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쇠사슬에 묶인 카페...갑은 을과 대화하지 않는다

[와이파일] 쇠사슬에 묶인 카페...갑은 을과 대화하지 않는다

2018.11.23. 오후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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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은 소리쳤다.

서울 광화문. 점심시간이 되자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카페 주인은 창문을 열고 소리쳤다. “정상 영업 중입니다!” 카페 주인은 40대 여성 A씨였다. 10층짜리 건물 1층에서 월세 70만 원을 주고 2014년부터 영업하고 있다. 카페가 쇠사슬로 봉쇄된 건 지난 13일 밤이었다. 건물주 아들 B 씨는 직원들을 동원해 군사 작전하듯 야밤을 틈타 카페 앞에 쇠사슬을 쳤다. 닷새 뒤, 일요일 아침에는 철제 장벽까지 세웠다. 매출 대부분을 올리던 ‘테이크 아웃’ 판매대는 그렇게 쇠사슬과 장벽에 가려졌다. 손님들은 가게가 수리 중인 줄 알고 발길을 돌렸다. 그 때부터 카페 주인은 점심때마다 소리쳤다. “정상 영업 중입니다!”

[와이파일] 쇠사슬에 묶인 카페...갑은 을과 대화하지 않는다

▲ 갑의 일방적인 요구.

지난 2일 건물주 아들인 B 씨는 카페 주인 A 씨에게 카페 테이크 아웃 판매대 앞을 주차장으로 만들겠다고 통보했다. 대각선으로 승용차 2대를 세울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날벼락 같은 말이었다. 4년 동안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던 터였다. “주차장을 경차 두 대 공간 정도로 좁혀서 테이크아웃 판매대로 가는 길을 만들면 안 될까요?” A 씨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B 씨는 안 된다고 했다. 아무런 협의 없이 열흘이 지났다. 그리고 쇠사슬과 장벽이 둘러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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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방해 아니다”

꽃집 간판도 장벽에 가로막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건물 임차인들은 건물주 횡포라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영업방해로 보기 애매하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번에는 관할 구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어쩔 도리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장벽 높이가 2m에 미치지 않고 지붕도 없어서 불법 건축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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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은 을과 대화하지 않는다.

카페 주인 A 씨는 다급했다. 가게 앞에 쇠사슬이 걸린 이후로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건물 관리사무실로 올라갔다. 건물주 아들 B 씨는 할 말이 없다며 내려가라고 했다. 이번에는 꽃집 주인이 전화로 따졌다. 대화로 푸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나 B 씨는 대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100단계 중에 10단계도 나가지 않았다고 으름장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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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에 대한 갑의 방식

건물주 B 씨는 카페 측이 무단으로 공용공간을 사적으로 사용해 왔다며, 테이크아웃 커피 판매 수익을 똑같이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차인들은 B씨의 아버지는 강남에도 건물 2채를 더 가진 빌딩부자였고, 집은 도곡동의 랜드 마크로 불리는 고층아파트라고 말했다. B씨 역시 서울 반포동의 아파트에 살았다. 그 아파트는 33평 기준 12억 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건물주 부자는 광화문 10층짜리 건물의 주차 공간 1면을 더 늘리겠다고 카페 앞을 쇠사슬과 철제 가벽으로 묶어 버렸다. ‘을’에 대한 ‘갑’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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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사슬은 아직도 묶여있다

재력이 있고 건물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편견과 색안경을 갖고 바라보지 않으려고 않으려 했다. 하지만 카페 주인은 월세가 밀릴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두통에 시달려 병원을 오간다. 반면 보도 이후에도 건물주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쇠사슬은 아직도 묶여있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 자조 섞인 농담이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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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YTN 취재 영상에서 갈무리

차정윤[jycha@ytn.co.kr]

[알려왔습니다.]

YTN은 2018. 11. 22. 및 11. 23. ‘쇠사슬에 묶인 카페…건물주 갑질 논란’이라는 제목 하에 건물주 측이 일방적으로 쇠사슬과 장벽을 설치해 카페 영업을 방해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건물 관리사무실 측은 ① 까페 측이 테이크아웃 판매를 위해 건물 공용부분인 주차 공간을 사용하고 있어 사용금지를 수년간 요청하여 왔으며, ② 관리사무실 측에서 주차공간 사용을 막기 위해 가벽을 세우는 도중, 카페 측 임대인이 차량으로 공사를 막은 것이라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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