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이거실화냐] 서울 한복판에 사는 야생 수달 실화냐?

[제보이거실화냐] 서울 한복판에 사는 야생 수달 실화냐?

2019.04.19. 오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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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반대말은 “자연”? 흔히 도시를 자연과 격리된 인간만의 공간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도시 역시 자연의 일부이다. 인간의 영역인 줄 알았던 도시에도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수달이다.

2016년 3월, 서울 한강에서 수달이 최초로 목격됐다. 팔당댐으로 인해 한강 생태계가 단절되면서 70년대 이후 한강에서 자취를 감췄던 수달이 무려 40여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2017년 1월, 수달이 최초 목격된 장소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한 결과, 어미 수달 한 마리와 새끼 수달 세 마리, 총 4마리가 한강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강 생태계의 ‘경사’였다. 하지만 한강 수달 추적은 잠시 중단됐다.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항상 단골손님인 “복잡한 어른들의 사정” 때문이었다. 동일한 내용으로 3년 이상 연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2018년 9월, 한강 인근 도로에서 수달이 사체로 발견됐다. 로드킬을 당한 것이다. 사고를 당한 수달은 2017년 발견된 새끼 수달 3마리 중 한 마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강으로 또 다른 수달 개체가 유입되지 않았다면 이제 수달은 최대 3마리가 남은 것이다. 아직 한강은 이러나저러나 인간의 영역이었다. 남은 수달들도 로드킬, 낚시 그물, 쥐약, 수질 오염 등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9년 2월, 반짝이는 눈을 가진 무언가가 물 위를 헤엄쳐 낚시꾼에게 다가왔다. 바로 한강 수달이었다. 밤낚시를 즐기던 낚시꾼은 신기한 광경에 낚싯대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 지난해 로드킬로 목숨을 잃은 수달의 모습을 본 이후 5개월 만에 한강에서 살아있는 수달이 목격된 것이다. 발견된 장소는 최초 발견 지점에서 약 14km 떨어진 곳이었다. 2016년 처음 수달이 목격된 이후 연구가 계속 이루어진 2017년까지 최초 목격 장소 인근에서만 활동하던 한강 수달이 먼 거리를 이동해 왔다니 한강 생태에 어느 정도 적응한 것으로 보였다.

한강에서 수달이 다시 목격된 이후, 한국수달연구센터 한성용 대표는 한강사업본부의 한강자연성회복사업의 자문차 서울을 방문했다. “제보이거실화냐” 제작진도 그를 따라나섰다. 한강에서 수달이 목격된 이후 한강사업본부는 한강자연성회복사업의 일환으로 한강 곳곳에 수달이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지난해 이촌 한강공원 수변 지역에 인공 수달 쉼터도 만들었다. 마침 이번에 수달이 목격된 장소 역시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제작진이 도착한 수달의 새 보금자리는 서울 한복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말 그대로 “정글”이었다. 버드나무 숲 사이로 꼬불꼬불 작은 강물이 흐르는 수달의 보금자리 바로 옆으로 63빌딩이 뜬금없이 서 있었다.

한강에는 시민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야생동물을 위한 시설이 더 존재한다. 한강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만든 수중보 한쪽에는 물고기가 지나다닐 수 있는 어도(魚道)가 있다. 매년 3, 4월이면 민물 참게 수천 마리가 번식을 위해 상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닷가에서도 보기 힘든 엄청난 무리의 게가 상대적으로 물살이 약한 어도를 통해 상류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 광경을 본 제작진은 연신 “우와”만 외쳐댔다. 재밌게도 이곳 옆에도 123층의 롯데타워가 우뚝 솟아 있었다.

시민들이 바쁜 일상을 보내는 동안 도시는 점점 자연과 융화되고 있었다.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졌던 야생동물들이 조금씩 도시로 돌아오고 있다. 도시는 아직 성장 중이다. 2030년이면 육지면적의 10%가 도시화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인간의 영역이 점차 커지면서 인간과 동물의 영역 구분 역시 점차 사라질지도 모른다. 야생동물과의 공존이 마냥 좋지는 않다. 경기 남부에 새똥 테러를 가하고 있는 떼까마귀, 도시를 휘젓고 다니는 거대한 멧돼지 등 우리 생활에 불편을 주는 동물들은 마냥 반갑지 않다. 최근 많은 지자체가 생태 도시를 표방하면서 도시 생태계 복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연 주민들은 야생동물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 야생동물이 서식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가 산책하는 강변 산책로를 동물들에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 도시로 돌아오는 야생동물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 방법에 대한 고찰도 필요한 때이다.

제작 : YTN PLUS 박태호PD(ptho@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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