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이거실화냐] 부산을 공포에 떨게 한 폐가 이야기 실화냐?

[제보이거실화냐] 부산을 공포에 떨게 한 폐가 이야기 실화냐?

2019.05.10. 오후 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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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제보이거실화냐” 제작진은 부산을 찾았다. 본래 YTN으로 들어온 제보는 부산 도심 한가운데 폐가가 몇 년째 방치돼 있어 주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취재를 하다 보니 서울에서는 알 수 없었던 부산의 또 다른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제보자의 집은 부산의 원도심 서구에 위치해 있다. 부산 특유의 산복도로 위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멀찍이 부산항이 보인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옮기면 도심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정글이 펼쳐진다. 무성히 자란 잡초와 나무들, 특히 지붕보다 높게 자란 야자수에서 시선을 떼기 힘들다. 이렇게 써놓으니 마치 누군가 꾸며놓은 아름다운 정원 같지만, 이것은 수년째 방치된 폐가의 모습이다. 무성한 풀숲에서는 온갖 벌레들이 튀어나오고 뒤죽박죽 자란 나무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이 이웃집 마당을 뒤덮는다. 심지어 폐가 안에 만들어진 우물 때문에 여름이면 모기가 들끓는다. 취재를 나간 “제보이거실화냐”의 유예진PD는 오죽했으면 이날 원인 모를 간지러움을 호소했다.

폐가의 문제는 더 있었다. 누군가 관리를 하지 않다 보니 집이 점점 무너져 가는 것이었다. 오래된 벽에 금이 가고, 야자수 뿌리가 담장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2017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제보자의 집 쪽으로 밀려난 폐가의 화장실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이러한 문제들이 수년간 지속되자 마을 주민들은 일상생활이 불편한 정도가 됐다. 하지만 구청에 문의하니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해당 폐가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 폐가를 ‘사유’한 바로 그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역시나 그렇듯 연락 두절 상태다. 주민들은 누가 그 집을 소유한지조차 모른다. 제보자는 어쩔 수 없이 직접 벽을 다시 메우고, 담장을 수리하고 있었다.

사실 이러한 빈집 문제는 이 마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번에 촬영한 부산 서구를 비롯해 중구, 동구, 영도구 등 부산의 산업화를 이끈 원도심 지역에서는 빈집을 흔히 볼 수 있다. 부산 원도심에 퍼지는 빈집이 바로 부산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부산,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큼 큰 도시이다. 해운대 해변을 가득 메운 고층 빌딩과 인파, 오죽하면 할리우드 영화 “블랙팬서”에서도 등장했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인식과 다르게 부산은 우리나라에서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도시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령화 비율은 14.9%이지만 부산 원도심 지역은 이미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부산 원도심은 우리나라 자치구 중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주로 산복도로로 이루어진 이 지역은 교통이 매우 불편하다. 도시 교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하철 접근성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부산 내 신도시로 떠나고 돈 없고 힘없는 노인들이 원도심에 남게 된 것이다. 게다가 재개발을 노린 투기세력이 빈집을 사놓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앞으로 부산 원도심의 폐가 문제는 점점 심해질 것 같다.

부산복지개발원의 이재정 박사는 부산이 대도시형 고령화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부산 지역 복지 연구가들 사이에서는 가까운 미래 부산에는 “노인과 바다”만 남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이 돌고 있다고 한다. 부산 원도심 지역은 지역 사회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벽화마을이다. 하지만 이는 관광객을 일시적으로 끌어오는 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다. 이재정 박사는 부산 원도심 지역의 인구 이탈을 막고 정주요건을 개선할 방법은 외부의 관광객을 위한 시설 혹은 돈 많은 사람들이나 살 수 있는 재개발 아파트가 아닌 기존의 것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주민들이 현실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산 원도심의 폐가는 단순히 한 마을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도시에서 방심하고 있던 인구고령화 문제와 무책임한 부동산 투기 그리고 이를 해결할 법률의 부재가 합쳐진 복합적인 문제였다. 부산 원도심을 공포에 떨게 한 폐가 이야기는 방심과 방치가 만들어 낸 대도시형 고령화의 한 증세였다.

촬영 : YTN PLUS 유예진 PD(gh8767@ytnplus.co.kr)
제작 : YTN PLUS 박태호 PD(ptho@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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