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엽의 세상읽기] 역시 부동산, 역시 서울, 역시 강남

[송태엽의 세상읽기] 역시 부동산, 역시 서울, 역시 강남

2018.12.24. 오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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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엽의 세상읽기] 역시 부동산, 역시 서울, 역시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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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그룹 글로벌 비지니스센터 (GBC) 조감도


17일 발표된 ‘2019년 경제정책 방향’ (경방)은 부동산 불패의 법칙을 상기시킨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GBC) 얘기다. 정부는 기업투자 활성화 대책의 핵심으로 GBC 건립 허용을 꼽았다. 홍남기 부총리는 ‘경방’ 발표를 앞두고 14일 논설위원들과 만나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투자와 고용”이라고 했다. GBC는 말하자면 투자다. 3조7천억 원을 들여 115층 랜드마크 사옥을 비롯한 현대차 타운을 건설한다는 거다.
5년 전 현대차 그룹이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천억 원에 낙찰받자 정몽구 회장이 노망했다는 ‘설’이 돌았다. 기술 전환기에 혁신에 써야 할 돈을 부동산에 낭비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마침 박근혜 정부가 기업의 내부유보금을 끌어내기 위해 ‘기업소득 환류세제’라는 3년 한시법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시점이었다. 기업이 번 돈의 80% 이상을 투자와 임금, 배당에 쓰지 않으면 법인세를 추가 징수하는 제도다. 현대차의 사옥부지 매입은 투자로 인정됐다. 한전은 무사히 이전자금을 마련해 나주로 떠났다.


[송태엽의 세상읽기] 역시 부동산, 역시 서울, 역시 강남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19일 발표된 ‘제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 개선 방안’의 최대 수혜 기업은 현대차가 됐다. GTX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중 2개 노선이 삼성동에서 교차한다. 이미 상당히 오른 삼성동 땅값이 또 들썩인다. 현대차는 땅값만으로 본전을 거의 뽑게 됐다. 이 정도면 삼성동을 차지하지 못한 삼성이 배가 아플만 하다.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있어 베팅을 못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역시 땅인가. 한국 재벌의 유전자는 부동산 DNA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1차 탈락한 GTX B노선 (인천 송도~남양주 마석)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남양주와 과천에는 GTX역이 서고, 인천 계양과 하남은 세종시에서 시험을 마친 BRT (간선급행버스체계)를 한층 개선한 슈퍼 BRT로 서울 도심과 연결된다. 역시 서울이고 역시 강남이다.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는 노무현 정부의 2기 신도시와 닮은 듯 닮지 않았다. 수도권 아파트값 폭등에 이은 공급 부족 논란에 밀려 대규모 신도시 건설에 나섰다는 점은 같지만, 이번에는 강력한 광역 교통대책을 수반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지하 40m에서 평균 100km, 최고 200km로 달리는 광역철도는 수도권을 지방인구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2019 경방’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향세’를 내년에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사람들이 자기 고향이나 돕고 싶은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그 금액만큼 주민세와 소득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일본에서는 상당히 성공했다고 한다. 재정이 어려운 전라북도 등에서 2016년 도의회 결의로 고향세 도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정치권에 전달한 적이 있다. 지역 숙원 SOC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하는데 이건 경기 대책에 가깝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더 크고 정교한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송태엽 해설위원실장 [tayso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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