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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69] '극한직업' 흥행에 인기 메뉴 된 수원왕갈비통닭을 찾아서
Posted : 2019-02-16 08:00
[해보니 시리즈 69] '극한직업' 흥행에 인기 메뉴 된 수원왕갈비통닭을 찾아서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수원왕갈비통닭"

1,35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극한직업'을 봤다면 잊지 못할 대사다. 낮에는 통닭을 팔고, 밤에는 마약범을 잡는 영화 속 형사들은 자신들이 차린 통닭집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고 나면 수원왕갈비 소스에 버무려진 윤기 나는 통닭이 머릿속에 맴돈다.

수원에서는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관심받는 수원왕갈비통닭을 아예 메뉴로 내놓는 치킨집들이 생겼다. 원래 수원에서 유명한 왕갈비와 통닭을 접목한 메뉴다.

영화에 등장하는 치킨 맛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SNS에서는 수원왕갈비통닭이 이른바 '인싸'들의 음식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영화 개봉 20여 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가봤다. 수원왕갈비통닭을 맛보려 모인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수원 통닭 거리로.

[해보니 시리즈 69] '극한직업' 흥행에 인기 메뉴 된 수원왕갈비통닭을 찾아서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통닭 거리에는 15개 치킨집이 모여있다. 이곳 가게 중 두 곳에서 수원왕갈비통닭을 팔고 있었다.

특히 영화가 흥행하자마자 수원왕갈비통닭 메뉴를 내놓은 'ㄱ통닭'은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먹을 수 있는, 그야말로 '대박 난' 치킨집이 됐다. 이로 인해 이곳 통닭 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영화 개봉 전보다 30~40% 늘었을 정도다.

지난 12일, 오픈 시간인 낮 12시에 맞춰 'ㄱ통닭'으로 향했다. 오전 11시 50분쯤 통닭 거리에 들어서자 한눈에 찾을 수 있었다. 이미 8팀 정도가 줄을 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일 낮인데다가, 날씨가 추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이 더 모였다. 게다가 이날은 평소보다 40분 늦게 문을 열었기때문에 오픈 전까지 대략 40팀 정도가 모인 듯했다. 대부분 가족, 친구, 연인 단위였지만 혼자 방문한 이도 보였다.

원래 'ㄱ통닭'은 수원왕갈비통닭을 100마리 한정으로 판매했었다. 하지만 손님이 밤낮으로 늘면서 지난 11일부터는 100마리 넘게 준비해 재료 소진 시까지 판매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기도 했다.

이곳 수원왕갈비통닭은 4인 이상 왔을 때 한 마리 주문할 수 있다. 가격은 2만 원. 4인이 안 될 경우엔 수원왕갈비통닭과 프라이드 반반 세트(1만 9천 원)만 주문된다. 동료들과 함께 나눠 먹기 위해 2만 원 짜리 한 마리를 계산했다.

'ㄱ통닭'을 운영하는 김 모 대표는 "수원왕갈비통닭이 맛있지만 양이 많아서 적은 인원이 드시다 보면 다소 질릴 수 있다. 그래서 3인 이하 손님들에게는 반반 세트를 드실 것을 권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보니 시리즈 69] '극한직업' 흥행에 인기 메뉴 된 수원왕갈비통닭을 찾아서


[해보니 시리즈 69] '극한직업' 흥행에 인기 메뉴 된 수원왕갈비통닭을 찾아서

전국적 인기 메뉴가 된 수원왕갈비통닭을 먹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했다. 문 앞에서 50분, 자리에 앉아 또다시 40분. 그렇게 한 시간 반을 기다려서 치킨을 받아볼 수 있었다.

수원왕갈비통닭을 맛볼 시간. 맛은 주관적인 것이지만 간장 맛이 강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예상과 달리 매콤함, 불맛, 바비큐 맛이 돋보였다.

좀 더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수원왕갈비통닭을 먹고 나오는 고객들에게 솔직한 평가를 부탁했다. 맛에 대한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수원 장안구에서 온 60대 부부는 "영화 보고 나서 소문 듣고 인터넷에 검색해 찾아왔다"며 "두 시간 기다렸는데 다행히 맛있게 먹었다"라며 웃어 보였다. 역시 수원에서 온 16살 남학생과 그의 어머니도 "맛있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안양과 안산에서 수원왕갈비통닭을 먹기 위해 들른 20대 남녀는 "맛있긴 맛있는데 다 먹으려니 질리는 느낌이어서 그게 조금 아쉬웠다"라며 "처음엔 진짜 맛있었다. 프라이드보다 갈비 맛이 더 맛있었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부천에서 온 20살 남성은 "당연히 영화 보고 찾아왔다"라며 "한 시간 정도 기다려서 먹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21살 여성은 "데리야키 소스 맛이 났다"라고 평했다.

[해보니 시리즈 69] '극한직업' 흥행에 인기 메뉴 된 수원왕갈비통닭을 찾아서

'ㄱ통닭' 김 대표는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손님을 안내하고 그들의 다양한 입맛에 더 잘 맞는 통닭을 계속 연구하고 있어 눈코 뜰 새 없다. 바쁜 와중에 짬을 내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영화 '극한직업' 개봉 전 수원왕갈비통닭을 내놓은 적이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개발하게 되셨나?

A. 2017년 갈비양념과 치킨을 접목한 치킨 메뉴를 내놨었는데 당시에는 잘 안 팔렸다. 2016년부터 'ㄱ통닭' 영업을 시작했는데 수원 통닭 거리에서는 후발주자여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던 중 나온 메뉴였다. 사실 개인적으론 여기가 7번째 운영하는 식당인데, 과거 소갈비 가게를 운영한 적이 있어서 갈비 양념 레시피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갈비와 통닭을 결합하면 어떨까 싶어 시작했었다.

당시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서 '갈비 맛 치킨', '양념 갈비 치킨'처럼 이름도 여러 번 바꿔봤지만 안 돼서 포기한 메뉴였다. 그러다 최근 '극한직업'에 같은 메뉴가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라 개봉 이틀 만에 다시 내놓게 됐다. 물론 어디엔가 저보다 먼저 만든 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원조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Q. 영화 흥행에 힘입은 '반짝인기'라는 지적도 있는데?

A. 인정한다. 다만 이번 기회에 우리 가게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수원왕갈비 통닭이라는 하나의 메뉴 외에도 기존 주력 메뉴와 새롭게 개발할 통닭도 찾아주셨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도 손님들 입에 맞게 요리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솔직히 영화 개봉 후 처음 수원왕갈비통닭을 선보였을 때는 평이 별로 좋지 않아서 매운맛을 첨가하고 단맛은 줄이는 식으로 재단장했다. 파와 고추씨도 곁들였다.

Q. 수원왕갈비통닭이 흥행하기 전에 장사가 힘들 때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

A. 7번째 사업인 데다가, 주변에 더 유명한 통닭 가게가 있어서 고전했다. 가게 규모는 큰데 행사가 있거나 주말이 아니면 손님이 많지 않아 고정비만 많이 나가던 상황이었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하고 장사를 접을까도 고민했었다. 영화가 나오면서 좋은 타이밍을 잡은 거다. 수원왕갈비통닭이 한정판매다 보니 매출이 아주 많이 올랐다고 보긴 어렵지만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Q. 수원왕갈비통닭 레시피를 소상공인과 공유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A. 물론 누구에게나 레시피를 공개하겠다는 건 아니다. 사업가로서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필요하면 소상공인들과 상생하겠다는 뜻이다. 단순히 프렌차이즈 사업이나, 돈을 받고 레시피를 파는 게 아니고 청년 사업가들과 레시피와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같이 가려고 구상 중이다.

Q. 영화 '극한직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정말 제 인생 영화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어려운 경기에 소상공인과 골목 상권을 살려주고, 통닭 자체 인기가 올라가고 있어서 감사드린다. 이번 기회에 저뿐만 아니라 우리 수원 통닭 거리가 발전했으면 좋겠다.

[해보니 시리즈 69] '극한직업' 흥행에 인기 메뉴 된 수원왕갈비통닭을 찾아서


[해보니 시리즈 69] '극한직업' 흥행에 인기 메뉴 된 수원왕갈비통닭을 찾아서

그렇다면 실제 영화 '극한직업' 속 수원왕갈비통닭 레시피를 개발한 당사자는 이런 인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수원왕갈비통닭 레시피는 한 푸드트럭 업체 소속 한인수 셰프가 만든 것이다. 이 업체 식음료사업부를 총괄하는 한 셰프와도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어떻게 영화 '극한직업'에 참여하게 되셨는지?

A. 과거 영화 '염력'에서도 치킨을 소재로 한 푸드트럭 장면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 같이 일했던 소품팀 스태프가 '극한직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저를 연결해주셨다. 수원왕갈비통닭은 '극한직업' 배세영 작가가 만든 메뉴고 개발만 부탁하셨다.

촬영 현장에서는 푸드트럭에서 치킨을 직접 튀겨서 제공했다. 배우 진선규 씨가 요리하는 장면은 대역이 아니고, 제가 조리법을 알려드린 뒤 직접 하신 거다. 특히 주인공 네 명이 각자 치킨을 튀겨보는 장면도 제가 각각 튀겨본 건데 연출이 잘 돼서 장면이 잘 나왔다.

Q. 영화 속 수원왕갈비통닭이 인기를 끌면서 실제 메뉴를 내놓는 식당들도 있는데 어떻게 보고 계신가?

A. 다른 분들이 '갈비 통닭'이라고 판매하시는 것에 대해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요식업계 경쟁이라고 하기엔 갈비 통닭이라고 해도 조리법과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프라이드 치킨이 치킨집마다 조금씩 맛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또 각자가 생각하는 갈비 맛도 다를 것이다.

실제로 'ㄱ통닭'에서 파는 걸 먹어봤는데, 매운맛이 나서 영화에서 연출한 갈비 통닭과는 좀 달랐다. 제가 만든 수원왕갈비통닭은 좀 더 갈비 맛에 가깝고 연한 맛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제가 만든 수원왕갈비통닭을 맛 본 사람이 동료들과 영화 스태프밖에 없어서 대중들의 입맛에 '맛있다, 맛없다'라고 표현할 순 없다.

Q. 영화사를 통해 레시피를 공개하셨던데?

A. 가정용으로 만들 수 있는 소스 레시피를 따로 제공한 것이다. 가령 프라이드 치킨을 먹다가 남으면 버무려 먹거나 갈비도 재워 먹을 수 있도록 한 만능 레시피다. 영화에 사용한 소스는 조금 다른 갈비 소스다. 그 레시피는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Q. 진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원왕갈비통닭더 판매하실 예정이라고?

A. 오는 20일부터 회사 차원에서 부천에 푸드트럭을 세워두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원왕갈비통닭을 판매해 볼 생각이다. 푸드트럭에서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알리고 싶다. 맛은 먹어 본 손님들이 판단하실 문제다.

[해보니 시리즈 69] '극한직업' 흥행에 인기 메뉴 된 수원왕갈비통닭을 찾아서

이렇게 영화에 등장했던 새로운 치킨 메뉴가 지역 골목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푸드트럭 요리로도 등장한다. 지난 2016년부터 갈비 맛 치킨을 내놨던 프랜차이즈 치킨점의 갈비 통닭 매출도 덩달아 영화 개봉 전월 대비 20% 올랐다고 한다. 또 다른 프렌차이즈는 갈비 통닭을 1,000원에 파는 이벤트를 진행해 한때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새롭고 맛있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치킨 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원왕갈비통닭의 인기를 무작정 쫓을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맛과 품질이 먼저 보장돼야 하나의 요리로 오래 정착할 수 있지 않을까.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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