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38] '내가 몰랐던 권리' 노동법 교육 받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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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4.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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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38] '내가 몰랐던 권리' 노동법 교육 받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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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변하는 노동법,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

하지만 교육과정에서 '노동법' 배울 기회 없는 대한민국

나라에서 노동법 교육 및 노조 활동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우리나라 노조 가입률 10.2%로 10명 가운데 1명꼴

노동법 교육 들어봤더니...'어렵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법'


'노동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것은?

학창 시절에 배운 노동삼권과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라는 단어가 기계적으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또는 머리에 띠를 두른 채 깃발을 흔들며 노래는 부르는 시위대의 모습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최근 한창 이슈인 '52시간제'와 '최저 임금'을 생각할 수도 있다.

노동법은 우리나라 국민 전체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매우 낯설게 다가온다. 근로기준법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뭐가 좋은지 도통 알 방법이 없다.

깊이 들어가면 더욱 머리가 아프다. 단체 교섭이란 것이 그래서 회사와 무엇을 논하자는 건지, 단체 행동은 과격한 일부 노동자만 나서는 것 같은데 대체 굳이 왜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지 갓 취직한 직원들은 알 길이 없다.


[해보니 시리즈 38] '내가 몰랐던 권리' 노동법 교육 받아보니

그러나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은 중등교육과정에서부터 노동법을 자세히 공부한다. 단순한 개념뿐만 아니라 토론, 유도식· 체험식 노동 교육이 필수다. 여기에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필수적으로 진행되는 모의 단체교섭 실습도 병행한다.

프랑스 역시 근로계약서, 임금, 아동노동, 여성 노동, 산업재해, 산업안전조건, 근로조건, 불법 노동, 집단적 조직, 파업 등을 정규 교육과정 동안 무려 3년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가르쳐 노동자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돕는다. 이러한 교육을 받고 사회로 나간 노동자들은 권리를 찾는 활동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선진국에서는 노동자와 노동 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와 현저히 다르다.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노동자끼리 단결해야 건강한 노사 관계를 수립할 수 있다는 국민 전체의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기업 중심' 마인드로 노동조합 활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수다. 기본적인 노동 권리를 교육 과정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다 보니 국민이 인식하는 노동조합의 모습은 언론에 가끔 나오는 '과격한 시위대'의 모습이 전부다.

부정적 분위기는 수치로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노조 가입 비율은 노동자의 83%고, 핀란드는 69%, 스웨덴은 67%지만 우리나라는 단 10.2%의 노동자만이 노조 가입자다. 10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통계가 말해주듯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은 아직 선진국보다 매우 열악하다.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21세기에 있는 회사라고는 믿기 어려운 기이한 직장에 다니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는 사람들도 많다.

성희롱과 성추행이 빈번하고, 법인 카드로 유흥 업소를 드나들고(아직도), 직원을 '김 양'이라고 부르고, 심지어는 회사 대표가 직원을 주말 태극기 집회에 강제 동원하는 곳까지 존재한다. "그런 회사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당신의 회사가 그렇지 않다면 참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회사에도 노동조합이 있고 나 역시도 노조원이지만, 교육 한 번 받은 적 없는 평범한 노동자들이 인터넷 검색만으로 노조 활동을 제대로 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언론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모두가 알아야 하지만 대부분 알지 못하는' 노동법 교육을 받기로 했다.

[해보니 시리즈 38] '내가 몰랐던 권리' 노동법 교육 받아보니

첫 노동 교육은 우리 분회가 속한 언론노동조합 이기범 교육실장님 도움으로 진행됐다.

딱딱한 교육을 상상했지만, 의외로 교육은 대학생 OT 같은 즐거운 분위기였다. 교육을 빙자한 수다를 떨며 느낀 건 수년 동안이나 매일같이 얼굴을 맞댄 직장 동료임에도 우리는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만약 우리끼리 회식을 한다면 무얼 먹고 싶은지, 옆 사람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영화나 책이 있는지, 노동자란 그리고 노동조합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교육실장은 노조원들이 서로 이야기하고,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는 첫 번째 단계다.

[해보니 시리즈 38] '내가 몰랐던 권리' 노동법 교육 받아보니

최근에 받은 교육은 지난 10일, 상암동 사옥에서 진행됐다. 주제는 실질적인 노동조합 활동과 노동법'이었다.

노동법과 단체교섭, 단체협약에 대한 실질적인 문제가 주제로 나왔다. 초기 노조 활동에서 조합원을 모집할 때 조합원들은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가장 먼저 한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가 노동조합 가입을 이유로 불이익을 준다면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며, 최근 판례에서는 이전보다 부당노동행위의 개념을 넓게 파악하는 추세다.

지난 11일에는 노조를 탈퇴하면 파트장 직책을 부여하고, 거부하는 파트장은 직책을 빼앗는 방법으로 직원 길들이기를 했던 베어스타운 운영업체에 법원이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계약서가 없는 계약은 형사처벌 대상이라든지, '후임자가 없으면 퇴사할 수 없다'는 계약서 조항이 위법이라든지, 지각·조퇴로 벌금을 물리거나 휴가를 쓰게 하는 행위 등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등의 몰랐던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해보니 시리즈 38] '내가 몰랐던 권리' 노동법 교육 받아보니


지금까지 모두 세 번의 교육을 들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교육 1~2회로는 수박 겉도 아니고 꼭지나 겨우 핥은 수준이다. 선진국에서 수년 동안 노동법을 가르치는 이유는 그만큼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다양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년 노동법 개정안이 나오니만큼, 변화를 주시하고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애쓴 우리 윗세대의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의 근로 환경은 아직도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미싱은 잘도 돌아가는' 그곳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만약 부당노동행위 관련 상담이 필요하거나 노동조합 설립 방법을 알고 싶다면, 노동자 권리찾기 상담센터(1577-2260)를 통해 상담이 가능하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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