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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61] '강매의 추억' 크리스마스 씰, 자발적으로 구매해보니
Posted : 2018-12-22 08:00
[해보니 시리즈 61] '강매의 추억' 크리스마스 씰, 자발적으로 구매해보니

연말이 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송년회, 보신각 종소리, 연말정산 등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들이다. 반면 과거에는 연말의 상징이었지만, 현재는 추억이 되어버린 것도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 씰'이다.

얼마 전 우연히 SNS를 둘러보다, 동물 일러스트가 담긴 이미지를 봤다. 게시자가 올린 글을 자세히 읽어보니, 동물 일러스트 이미지가 2018년 크리스마스 씰이라는 설명이 담겨 있었다. '크리스마스 씰? 그게 아직도 있다고?' 내가 그 게시물을 보고 가장 처음 떠오른 생각이었다.

[해보니 시리즈 61] '강매의 추억' 크리스마스 씰, 자발적으로 구매해보니


◇크리스마스 씰에 담긴 강매의 추억

오랜만에 본 크리스마스 씰은 자연스럽게 내 기억 속 초등학교 시절을 소환했다. 그 시절 나에게 크리스마스 씰이란 '연말이면 무조건 사야 하는 것', '남들 다 사니까 나도 사는 것', '강매의 추억'까지 담긴 그런 존재였다. 가끔은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고 싶지 않았던 때도 있었지만, 과거에는 기부라는 의미보다는 의무가 더 강조됐던 크리스마스 씰이었기에, 무조건 구입 했었다. 그래서 내 인생 처음으로 강매가 아닌 자발적으로 크리스마스 씰을 사보기로 했다.

[해보니 시리즈 61] '강매의 추억' 크리스마스 씰, 자발적으로 구매해보니

◇백만 년 만에 크리스마스 씰 구매!

크리스마스 씰은 학교 또는 우체국에서만 살 수 있는 줄 알았지만,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한 만큼 씰 또한 ‘대한결핵협회 크리스마스 씰 쇼핑몰’이라는 곳에서 온라인 구매가 가능했다.

2018년도 크리스마스 씰을 가장 먼저 장바구니에 넣고 씰 쇼핑몰을 둘러보던 중 '씰 전체 보기' 항목을 클릭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의 씰들이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 남대문의 모습이 담긴 1932년 씰부터 지금까지 발행된 모든 씰이 판매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1930~40년대 씰은 모두 품절 상태라, 1950년대 씰 중 총 6가지를 구입했다. 기부의 의미로 구매하는 씰이지만,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크리스마스 씰이라니 기대도 됐다.

[해보니 시리즈 61] '강매의 추억' 크리스마스 씰, 자발적으로 구매해보니


◇'크리스마스 씰, 낯설다. 너'

크리스마스 씰은 택배가 아닌 우체국 등기로 도착했다. ’크리스마스 씰 재중‘이라고 쓰여 있는 봉투 안에는 주문 상세 내역과 주문한 씰 그리고 정기후원 신청서가 담겼다. 씰이 담긴 봉투 뒷면 그리고 2018년도 씰이 끼워져 있던 카탈로그에는 결핵 발병률 및 사망률 1위, 크리스마스실은 곧 기부, 모금액이 사용되는 곳 등이 아주 상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크리스마스 씰은 단순 구매가 아닌 기부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 같았다.

[해보니 시리즈 61] '강매의 추억' 크리스마스 씰, 자발적으로 구매해보니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DMZ에 사는 멸종위기 동물 10종이 담긴 2018년도 크리스마스 씰. 그런데 내가 알던 씰의 퀄리티가 아니었다. 크기도 기존에 알던 씰보다 컸고, 두터운 종이에 인쇄된 씰은 입체감마저 느껴졌다. 과거 얇은 종이 위에 인쇄돼 조심스럽게 뜯어야 하는 씰이 아닌, 그야말로 고퀄리티 씰이었다.

[해보니 시리즈 61] '강매의 추억' 크리스마스 씰, 자발적으로 구매해보니


◇1954년에 발행된 크리스마스 씰을 구매할 수 있다고?

가장 기대했던 1950년대 씰은 한 장 묶음이 아닌 낱개로 배송이 왔다. 구매 수량에 제한을 두진 않았지만, 현재 씰보다는 과거 씰이 소량인 만큼 낱개로 판매하고 있는 듯했다. 물론 가격도 최근 씰의 반장 가격이 과거 씰 1개의 가격이었다.

[해보니 시리즈 61] '강매의 추억' 크리스마스 씰, 자발적으로 구매해보니


오래된 만큼 씰의 상태도 최상은 아니었다. 누렇게 변한 씰의 색이 세월을 대변했다. 씰에 적혀 있는 연도가 높아짐에 따라 좀 더 선명한 컬러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추억 소환해줘서 고마워"

[해보니 시리즈 61] '강매의 추억' 크리스마스 씰, 자발적으로 구매해보니

'씰 구매하기'만으로 끝내기 아쉬워 직접 주변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씰이 붙은 카드를 보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씰이 붙은 카드를 받은 친구는 "이게 아직도 있었냐"며 "학생 때는 연말에 꼭 샀었는데. 추억 소환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최근 씰과 과거 씰을 모두 구입해보니, 어떻게 이렇게 오래된 씰도 구입이 가능한지와 많은 사람이 추억으로 생각하고 있는 씰의 구매율은 어떤지 궁금해 직접 대한결핵협회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해보니 시리즈 61] '강매의 추억' 크리스마스 씰, 자발적으로 구매해보니


다음은 대한결핵협회 홍보부 박연숙 차장의 '크리스마스 씰' 관련 인터뷰 내용.

Q. 맞춤법상 '크리스마스실'인데 '크리스마스 씰'로 표기하는 이유가 있나?

A. 언론이나 맞춤법상 '크리스마스실'이 맞는 건 알고 있지만, 과거부터 '크리스마스 씰'이라고 불려왔기 때문에 고유명사처럼 '크리스마스 씰'로 표기하고 있다.

Q. 크리스마스 씰 쇼핑몰 사이트를 보면, 품절된 것도 많고 소량이지만 1950년대 씰이 구매가 가능하다. 어떻게 과거 씰 구매가 가능한 건가?

A. 협회는 매년 보건복지부 승인을 통해 모금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추어 홍보용을 포함해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하고 있으며, 모금 목표액만큼 크리스마스 씰을 모금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유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씰들은 크리스마스 씰을 수집하시는 분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다.

Q. 많은 사람이 '크리스마스 씰'하면 추억이긴 하나 '강매'라는 단어도 함께 떠올리는 것 같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선생님이 사라고 해서 샀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 왜 강매라는 이미지가 남은 것 같나?

A. 크리스마스 씰 모금에 있어 자율모금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 내 학생 수 등을 고려해 씰을 발송하지만, 그렇게 많은 수량은 아니라서 추가 주문을 하는 학교도 있다. 크리스마스 씰 모금의 취지나 의미, 사용처 등을 더 많이 홍보해서 기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씰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협회가 할 일인 것 같다. 다만 학교에서도 가정통신문 등에 크리스마스 씰 참여를 독려해주신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Q. 과거 씰이 처음 나왔을 때 의미를 잘못 이해한 결핵 환자나 그 가족들이 씰을 부적인 줄 알고 가슴에 품고 자거나 다녔다고도 한다. 실제 이야기인가?

A. 과거의 기록들을 보면 초창기 크리스마스 씰을 사용방법을 잘못 이해해서 그렇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우리나라에 기부라든가, 나눔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던 시기여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본다.​

Q. 매년 바뀌는 씰 디자인은 어떻게 누가 진행하며, 디자인 주제는 어떻게 정해지나?

A. 협회는 매년 연초에 크리스마스 씰 소재 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그해의 이슈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주제를 선정하고 있다. 홈페이지, SNS 등 협회 관련 채널을 통해 소재 공모에 참여하실 수 있다.

​Q. 씰 디자인에 따라 판매량이 많이 달라지나?

A. 전체적인 모금액이 갑자기 증가한다기보다는, 크리스마스 씰 모금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체감하는 부분은 있다. 온라인 쇼핑몰 판매량이나, 댓글 등의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하고, 2016년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 10인 씰을 발행했을 때는, 온라인상에서 자발적인 모금 캠페인, 인증샷 올리기 등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Q. 최근과 달리 과거에는 '씰 디자인이 난해했다'라는 반응이 있다.

A. 그동안 발행되었던 크리스마스 씰을 쭉 나열해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사회상을 엿볼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시대적 분위기나 이슈 등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9년 김연아 씰, 2011년 뽀로로 씰, 2016년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 씰 등은 가장 호응을 얻었던 씰인데, 실사부터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특히 올해 씰은 크리스마스 씰과 연계한 모금굿즈 제작까지 염두에 두고 디자인을 개발했으며, 머그컵, 열쇠고리, 북마크, 담요, 퍼즐 등 다양한 굿즈로 출시되어 인기를 얻고 있다.

Q. 크리스마스 씰의 현재 판매량은 어떤가.

A. 2018년 모금목표액 42억 원으로 모금을 실시하고 있으며, 2018년 12월 20일 현재 15억 원 가량으로 약 35% 정도 모금을 했다.

[해보니 시리즈 61] '강매의 추억' 크리스마스 씰, 자발적으로 구매해보니

전반적으로 모금액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며, 10년 전 2008년에는 목표액 60억 원에 57억 원을 모금했다. 10년 만에 모금액이 반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결핵은 과거 질병?

하지만 매년 판매되고 있는 크리스마스 씰에 대해 제기되는 의문이 있다. 결핵은 과거의 질병이 아닌지, 왜 과거의 질병 때문에 지금까지 씰을 판매하는지 말이다.

이에 대해 대한결핵협회 홍보부 박연숙 차장은 "여전히 결핵은 과거의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고, 후진국에서 많은 질병인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과거 한국전쟁 등으로 결핵 감염 및 발병 인구가 많았다"라며 "경제적으로는 발전했고, 과거에 비해 결핵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OECD 가입국 중 결핵 발병 및 사망률 1위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결핵 환자 수 3만6044명, 신규 결핵 환자 2만8161명,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 1816명이다.

[해보니 시리즈 61] '강매의 추억' 크리스마스 씰, 자발적으로 구매해보니


앞서 답변처럼 결핵은 과거의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고 크리스마스 씰 또한 대부분사람들에게 추억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연말 하면 크리스마스 씰이 생각나던 학창시절처럼 우리가 잊지 않고 씰을 산다면 결핵으로 고통받는 분들도 기부하는 우리도 씰이 붙은 편지를 받는 주변 사람들도 모두가 따뜻한 연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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