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84] "토스트 리필이요!" 몇 곳 안 남은 추억의 '캔모아' 가보니

[해보니 시리즈 84] "토스트 리필이요!" 몇 곳 안 남은 추억의 '캔모아' 가보니

2019.06.29.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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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84] "토스트 리필이요!" 몇 곳 안 남은 추억의 '캔모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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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타고 빵 리필하고, 거기 우리 아지트였잖아!"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만나면 시간여행을 한 것처럼 꼭 과거의 이야기로 시작해 최근 근황까지 늘어놓곤 한다. 그중 맛까지 기억나는 ‘추억의 음식’ 이야기는 절대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다. 수많은 추억의 음식 중 잊을 만하면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이 추억하는 생과일 빙수집 '캔모아'를 친구와 함께 직접 찾아 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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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곳이 추억의 장소가 될 줄은 몰랐다. 2000년대 중반 중고생들 사이에서 아지트로 꼽히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생과일 붐을 가장 처음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캔모아에 이어 아이스베리, 레드망고까지 생겨나며 생과일 빙수 인기가 상당했지만, 현재 3개의 체인점 모두 추억의 장소로 전락했다.

예상대로 캔모아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본 결과 서울에는 한 곳도 남아있지 않았고 캔모아 본사의 홈페이지는 폐쇄 상태였다. 그나마 가까운 지점으로는 캔모아 본사가 있는 지역인 부평과 경기도 파주, 수원, 용인 등이 있었다. 그중 미리 블로그, SNS를 통한 검색으로 그네 · 흔들의자 등 학창시절과 가장 똑같은 인테리어를 유지하고 있는 파주에 위치한 금촌점 캔모아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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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잖아?"

금촌역 근처 골목 속 여러 상점을 지나자 건물 2층에 예전 그대로의 알록달록한 간판을 품고 있는 캔모아가 보였다. 입구부터 벽 곳곳에 다양한 생과일주스 사진과 커다란 빙수 사진 그리고 생과일 팩 만드는 방법까지 빼곡히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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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가자 꽃장식이 달려 있는 공주풍 커튼과 꽃무늬 커버를 씌운 의자가 보였다. 그리고 캔모아를 상징하는 그네 의자가 창문 한편에 매달려 있었으며, 곳곳에 흔들의자가 놓여 있었다. 기자의 중고등학교 시절은 까마득하지만, 캔모아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추억에 잠기는 것도 잠시, 기자는 혹여나 일반 자리에 앉게 될까 빠르게 과거 가장 인기가 많았던 그네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무조건 눈꽃 빙수!"

사실 캔모아의 메뉴는 볼 것도 없었다. 캔모아에 가기 전부터 무조건 학창시절에 먹던 눈꽃 빙수를 먹어야지 생각하면서 왔기 때문이다. 캔모아 빙수 또는 눈꽃 빙수라고 칭하는 이 빙수는 캔모아의 대표 빙수로 불리며 눈꽃처럼 얼음을 갈아 입안에서 사르륵 녹는 식감으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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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모아 = 무한리필 토스트+생크림'

"눈꽃 빙수 2인이랑 치즈떡볶이 나왔어요” 당시에 어땠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현재는 메뉴가 나오면 손님이 직접 가지러 가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쟁반에는 대략 10년 만에 영접하는 눈꽃빙수가 화려한 초코 드리즐과 시리얼 그리고 생과일로 장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캔모아의 서브지만 메인같은 바싹 구운 토스트와 생크림도 쟁반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 별거 아닌 조합이지만, 학창시절에는 그 어떤 것보다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무한리필이라니 학생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함께 간 친구는 토스트를 보자 과거 리필 요청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사장님한테 혹여나 많이 리필하면 혼날까봐 친구들이랑 돌아가면서 한번씩 리필 요청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는 최대 3번까지 리필해 본 것 같다. 아마도) 캔모아가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자 "토스트를 많이 리필해서 그렇다"는 의견이 달릴 만큼 '토스트+생크림'은 메뉴판에는 없지만 캔모아의 대표 메뉴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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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모아에 떡볶이가 있다고?'

사실 기자와 같이 캔모아가 인기 있던 시절 이후 캔모아에 가지 않은 분들은 캔모아 메뉴판에 떡볶이가 있는 모습은 보지 못했을 거다. 당시 대부분 빙수 또는 파르페, 생과일주스 등이 주력 메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 큰 인기를 끌던 캔모아는 커피 전문점들이 인기를 끌면서 점점 손님이 줄어들었고 떡볶이, 스파게티, 커피 등의 메뉴를 추가하며 손님 발길을 잡기 위해 애썼다.

메뉴 추가로 손님이 크게 늘진 않았지만, 그중 떡볶이와 빙수의 조합이 캔모아의 최고의 조합으로 알려졌다. 최근 캔모아 방문 SNS 인증 사진에서 또한 빙수와 함께 떡볶이를 시켜 먹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전 그대로인 캔모아의 모습 만큼 ‘토스트+생크림’ 리필이 여전히 무한인지, 많은 지점이 사라지고 있는데 계속 가게를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하루에 손님은 어느 정도 오는지, 여전히 그네 자리가 인기가 많은지 등이 궁금해 사장님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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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모아 금촌점 사장님 인터뷰]

Q. 이제는 추억으로 남은 캔모아를 여전히 운영하고 계신다. 많은 캔모아 지점들이 폐점을 이어가고 있는데, 계속해서 유지하시는 이유가 있나?

2009년도에 처음 가게를 열어 10년 됐다. 처음에는 원래 있던 캔모아를 인수해서 리모델링하고 장사를 시작한 거였다. 그때는 이렇게 사라져 갈 줄 몰랐다. 당시에는 한창 인기가 많을 때여서 장사를 시작한 거였다. 옛날에는 이런 게(카페, 빙수 전문점 등이) 많이 없어서 잘 됐는데. 서서히 많아지면서 약간 유행이 지난 게 된 거 같다. 그래도 꾸준히 아직은 와주셔가지고 운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 이제는 하다 보니까, 이렇게 찾아주시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가 됐다. 처음에는 그냥 한 거였는데, 하다 보니까는 이젠 나름의 욕심이 생겨서 이제는 해보고 싶은 약간 그런 거 있지 않냐. 계속되기만 한다면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다.

Q. 하루에 손님 몇분이나 캔모아를 방문하는지 궁금하다.

예전보다 줄긴 했지만, 평일은 15팀 정도 온다. 주말은 그래도 사람이 좀 있는 편이다. 특히 군 지역이어서 군인들이 많이 온다. 현재는 아이 때문에 토요일을 휴무일로 하고 있지만, 손님들이 꾸준히 있는 편이다.

Q. 옛날을 추억하며 오는 손님이 많은가?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

'어렸을 때 왔었다', '너무 오고 싶어서 찾아왔다' 등 먼 지역에서도 많이 와주신다. 임산부들이 '임신했는데 너무 오고 싶어 가지고 왔다', '생크림이 먹고 싶어서 왔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또 얼마 전에는 맨 처음에 임시 오픈했을 때 왔던 초등생이 있었는데, 커서 다시 와서 너무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저희는 멀리서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거의 오시는 손님만 온다. 새로 오신 분들은 군인이나 딴 지역에서 와주신 분들이고 아는 얼굴들이 많고 아지트처럼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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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캔모아 하면 무한리필 토스트와 생크림이다. 다른 지점을 보니 리필 1회로 제한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던데. 무한리필이 가능한가?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진 않다. 손님들이 오히려 미안해서 리필을 못 할 뿐이지 저희는 달라고 하면 달라는 대로 준다. 요즘은 보통 한번에서 많으면 두번까지 리필을 한다. 하지만 지금도 학생들은 좀 더 많이 리필하긴 한다. 그리고 '네가 이번에 리필해 와' 이러면서 친구들끼리 돌아가면서 리필하러 오는데 사실 다 알고 있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학생 때는 그 맛이니까 무조건 리필해 드리고 있다.

Q. 그럼 '1인 1 메뉴' 제한도 없는 건가?

저희는 그런 건 없다. 그냥 많이 시켜주시면 감사한 거고, 학생들은 돈이 별로 없으니까 모아서 하나씩 시켜도 안 된다고 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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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캔모아는 무한리필 토스트도 있지만 공주풍 인테리어에 그네 의자가 특징이다. 그네 의자에 앉기 위해 눈치 게임했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엔 어떤가?

여전히 똑같다. 그네 의자랑 흔들의자만 먼저 찾는다. 그네 의자와 흔들의자가 꽉 차야 일반 좌석에 앉으신다.

Q. 과거에는 눈꽃 빙수가 단연 인기 메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는 어떤 메뉴가 가장 인기가 있는지?

지금도 그게(눈꽃 빙수가) 제일 인기가 많다. 눈꽃 빙수랑 떡볶이가 가장 잘나가고, 전에 음식 소개 프로그램에 생과일 프라페가 나와서 그 뒤에는 그게 좀 많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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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기 있던 캔모아가 점점 사라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새로운게 너무 많아져서 인 것 같다. 요즘에도 보면 뭐가 생겼다가 빠르게 없어진다. 계속 새로운게 유행을 하고 유행 시기가 좀 짧아진거 같다. 예전에는 한 가지가 오래갔다면 요즘에는 유행이 좀 짧아져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저희 자체는 유행을 별로 따르지 않으려고 해서, 계속 운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요즘엔 배달이 안 되는 게 없다. 배달 서비스나 포장도 하고 계신가?

배달은 안 하고 있다. 포장은 가능하긴 한데, 멀리 가시는 건 웬만하면 해드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양도 금방 주저앉아 버려서 집에 가서 보면 너무 모양이 안 나니까 웬만하면 가까운 거리만 해드린다. 거리가 가깝고 손님이 정말 원하시면 해드리는 편이다. 배달을 하게 되면 빨리 보내 드려야 하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있는걸 잘 유지하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

Q. 다른 지점보다 오픈 시간(오후 3시)이 늦고 운영 시간이 짧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르바이트를 안 쓰면서 남편과 둘이 운영을 하는데,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대를 책정해서 학생들이 없는 시간에는 좀 다른 걸 하고 그 이후에 운영을 한다. 인건비가 비싸니까 최대한 인건비 안 쓰고 우리가 할 수있는 시간 내에서 충당하느라 이렇게 운영하고 있다. 길게 운영을 하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까 자급자족하기 위해서 늦게 오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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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캔모아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잊지 않고 와줘서 너무 고맙고, 오시는 분들만 있다면 솔직히 계속 하고 싶다. 큰돈 벌고 장사 잘되고 싶으면 저희도 다른 거로 바꿨겠지만, 그냥 같이 추억 나누면서 하는게 저희도 재밌고 좋아서 계속 운영하고 싶다. 그리고 언제까지 되는지 저희도 솔직히 궁금해서 끝까지 가보고 싶다. 마지막 하나 남은 캔모아가 될때까지 해보고 싶다 할수만 있다면 말이다.

"사장님 저... 그럼 토스트 리필될까요?"
"그럼요. 바로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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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분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앞서 기자는 '무한리필'이 가능하다는 사장님의 말에 곧장 토스트 리필을 요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보다 그릇에 더 가득 찬 생크림과 함께 토스트가 나왔다.

기자는 리필된 생크림과 토스트 한입에 친구와 학창시절에 있었던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캔모아는 단순 빙수 가게가 아니었다. 차가운 빙수 한입에 토스트 리필 한 번에 수많은 추억이 쏟아지는 곳이었다.

아쉽게도 전국 500여 곳에 달했던 캔모아가 이제는 10여 곳만 남아 있다. 하지만 "잊지 않고 와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까지는 솔직히 계속하고 싶다"는 사장님의 말처럼 캔모아를 계속 추억하고 찾는 사람들이 있어 '추억과 함께 사라진 곳'이 아닌 '추억 때문에 계속 남아있는 곳'이 되길 바라본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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