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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금지된 회고록의 은밀한 거래...전두환의 경제학
Posted : 2018-11-27 12:00
[와이파일] 금지된 회고록의 은밀한 거래...전두환의 경제학
= 전두환 회고록이 금지된 이유

전두환 회고록이란 책이 있다. 전두환이 인생을 되돌아본 자서전이다. 보통 사람들은 인생을 되돌아볼 때, '아, 이때는 이렇게 행동하지 말걸', '다시는 그러지 않겠어'라고 후회와 성찰을 한다. 이 책은 좀 다르다. '나에게 날아온 화살은 한풀이와 보복의 촉을 달고 있었던 것 같다'로 시작해, '광주 사태로 모든 악담과 증오와 저주의 목소리를 받았다'라고 끝난다. 법원은 이 책을 판매 금지했다. 파는 것뿐 아니라 출판, 발행, 인쇄, 복제, 광고, 배포를 몽땅 금지시켰다. 괘씸해서가 아니다. 거침없는 거짓말로 5·18 희생자와 유족에게 또다른 고통을 안겼기 때문이다. '5.18은 북한 특수군의 개입 정황이라는 의심을 낳는다', '발포는 정당방위권 행사였으며 상부나 어느 누구의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故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다'라는 내용이다. 1심 법원은 '근거가 부족하고,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섰다'라고 판단했다. 전두환 측은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와이파일] 금지된 회고록의 은밀한 거래...전두환의 경제학

= 전두환으로 돈 버는 사람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금서(禁書)'가 된 후, '금서(金書)'가 됐다. 전두환 회고록은 원래 2만 3천 원이었다. 인터넷으로 사면 또 착하게 깎아줘서 2만 원이었다. 이제는 시세가 9만 원이다. 4배가 뛰었다. 수개월에서 1년 정도 '버틴' 사람들은 수익률 400%로 쏠쏠하게 챙겼다. 법원 판결 후 출판사가 책을 팔지 못하자, 책을 가진 개인들이 중고 거래로 파는 것이다. 기자가 판매자를 만났다. "혹시 네고(물건값을 깎아주는 것) 안될까요.."라고 조심스레 말했지만, "지금도 책 산다는 사람들 계속 연락 와요"라고 단칼에 거절당했다. "안 사셔도 돼요~"라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에 순순히 지갑을 열고 9만 원을 건넸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과 유가족 폄훼 등의 내용으로 판매, 배포 금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법원 판결은 판매자에게는 공허한 메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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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금지된 회고록의 은밀한 거래...전두환의 경제학


[와이파일] 금지된 회고록의 은밀한 거래...전두환의 경제학

= 전두환으로 돈 버는 지자체

충청북도에 가면 청남대라고 있다. 대학교 아니다. 전두환이 만든 대통령 별장이다. 지금은 민간에 개방된 사실상의 공원이다. 여기에 '전두환 대통령길'이 있다. 전두환의 동상을 바라보며 호수를 걷고, 전두환의 사진을 보면서 산책하는 곳이다. 이 길에는 '위민위향', 국민을 위하고 고향을 위한다는 기념비가 있다. 대통령 기념관에는 '정론직필', 전두환이 쓴 글씨가 있다. 전두환의 강한 추진력을 상징했다는 전두환 기록화도 있고, 전두환이 썼던 마작, 장기말도 전시돼 있다. 마치 주옥처럼 모셔진 전두환의 흔적을 보려면 돈도 내야 한다. 청남대 입장료는 1인당 5천 원이다. 1년에 입장료 등 수입이 20억 정도다. 청남대를 운영하는 곳은 충청북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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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으로 돈 쓰는 지자체

경남 합천에는 전두환 생가가 있다. 전두환이 태어난 집인데, 아담한 초가집이다. 1988년 대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져 불 질렀는데, 일부가 복원돼 여전히 남아있다. 대문 옆 안내판은 찬양 일색인 문장들로 채워졌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어떤 이가 2015년 위 사진처럼 찢어버린 것 같은데, 합천군은 "자연적 현상(바람, 비)에 따른 훼손"이라며 20만 원 내고 시트지를 다시 붙였다. 이 집을 관리하는 것도 다 돈이다. 1년에 8백만 원, 모두 합천군 예산이다. 국민의 세금이다.

[와이파일] 금지된 회고록의 은밀한 거래...전두환의 경제학

= 정작, 전두환은 29만 원뿐?

전두환은 세금 체납자다. 그것도 좀 많이 안 냈다. 8억 8천만 원을 체납해 3년째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혹시 회고록을 팔아서 세금을 내려고 했던 건 아닐까. 보통 책 팔면 저자한테 가는 인세는 책값의 10%다. 책이 2만 3천 원이었으니까, 1권 팔면 2천300원 정도, 한 40만 권쯤 팔면 세금 다 낼 수 있다. 40만 권 정도 되려면 베스트셀러인 '넛지'나 '구름빵' 정도로 '대박'을 쳐야 한다. 여전히 전두환을 추종하는 '애국 보수(?)'가 총결집했다면 가능했을까. 오늘도 금지된 회고록은 은밀하게 거래된다.


취재: 한동오, 최민기
촬영: 김태형, 시철우
영상편집: 송보현
그래픽: 이은선
VJ: 이경만

※ 전두환 관련 제보 언제나 환영합니다. hdo86@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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