앙지검이 반려했습니다. 수사 자료가 부족한데 어떻게 혐의를 입증하라는 걸까요. 검찰이 적극 협조하지 않는 한, 이 사건도 묻힐 가능성이 큽니다.
한겨레21 보도가 폭발적인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의혹의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파장의 맥락을 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검찰은 내부자들에게 한없이 관대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동영상까지 나온 검사장 출신의 전 차관에게는 2차례나 무혐의를 줬고, 고소장을 위조한 검사 사건에서는 경찰 수사를 무력화했습니다. 검찰 출신 우병우 전 수석이 조사받을 때는 팔짱 낀 우 전 수석 옆으로 공손하게 손을 모은 검사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쌓이고 쌓인 검찰 조직에 대한 불신은 이제 검찰총장 개인을 향한 칼날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의혹은 의혹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잃어버린 신뢰는 단번에 되찾지 못할 겁니다.

[와이파일]검찰총장과 별장...검찰 불신의 '나비효과'

검찰의 힘은 기소가 아니라 불기소에 있습니다. 수사가 아니라 수사를 못 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이 힘을 분산시키는 게 검찰 개혁의 본질일 겁니다. 검찰 불신의 사회, 너무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되고 있습니다.


한동오 hdo86@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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