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와이]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금 사회주의'인가?

[팩트와이]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금 사회주의'인가?

2019.01.29. 오전 05:3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지침,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나 일부 언론은 '연금 사회주의'라면서 날을 세우고 있는데요.

과연 그렇게 볼 수 있을까요?

와이파일, 뉴스 바로 보기, 박기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김병준 /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 기어이 연금 사회주의로 가겠다는 그런 뜻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나 경 원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결국 연금 사회주의 첫발을 뗀 것으로 보입니다.]

스튜어드는 영어로 집사라는 뜻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 지분만 사들이지 말고, 헌신적인 집사처럼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일종의 지침서입니다.

국민연금은 2017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 기업 7백여 개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지분율이 5%를 넘는 기업이 286개, 10%를 넘는 기업도 97개나 됩니다.

정부가 이렇게 연기금으로 사들인 지분을 통해 경영에 관여하면 사회주의와 다를 바 없게 된다.

그러면서 나온 얘기가 바로 '연금 사회주의'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다른 나라 사례를 보겠습니다.

금융자본주의가 발달한 영국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가장 먼저 도입했고요.

연기금이 경영 참여를 위해 다른 투자자들과 연대해 활동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7년, 일본은 2014년 도입해 연기금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합니다.

캐나다 국민연금, 스웨덴 공적연금, 그리고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

모두 다양한 형태의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주가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수익을 올리려 한다는 건 지극히 자본주의적인데요.

그래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연금 사회주의'가 아니라 '연금 자본주의'로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으로 있기 때문에 정부의 과도한 경영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권 행사에 상당한 제한을 둡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위탁받아 표 대결을 벌일 수 없고요, 사외이사 추천 권한도 없습니다.

또 민간 전문가로 이뤄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경영에 참여할지를 먼저 판단하기 때문에, 일종의 견제 장치도 마련돼 있습니다.

적어도 이런 제도와 가이드라인을 지킨다면 '연금 사회주의'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습니다.

[송민경 /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 국제 자본시장의 여러 관행과 문화를 제도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특별히 기업 경영을 굉장히 억압한다든지 그런 문제가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떻게 스튜어드십 코드를 운용해 투자자인 국민에게 얼마나 이익이 돌아가느냐가 관건이지, 제도를 도입해 기업 경영에 관여한다고 비판할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재계와 보수 언론들은 투기자본 엘리엇에 맞서 삼성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됐죠.

그런데 지금은 국민연금이 경영권에 관여하면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합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을 재벌의 경영권을 지키는 데만 쓰라는 건지 되묻게 됩니다.

YTN 박기현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