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37] AI 면접 도전기, 멀고도 험한 취업문 뚫을 수 있을까?

[해보니 시리즈 37] AI 면접 도전기, 멀고도 험한 취업문 뚫을 수 있을까?

2018.07.07.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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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37] AI 면접 도전기, 멀고도 험한 취업문 뚫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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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일 만의 도전"
면접, 설렘과 떨림 사이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두 글자. 지금껏 얼마나 많은 면접을 보았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가장 최근의 면접은 잊을 수 없다. 지금 이 기사를 쓰기 위해 거쳤던 2016년 10월 어느 날 두 번의 면접.

그 후 623일이 지나 기사를 위해 AI(인공지능) 면접을 보게 됐다.

다시금 취업준비생의 입장이 되어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취업의 문은 여전히 너무나 좁게 느껴졌다.

"면접이라는 이름의 무게"
AI 면접의 가장 큰 장점은 노트북과 인터넷이 갖춰진 환경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면접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AI 면접 체험을 위해 방음이 잘되고 아무도 없는 회의실을 찾았지만, 왠지 모르게 두근거리는 심장은 어쩔 수 없었다.

눈앞에 면접관이 없을 뿐, 면접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을 달래며 면접을 시작했다.

"얼굴을 등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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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시작에 앞서 이름과 부여받은 개인 고유 코드를 입력했다. 정보 활용 동의를 마치고 나면 카메라와 마이크 등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체크해야 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허공을 향한 인사는 조금 민망했다.

안면 인식을 위해 노트북의 카메라로 얼굴까지 등록하면 모든 준비 끝. 전체 면접 과정이 끝날 때까지는 약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는 안내가 이어졌다.

"나 떨고 있니?"
시작은 다른 면접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기소개와 성격의 장단점, 지원동기 등 차가운 분위기를 녹이기 위해 흔히 ‘아이스 브레이킹’이라 불리는 질문 위주였다. 면접 질문이 제시되면 잠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곧장 답변 시간에 들어갔다.

첫 질문은 자기소개. 너무 오랜만의 면접인 탓에 횡설수설했고, 심지어 말까지 더듬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무척이나 떨렸다. 현장에 면접관이 없을 뿐이지 결국 누군가(인공지능)에게 평가받는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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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면접 장면이 전부 녹화되고 있다는 것도 긴장감을 더했다. 세상 어딘가에 나의 흑역사가 기록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질문이 비처럼 쏟아진다"
기본적인 몇 가지의 질문이 끝나고 약 60여 개에 달하는 인,적성 검사가 시작됐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내 것처럼 느낀다' 같은 질문을 놓고 '매우 그렇다' 부터 '전혀 그렇지 않다' 까지 6지선다형으로 선택하는 문항이었다. 채용절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답으로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단계였다.

이후 이어지는 질문들은 '상황제시형'으로 지원자별로 세부적인 내용이 달랐다. 인공지능이 앞선 인적성검사에서 파악한 지원자 성향을 바탕으로 다음 면접 질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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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선배가 일을 시켰는데 선약이 있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처럼 특정 상황이 제시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답하는 형식이었다. 이때는 실제로 대화하듯 답변하라는 요구가 추가로 덧붙여졌다.

"점점 편해진다"
다양한 질문들 뒤로 다섯 종류의 게임이 제시됐다. 제한된 횟수 내에 공을 옮겨 제시된 형태를 만드는 것처럼 흔히 우리가 IQ 테스트라고 알고 있는 것과 유사한 종류였다. 그런데 이쯤 되니 처음의 긴장감은 점점 줄어들고 마음속은 편안함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해보니 시리즈 37] AI 면접 도전기, 멀고도 험한 취업문 뚫을 수 있을까?

실제 지원자처럼 입사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진지한 태도에 미치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컴퓨터만 바라보며 면접을 진행하는 환경 자체에서 오는 편안함도 한몫했다. 면접 내내 카메라에 시선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눈길은 습관적으로 모니터를 향했는데,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 같다는 걱정도 들었다.

앞선 질문들과 비슷한 유형의 지원자 맞춤형 질문을 포함해 간단한 추가 질문 몇 개가 더 이어지고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면접이 끝났다. 면접 내내 흔히 '압박 면접'이라 불리는 날카롭고 긴장되는 분위기는 느끼기 어려웠다.

"B"
결과가 나오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나에게 내린 종합평가는 보통 수준의 성적이라는 'B등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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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맡은 목표를 성취하려는 열망이 매우 강하다'며 나를 칭찬했지만, '많은 정보를 빠르게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나의 약점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공감을 하는' '야망 있는' '규칙을 지키는' '공정한' 등의 키워드로 나를 정의했다.

"일장일단"
AI 면접 첫 경험의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온 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기대된다는 점. 주관적인 첫인상이나 선입견 없이 인공지능에게 평가받는다는 것은 최근 문제가 되는 '채용 비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또한 더 많은 지원자가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면접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한 번의 기회가 소중한 면접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반면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가장 큰 단점이었다.

[해보니 시리즈 37] AI 면접 도전기, 멀고도 험한 취업문 뚫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면접관 특유의 목소리와 눈빛까지는 흉내 낼 수 없었다. 어떤 직장에 입사하건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일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평가의 주체가 기계라는 건 회사와 지원자 모두에게 잠재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지원자 입장에서는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는 상태로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예상외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었다. 물론 현재 AI 면접을 활용하는 기업 중 별도의 사전·추가 면접 없이 AI 면접 하나만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는 없다.

"또 다른 스펙이 되지 않길"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AI 면접이 취업준비생들이 갖춰야 하는 또 하나의 스펙이 될 가능성이었다.

AI 면접은 면접이 진행되는 한 시간 내내 카메라가 얼굴의 근육 포인트 68개를 포착하여 표정에 따른 혈류량과 맥박을 분석하고, 눈 깜빡임과 눈동자의 움직임, 목소리의 음색과 음높이, 발음정확도, 떨림, 크기까지 파악한다. 게다가 54,720개의 질문을 갖추고 직무에 따라 43만 개의 조합이 가능하다고 한다.

좋은 평가를 위한 편법이 통하지 않고, 면접 횟수에 따라 평가 역시 좋아지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AI 면접이 8대 스펙(학력, 자격증, 어학연수, 봉사활동, 공모전, 토익, 인턴, 학점) 옆에 자리 잡아 또 하나의 새로운 스펙으로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이 앞섰다.

[해보니 시리즈 37] AI 면접 도전기, 멀고도 험한 취업문 뚫을 수 있을까?

"윈윈을 꿈꾸며"
손에 쥐어진 면접 결과지를 보며 결국 기계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받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원자는 "진짜 나의 능력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얼마나 정확할까"하는 의문을 갖게 되고, 면접관들 역시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기계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AI 면접은 취업과 채용에 유리한 도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하지만 마음속 한구석은 왠지 석연치 않았다. 알파고가 진화했듯 AI 면접 역시 발전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회사와 지원자 양측을 만족시키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찾길 소망해본다.

[해보니 시리즈 37] AI 면접 도전기, 멀고도 험한 취업문 뚫을 수 있을까?

AI 면접이란
인공지능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지원자의 얼굴 근육, 목소리, 뇌파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종합 평가하는 새로운 채용 시스템.

지원자의 얼굴에 68개 포인트를 지정하여 카메라를 통해 표정과 근육의 움직임을 포착해 실시간으로 혈류량, 심장박동까지 분석할 수 있다. 마이크를 통해서는 음성의 높낮이나 떨림, 속도는 물론이고 자주 사용하는 단어 등을 파악해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측정한다.

뇌신경과학과 생물학을 바탕으로 설계된 탐색 질문, 상황질문, 뇌과학게임, 심층구조화질문 등을 지원자에게 제시하고 인공지능이 답변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고성과를 낼 수 있는 지원자를 찾을 수 있다.

인공지능 면접은 면접관의 감정과 주관 의견이 배제되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평가 시간 단축으로 면접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다수의 지원자에게 기회 제공도 가능하다. 하지만 주어진 데이터만을 바탕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지원자의 잠재력이나 인성 등 내적 가치를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롯데그룹, 한미약품, SK브로드밴드, LG U+, 경동 나비엔, 유한킴벌리, 3M,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의 회사가 AI 면접을 활용하여 채용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YTN PLUS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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