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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50] "내가 당뇨라니!" 한달 동안 당뇨식 먹기 도전
Posted : 2018-10-06 09:30
[해보니 시리즈 50] "내가 당뇨라니!" 한달 동안 당뇨식 먹기 도전
영원히 젊을 것처럼 막살았는데 30대가 넘어가면서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건강검진을 했더니 '공복혈당 장애' 판정을 받았다.

(공복혈당은 100㎎/dL 미만이 정상수치이며, 100부터는 당뇨병 전단계인 공복혈당장애다)

아직 당뇨는 아니지만 이대로 살면 당뇨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진단이었다. 조부모 모두 이른 나이에 당뇨를 얻어 '집안 내력'일 것이라 짐작했지만 적잖은 충격이었다.

당뇨는 나이 든 사람에게 찾아오는 질병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젊은 환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30대 초반이지만 현재 식습관을 유지한다면 곧 당뇨 환자가 되어 인슐린 조절을 해야 한다.

의사는 식이조절과 운동을 하면 금방 좋아질 거라고 위로했지만 일을 하면서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외식을 일삼는 습관을 지닌 사람이 식습관을 180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간단한 원칙을 세우고 얼마나 혈당이 내려가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1. 바닐라 라테를 끊는다. 초콜릿과 과자를 끊는다.
2. 당뇨식을 하루에 한 끼 챙겨 먹는다. 밥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천천히 먹는다.
3. 수영을 배운다.

딱 한 달, 이렇게만 살아도 혈당이 낮아질까? 그렇게 도전이 시작됐다.

[해보니 시리즈 50] "내가 당뇨라니!" 한달 동안 당뇨식 먹기 도전

◇ 1인 가정을 위한 당뇨 배달식

요리를 하지 않는 사람도 당뇨식을 먹을 수 있다. 당뇨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면 된다. 우리나라는 요리하는 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만큼 1인 가정을 위한 가정식 배달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당뇨식 배달 시장도 활성화되어 있다.

각종 당뇨 환자나 암 환자를 위한 식단, 채식주의자를 위한 배달 업체도 있다.

당뇨식 배달업체 두 군데와 샐러드 배달 업체의 식단을 주문했다.
당뇨식은 임신성 당뇨에서부터 중증 당뇨 환자, 경증 당뇨 환자 식단까지 고를 수 있다.

일주일 치를 한 번에 주문하는데, 잡곡밥과 함께 설탕을 넣지 않은 조리법으로 조리한 당 지수가 낮은 음식이 배달된다. 사진으로는 먹음직스럽게 생겨서 기대했는데 조리하고 나니 초라해보였다.

잡곡밥은 입맛에 맞았지만, 당뇨식은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감미료를 더하거나 당을 반 이상 줄인 반찬들이라 평소 먹던 음식 맛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채소와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고 심심한 맛이 난다. 직접 조리할 수 있게 재료만 배달되기 때문에 양도 조절 가능한 것이 장점이지만 일반 반찬과 섞어 먹으면 확실히 손이 덜 간다.

[해보니 시리즈 50] "내가 당뇨라니!" 한달 동안 당뇨식 먹기 도전

◇ 습관과 유혹

주말 당직이라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상사가 와서 간단한 간식을 사주겠다고 했다. 빵이든 떡볶이든…. 말만 하라는 그를 딱 잘라 거절하기 쉽지 않아 공복 혈당 장애 이야기를 했다. 미안한 표정 반, '젊은 사람이 어쩌다가…?'라는 호기심 어린 표정 반.

매번 초콜릿이나 과일 주스를 내미는 손길에 당뇨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문제는 점심 식사다. 잡곡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상암동에 잡곡밥을 내주는 곳이 드문 데다 회식이라도 할라치면 당뇨식을 지키기 쉽지 않았다.

평소 좋아하던 탕수육과 자장면, 스파게티, 치킨…. 모두당 지수를 많이 올리는 음식들이었다. 과일은 키위 한 개, 사과 반 개 정도만 먹었다.

밖에서는 '아직 당뇨도 아닌데 유난 떤다'는 시선과 집에서는 '퍽퍽한 밥이 싫다'는 투정이 돌아왔다.
아낙필라식스(알러지 음식 과민증) 환자나 채식주의자의 고충이 마음으로 와닿기 시작했다.

"진짜로 바닐라 라테 끊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자랑스레 대답하자 "지독하다"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식습관의 부작용(?)도 있었다. 탄수화물과 당을 끊자 날카로워진 신경 탓에 주변 사람에게 난폭하게 굴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해보니 시리즈 50] "내가 당뇨라니!" 한달 동안 당뇨식 먹기 도전

◇ 몸은 분필과 같은 것. 한번 닳으면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당뇨에 걸리면 각종 합병증이 온다. 심하면 당뇨망막증으로 실명하거나 팔이나 발을 절단하는 경우도 있다. 소모성 질환이기 때문에 몸을 말 그대로 '축낸다'.

노화는 피할 수 없기에 천천히 정신과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이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보다 힘들었다. 음식도 운동도 모두 습관과 의지의 문제지만, 음식은 안 먹고 살 수 없지만 운동은 안 하고도 살 수 있지 않은가.

운동을 꾸준히 하려면 보상이 필요했다. 건강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모범생의 마음으로 매일매일 목표량을 채우는 재미를 길렀다.

달리기도 못 하고 자전거도 못 타지만 수영을 시작하면서 강사가 '잘한다'고 격려하자 강습이 없는 주말에도 수영을 나가게 됐다.

평생 운동과 담쌓은 내게도 맞는 운동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즐거워졌다.

[해보니 시리즈 50] "내가 당뇨라니!" 한달 동안 당뇨식 먹기 도전

◇ 병원보다 가까운 보건소 '대사증후군 관리 센터'

'당뇨' '공복 혈당 100mg/dL' '공복혈당 장애! 당뇨 전단계! 곧 당뇨!'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찬 한 달이 지났다.

직장과 가까운 마포구 보건소 대사증후군 관리 센터에서 혈당 검사를 받기로 했다. 보건소 대사증후군 센터는 생활습관병으로 뇌졸중 위험인자인 허리둘레, 중성지방, 공복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검사해준다.

전날 예약하고 건강검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전날 10시부터 금식하면 된다. 건강검진 센터에서 받은 결과지를 가지고 방문하면 이전 검사 내용과 비교해서 설명해준다. 비용은 무료다.

공복 혈당 94mg/dL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정상범위의 혈당이 나왔다. 사실 한 달 내내 엄격하게 지킨 식습관도 아니었다. 그간 먹던 초콜릿과 단 커피를 끊고, 저녁에만 당뇨식을 했는데도 낮아졌다.

의사는 "전형적인 마른 비만으로 운동을 해서 근육을 늘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비만은 당뇨의 원인이 된다. 혈당은 스트레스받으면 올라가기도 하고, 전날에 무얼 먹었느냐에 따라 다르다. 식습관을 안 지키면 또다시 금방 올라갈 테니 앞으로도 식습관을 지키라"고 조언했다.

혈당 문제는 단기간에 치료하고 끝나지 않는다.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문제다. '평생 어르고 달래서 안고 가는 질병'이다.

[해보니 시리즈 50] "내가 당뇨라니!" 한달 동안 당뇨식 먹기 도전

의사는 100mg/dL 정도면 아직 당뇨는 아니니 무심코 넘어가는 사람도 많지만, 습관성 질병이라 무시했다가는 당뇨병을 앓게 된다고 말했다.

상담이 끝나면 식단표와 함께 잡곡밥을 선물로 준다. 앞으로도 식습관을 잘 지키라는 의미다. 단순히 잡곡밥을 먹으라는 게 아니라 식사를 거르지 말고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막연히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시작하는데 두려움이 있었지만, 배달 반찬으로도 당 조절이 가능하고 운동 애플리케이션으로 운동 습관을 기를 수 있다.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보건소에 가서 무료로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당뇨식을 먹는다고 해서 운동을 게을리 하면 안 되고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당 지수가 높은 음식을 맘 놓고 섭취해서도 안 된다. 적절한 수면시간이 보장되야 하고, 밤 늦은 시간에 야식은 금물이다.

당뇨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은 그 자체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기르는 방법이기도 하다. 당뇨 발병 위험이 없더라도 매일 한 끼 정도는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YTN PLUS 최가영(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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