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29] 아이스크림 할인점 가보니, 도대체 진짜 가격은?

[해보니 시리즈 29] 아이스크림 할인점 가보니, 도대체 진짜 가격은?

2018.05.09. 오후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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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29] 아이스크림 할인점 가보니, 도대체 진짜 가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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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시즌이 돌아오고 있다. 낮 기온이 20도를 웃돌면서 우리 팀에서도 최근 재미 삼아 사다리 타기 게임으로 아이스크림 내기를 몇 번 했다.

벌칙에 걸려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살 때마다 드는 단순하고 막연한 생각. '아이스크림을 좀 더 싸게 살 수는 없을까?' 반값 할인하는 동네 대형 슈퍼마켓이나 아이스크림 할인점 등을 떠올린다.

특히 지난해 창업 붐을 일으킨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는 기존 편의점 등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의 40~60% 가격으로 상품을 내놓는다. 영남 지역 등에 널리 퍼졌던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최근 수도권과 서울 시내 주택가에도 진출했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다른 소매점들처럼 롯데제과, 빙그레 등 빙과 제조업체 영업점으로부터 직접 공급받는다.

다만 '박리다매' 전략을 써 아이스크림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사들인 뒤 마진율을 줄이고 싸게 파는 구조다. 유통 과정이 적고 창고형 매장에 아이스크림만 취급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물론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대해 초기 창업 비용이 1,000만 원이라는 둥 광고성 기사가 기승을 부리고, 제조사가 가격을 올리거나 성수기가 지나면 쉽게 폐업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내세우는 저렴한 가격에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얼마나 싸게 파는지, 아이스크림 상태는 괜찮을지, 진짜 아이스크림 가격은 왜 이렇게 들쑥날쑥한지. 그래서 서울의 아이스크림 할인점 두 곳을 방문해봤다.

[해보니 시리즈 29] 아이스크림 할인점 가보니, 도대체 진짜 가격은?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창고형 매장이어서 특별한 인테리어랄 것이 없었다. 두 매장 모두 큰 대로변이 아닌 아파트 단지 골목에 들어서 있었다. 임대료를 줄이고 동네 손님들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보였다.

처음 A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들어서자 좁고 긴 구조의 매장 양옆으로 아이스크림 냉동고가 쭉 늘어서 있었다. 롯데제과, 롯데푸드, 해태제과, 빙그레 등 대표 빙과류 제조사에서 출시된 다양한 아이스크림이 가득했다.

아이스크림 제조일자도 대부분 지난 3~4월로 표시됐고, 손으로 만졌을 때 특별히 녹거나 모양이 변형된 제품은 거의 없었다.

[해보니 시리즈 29] 아이스크림 할인점 가보니, 도대체 진짜 가격은?

보통 편의점에서 1,000원 하는 '스크류바', '죠스바', '메로나' 등 바 종류 아이스크림이 400원이었다. 쭈쭈바 종류는 400원~500원, 콘 종류는 750원부터 2,500원으로 다양했다. 할인 폭이 큰 대형 슈퍼마켓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롯데와 빙그레의 프리미엄 브랜드 나뚜루, 끌레도르나 영국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매그넘 등은 할인되지 않았다.

두 번째 B 아이스크림 할인점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입구에 눈길을 끄는 입간판 정도가 있고 내부 장식은 최소화했다. 아이스크림 가격이나 제품 상태는 A 할인점과 거의 같았다.

대체로 저렴한 가격 덕분인지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나,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 무리가 단체로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러 왔다. 학생들은 판매원에게 "저희 어제도 사 먹으러 왔었어요!"라고 반갑게 인사했다.

[해보니 시리즈 29] 아이스크림 할인점 가보니, 도대체 진짜 가격은?

바로 건너편에 편의점이 있었지만 그보다 50% 할인된 가격에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소비자들에겐 이익이다. 특히 편의점,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에 유통 업태에 따라 아이스크림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할인점은 365일 할인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총 6,150원에 메로나, 스크류바, 뽕따, 수박바, 끌레도르 등 아이스크림 9개를 구매했다. 제값에 구매했다면 1만 원이 넘었을 양이다. 솔직히 그동안 제값 주고 먹었던 수백 개의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면 아깝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한 아이스크림 할인점 프렌차이즈 업체에 문의한 결과, 각 점포의 평균 마진율이 30% 정도라고 했다. 이 마진율대로라면 점주들은 400원 하는 아이스크림을 대략 300원 정도에 사들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할인점이 제시한 할인폭 외에 제품 자체에 권장표시가격은 표기되지 않아 소비자들은 정확한 아이스크림 가격을 알기 어렵다.

[해보니 시리즈 29] 아이스크림 할인점 가보니, 도대체 진짜 가격은?

아이스크림 할인점 등장으로 정상 아이스크림 제품을 반값에 살 수도 있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사실 할인점 등장 전부터 동네 대형 슈퍼마켓 등에서 가격 경쟁을 위해 '반값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이스크림 가격에 대한 불신은 꽤 오래 이어져 왔다.

지난 2010년부터 아이스크림 권장소비자가격이 표기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판매자가 할인 명목으로 같은 아이스크림도 제각각의 가격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2016년까지도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시도했지만, 빙과업계와 소매점 간 입장 차이를 조율하지 못해 무산됐다. 그러는 사이 아이스크림 가격은 조금씩 올라갔다.

결국 소비자 신뢰도를 회복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2월부터 롯데푸드, 롯데제과, 해태제과, 빙그레 등 4개 빙과업체는 일부 종이컵, 종이 상자로 포장되는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롯데푸드는 '구구'를 5,000원에, 롯데 제과는 '셀렉션', '티코'를 4,500원에 판매한다. 해태제과는 '베스트원', '체리마루', '호두마루' 등 컵류 아이스크림을 4,500원, 빙그레는 '투게더'와 '엑설런트'는 각각 5,500원, 6,000원으로 권장소비자가격을 정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정찰제가 시행되면서 불과 몇 년 전까지도 3,000~4,000원대에 먹을 수 있던 아이스크림들 가격이 오른 것 같다", "다소 비싸다"는 반응이다.

[해보니 시리즈 29] 아이스크림 할인점 가보니, 도대체 진짜 가격은?

가격 정찰제에 관해 빙그레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종류 아이스크림에도 확대할 예정"이라며 "유통점포와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앞으로 아이스크림 성수기에 접어들면 권장소비자가격 시행 효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권장소비자가격을 비싸게 느낄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동안 워낙 싼 가격에 팔려왔고, 그래서 빙과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했기 때문에 가격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정찰제가 확대되면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는 물론, 동네 슈퍼마켓 등에서도 할인되지 않는 품목이 늘 것이다.

그럼에도 지역별로, 점포별로 들쑥날쑥한 아이스크림 가격이 달라 이를 통일하고 빙과업계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권장소비자가격을 현실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빙과 업계와 소매점의 가격 갈등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다. 무조건 아이스크림 가격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라, '원가 대비 지나치게 마진율이 높은 가격 거품을 빼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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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아이스크림 구매 TIP

끝으로 본격적인 아이스크림 시즌을 앞두고 한국소비자원에서 제공한 아이스크림 구입 시 유의사항을 첨부한다. 할인된 가격이라고 싸다고 해서 무턱대고 먹어선 안 된다.

우선 아이스크림을 살 때는 제조일자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현행법상 아이스크림에 유통기한을 생략하는 대신 제조일자 표시만을 의무화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이 18도 이하 냉동 보관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세균이 쉽게 번식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유통과정에서 온도관리가 부실하면, 아이스크림이 일부 해동해 위생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튜브형 제품의 경우 손으로 만져봤을 때 모양이 변했거나 지나치게 딱딱한 상태라면 녹았다가 다시 언 오래된 제품일 수 있다. 표면에 성에가 끼거나 녹아서 끈적해진 아이스크림도 구매에 신중해야 한다. 포장지가 뜯기거나 훼손된 제품은 물론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스크림을 구입한 후에도 먹다 남은 제품은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하고 될 수 있는 한 빨리 섭취하는 것이 낫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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