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흔들리는 삼성 경영권...해답 없는 ‘사면초가’

[와이파일] 흔들리는 삼성 경영권...해답 없는 ‘사면초가’

2018.11.26.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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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로 결론 나면서, 아버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받은 48억 원을 일궈 20년 만에 삼성그룹을 지배하게 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은 사방에서 취약점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삼성생명이 다른 삼성 내 금융계열사를, 삼성전자가 다른 기타 계열사를 거느리며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죠.

[와이파일] 흔들리는 삼성 경영권...해답 없는 ‘사면초가’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배력이 너무 낮다는 겁니다. 직접 보유 지분은 0.65%에 불과하고 모두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통해 간접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에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취약한 지배 고리가 흔들리면 이재용 지배체제는 그대로 깨지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입니다.

관련기사 ▶ 삼바 쇼크에 역풍 맞은 이재용 체제...경영 승계 위기 (https://goo.gl/ve4Dti)

□ 삼성생명을 겨눈 보험업법 개정…삼성전자 지배력 ‘휘청’

현재 이재용 체제의 눈앞에 닥친 최대 위기는 보험업법 개정안입니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은 7.92%의 삼성전자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금융사는 계열사 주식을 ‘시장가’ 기준으로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놓았습니다. 그럼 삼성생명도 금융사인데 어떻게 3%보다 많은 계열사 삼성전자의 주식을 4% 넘게 초과해 보유할 수 있을까. 그게 정부와 국회가 보험업법을 개정하려는 이유입니다.

[와이파일] 흔들리는 삼성 경영권...해답 없는 ‘사면초가’

보험업법에는 은행, 증권사 등 다른 금융사와 달리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을 ‘현재 시점의 시장가(시장가)’가 아닌 ‘샀을 때 기준(취득가 기준)’으로 계산할 수 있게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시점에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현재 20조 원대지만, 샀을 때 기준으로 하면 5,690억 원밖에 안 돼서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로 있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법이 바뀌어 보험사도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시장가 기준으로 바뀐다면 삼성생명은 3%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든 시장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구조를 받치는 한 축이 무너지는 겁니다.

보험업 특성상 장기 투자가 많아 이런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도 있지만, 이런 현행 보험업법 덕분에 유의미한 이득을 보는 건 삼성생명뿐입니다. 그래서 현행 보험업법을 일각에서 ‘삼성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는 이유죠. 물론 20조 원에 가까운 매각 자산이 갑자기 시장에 나온다면 시장도 막대한 충격을 받을 수 있어 법이 개정되더라도 지분 매각에 충분한 유예 기간은 주어질 겁니다. 그러나 법 개정 자체만으로도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 삼바 분식회계 결론에 묶여버린 실탄…최악엔 ‘상장폐지’

그렇다면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삼성 입장에서 이재용 체제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요. 최근까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던 방안은 사실상의 지주사인 삼성물산이 이 물량을 모두 받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삼성물산에는 그만한 현금이 없습니다. 현금성 자산을 다 투입해도 삼성전자 지분을 다 살 수도 없거니와 그나마 있는 현금을 삼성전자 매입에 다 쓴다는 것은 경영 측면에서도 무모한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와이파일] 흔들리는 삼성 경영권...해답 없는 ‘사면초가’

해결책은 삼성물산이 지분의 절반가량을 갖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이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야심작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총 4위까지 뛰어오르며 한때 시가총액 규모가 39조 원까지 불어났으니까요.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각한 대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은 당시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돌파구였습니다. 그런데 분식회계 결론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한 데다 아예 주식 거래까지 정지돼버렸으니 그나마 있는 실탄마저 모두 묶여버리는, 해답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최대주주 돼도 문제…“삼성생명 놓친다”

근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삼성물산이 어떻게든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여도 삼성으로선 다시 곤란한 상황에 다시 빠지게 되니까요. 바로 공정거래법입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밑에 거느린 자회사들의 가치가 최대주주인 모회사 자산의 절반을 넘으면 지주회사로 바꾸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떤 회사가 있는데 자산 가치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자회사라면 이건 자체 사업하는 회사라기보다 자회사를 관리하는 회사로 보는 편이 합당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런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2%가량 더 매입하는 순간, 삼성물산(4.65%→6.65%)은 삼성생명(7.92%→5.92%)을 제치고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그럼 이 둘은 최대주주 모회사(삼성물산), 자회사(삼성전자) 구도로 바뀌는데,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까지 더하면 삼성물산은 강제로 지주회사로 전환되죠. 사실상의 지주회사와 법상의 지주회사는 법적으로 책임이 다릅니다.

[와이파일] 흔들리는 삼성 경영권...해답 없는 ‘사면초가’

왜냐면 금산분리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주회사는 금융계열 지주회사와 비금융 지주회사로 나뉘는데 삼성물산은 금융계열이 아니니 비금융 지주회사로 들어가죠. 그럼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 자회사의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합니다. 팔아야 하는 대상은 바로 삼성 기타 금융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생명입니다. 결국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올라서는 순간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배력이 끊어지는 겁니다. 그 얘기는 삼성 내 금융계열사의 지배력을 모두 상실해 경영권이 비금융으로 쪼그라들어 딱 반쪽이 되는 겁니다.

□ ‘공정거래법’에 발목…팔 수도, 살 수도 없는 삼성전자

근데 이재용 체제의 더 큰 불행은 이것마저도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주회사가 되면 밑에 거느린 자회사들의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합니다. 그 정도쯤은 돼야 지주회사라고 할 수 있게 법에 정해놓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에 대해 고작 한 자릿수의 지분율에 불과합니다. 그럼 삼성물산은 지주사로서 또 삼성전자 지분의 10% 이상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야 해 또 수십조 원을 써야 합니다.

곳간에 모아둔 돈도 없지만, 지배권 확보를 위해 행여 다른 자산을 매각이라도 했다간 다른 삼성물산 주주들이 가만있지 않겠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이 예전처럼 고공행진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자산을 끌어모았을 텐데 현 상태에선 그마저도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된 겁니다. 결국 이 사태를 피하는 방법은 삼성전자 지분을 사지 않고 매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포기하는 최후의 선택지입니다. 이번 분식회계 사태가 어떻게 경영권에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할 수 있겠죠.

[와이파일] 흔들리는 삼성 경영권...해답 없는 ‘사면초가’

□ 이재용 체제의 ‘사면초가(四面楚歌)’…경영권 곳곳에 누수

그야말로 사면이 위기입니다. 단 48억 원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하게 됐다는 마법 같은 신기루가 걷히자, 완벽해 보였던 이재용 부회장 지배체제가 실은 모래 위에 쌓아 올려져 있다는 사실이 세상 앞에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공고한 줄로만 보였던 지배력은 곳곳이 약점이었고 연결고리 한 곳만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지는 한계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20여 년 전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을 승계받고 대신 증여·상속세를 내는 방법을 택했다면 굳이 이 부회장이 지금처럼 이 먼 길을 돌아올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재용 체제가 맞닥뜨린 딜레마는, 한때 세상을 호령했으나 최후의 전투에서 성 사면으로 들려오는 초의 노래를 맞을 수밖에 없는 초패왕 항우의 고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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