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45] 최악의 무더위, 온종일 에어컨 틀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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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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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45] 최악의 무더위, 온종일 에어컨 틀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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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민'학교에 입학하던 1994년, 그해 여름 지금까지 생각나는 유달리 생생한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미국 월드컵에서 독일에 아깝게 패배하고 눈물을 흘리던 모습과 김일성 사망으로 한반도 전체가 혼란에 빠졌던 일, 그리고 유례없는 무더위 탓에 온몸에 땀띠가 돋아나고 잠을 설치던 기억이다.

올해 무더위는 역대 최악이었던 그 시절 1994년을 떠오르게 했다. 아니, 그때보다 더 심각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점은 에어컨이 과거보다 보편화했다는 점이다. 에어컨을 발명한 윌리엄 캐리어에게 사후 노벨상이라도 수여하고 싶은 마음이다.

[해보니 시리즈 45] 최악의 무더위, 온종일 에어컨 틀어보니

(▲우리 집 이번 달 전기요금)

1way시스템에어컨을 쓰는 우리 집은 올 7~8월 거의 매일 밤새 에어컨을 켰다. 우리 집 7-8월 전력사용량은 585kWh. 여름 4인 가구 평균(350kWh)을 뛰어넘는 사용량이다. 그러나 전기 요금 고지서가 두렵다고 에어컨을 끄고 살 수는 없었다.

올해 일시적으로 시행된 하계 주택용 전기요금 특례는 검침일이 1일~12일인 가구의 경우 8~9월용 요금을, 15일에서 말일인 가구는 7~8월 요금을 감면받게 된다. 우리 집은 검침일이 월 상반기인 탓에 다음 달 요금을 할인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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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번 달 할인이 적용됐다면 전기요금은?)

그렇다면 만약 우리 집 검침일이 말일이고, 이번 달 요금이 감면됐다면 금액이 얼마나 할인됐을까?계산해보니 지난 고지서 기준으로 2만 1,29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비록 전기요금 할인은 다음 달로 넘어갔지만, 전기요금은 내가 각오한 요금보다(는) 적게 나왔다. 2000년대 초반 우리 집에 처음으로 에어컨이 생겼을 때 엄마는 "에어컨 때문에 전기요금이 40만 원 가까이 나왔다"며 하루 2시간 이상 에어컨을 켜지 못하게 했는데 말이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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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형, 벽걸이형, 그리고 제품별로 전력소비량 차이는 있지만, 최근 판매되는 에어컨은 확실히 과거보다 전력 소비가 적다. 2011년 이후 생산된 에어컨은 인버터형이지만, 2010년까지는 대부분 정속형 에어컨이 판매됐기 때문이다.

더운 집을 시원하게 만드는 데는 많은 전력이 필요하지만 한 번 시원해진 집을 계속 시원하게 유지하는 데에는 전력이 크게 소비되지 않는다. 인버터형은 한번 온도를 냉각한 뒤 사용량을 알아서 줄이기 때문에 끄지 않고 오래 켜놓는 게 이득이다. 정속형은 늘 처음 냉각할 때의 파워를 유지하기 때문에 전기 요금이 많이 나오게 된다. 따라서 만약 가정에서 과거에 구매한 정속형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다면, 관련 사이트에서 요금을 비교해 보고 에어컨을 새로 구매하는 게 오히려 절약하는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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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하는 오피스텔에 설치된 1 way 시스템 에어컨)

다른 절약법도 있다. 전문가들은 에어컨 희망 온도와 실외 온도의 차이를 10℃ 이내로 맞추라고 권장한다. 실외와 실내 온도가 10℃ 이상 차이가 나면 외부 유입 열을 제거하기 위해 전력 사용량이 급증가하기 때문이다. 희망 온도를 올리고 선풍기와 에어컨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도 널리 알려진 절전 방법이다. 에어컨과 선풍기의 바람 방향을 천장 쪽으로 하는 것도 에너지를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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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각에서는 한국의 전기 요금이 똑같이 3단계 누진세를 사용하는 일본보다 비싸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우리나라는 1단계와 3단계 요금이 3배 이상 차이 나는데 일본은 이 차이가 1.5배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그 근거다. 두 국가 다 3단계 누진세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비교가 이루어진 듯하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구간별 금액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93.3원(200kWh 이하), 187.9원(201~400kWh), 280.6원(401kWh 초과)으로 책정돼있는 반면 일본은 195원(0~120kWh), 260원(121~300kWh), 300원(301kWh 초과)으로 책정돼있다. (※ 2018년 8월 31일 환율 기준) 이는 일본에서는 전기요금을 120kW 이하로 적게 써도 내야 하는 요금이 우리보다 2배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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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나라 가정이 일본 가정보다 많은 전기요금을 내려면 매달 사용량 1000kWh를 초과하는 '슈퍼 사용자'가 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구 가운데 사용량 1000kWh를 초과하는 가정은 전체의 0.2%밖에 되지 않는다. 평균이 아닌 극히 일부의 케이스를 가지고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일본보다 비싸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일본과 우리나라 사례처럼 '싸고 비싼' 개념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아무리 에어컨 전력 사용량이 과거보다 싸졌다고는 해도 저소득층에게는 에어컨 구매도, 전기요금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와 같은 폭염은 '자연재해'다. 우리나라도 에어컨이 없는 가정이나 에어컨이 없는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할 것이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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