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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28] '5분만 해도 땀범벅'...심폐소생술 배워보니
Posted : 2018-02-07 14:00
[해보니 시리즈 28] '5분만 해도 땀범벅'...심폐소생술 배워보니

심정지 '5분'이면 뇌는 치명적 손상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심폐소생술, 왜 나는 못 할까?

동영상 강의 수강과 실제 경험은 천지 차이

1분에 100~120회, 5cm 깊이로 흉부 압박? 실습 없이는 모른다


직업 특성상, 한두 달에 한 번꼴로 심폐소생술로 귀한 목숨을 구한 기사를 접한다. 아버지를 구한 초등학생, 지하철역에서 행인을 구한 간호대학교 학생, 콘서트 도중 연주자를 구한 관객... 이들은 모두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 의인으로 남았다.

하지만 감동보다 중요한 핵심은, 목숨을 구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심폐소생술 실습'을 해본 적이 있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한 초등학생은 교육을 받은지 4시간 만에 심정지가 온 행인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나는 실습을 해 본 경험은 없지만, 뉴스나 동영상 교육 등으로 간접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필요한 때가 오면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해, 길거리에서 쓰러진 한 할아버지를 봤을 때 나는 다른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어디가 심장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늘 그렇듯, 이론과 실제 상황은 너무나도 다르다.


[해보니 시리즈 28] '5분만 해도 땀범벅'...심폐소생술 배워보니

(▲사진: 라이프온교육센터 교육 자료)

우리나라에서 갑작스럽게 심장이 멈춰 심정지로 쓰러지는 환자는 연간 3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렇게 쓰러진 환자 가운데 병원으로 옮겨져 살아남은 사람은 100명 중 4명 남짓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생존율이 떨어지는 핵심 이유는 바로 심폐소생술의 부재다.

대한심폐소생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이 심정지가 온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는 전체의 12%,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일반인 시행률이 30%인데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해보니 시리즈 28] '5분만 해도 땀범벅'...심폐소생술 배워보니

(▲사진: 라이프온교육센터 교육 자료)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양하다.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혹은 방법을 몰라서, 또는 선의로 심폐소생을 했다가 오히려 환자가 잘못돼 자신에게 피해가 갈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법은 배우면 된다. 또한 의도하지 않은 손해를 끼쳤다고 해도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에 따르면 '선한 의도로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다가 의도하지 않은 손해를 끼쳤을 때 구조자를 보호할 수 있게 돼 있다'는 조항이 있다.

필요성을 깨우친 뒤 심폐소생술을 배우기로 했다. 생각보다 심폐소생 교육을 받는 법은 어렵지 않았다. 대한심폐소생협회 홈페이지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해주는 기관과 스케줄이 명시돼 있다.

[해보니 시리즈 28] '5분만 해도 땀범벅'...심폐소생술 배워보니

(▲사진:대한심폐소생협회 홈페이지, 일반인 과정을 찾으면 된다.)

내가 선택한 곳은 대한심폐소생협회의 승인을 받은 서울의 한 교육기관이었다. 교육 정원은 10명, 교육비는 총 3만 원이며 이론과 실습, 평가 시간을 합쳐 약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실습 인형 '누르고'는 2인에 한 개씩 제공됐다. 센터에 도착하니 매트 위 놓인 내 이름표와 상체만 있는 인형 '누르고'가 나를 반겼다.

[해보니 시리즈 28] '5분만 해도 땀범벅'...심폐소생술 배워보니

실습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 그리고 자동제세동기(심장충격기) 사용법을 배우며 이론은 CPR을 시행해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는 법과, 그리고 CPR의 중요성, CPR의 의학적 원리를 배우게 된다.

심장은 온몸으로 혈액을 내뿜어주는 역할을 하므로 심장이 멈추면 온몸에 산소 공급이 중단된다. 이때 가장 문제가 되는 기관이 뇌다. 뇌는 혈액 공급이 4~5분만 중단돼도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에 5분 이상 혈액 공급이 중단된 경우 영구적인 뇌 손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심정지 상태에서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해 환자의 심장 부근을 눌러주면 인공적으로 혈액을 뇌로 보낼 수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구급차가 올 때까지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이것이 CPR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 2014년부터 초등학교 5, 6학년과 중고등학교 최소 1개 학년 이상은 필수적으로 심폐소생술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 세대에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강조되지 않았다.
80년대에 태어난 나 역시 마찬가지로 따로 CPR 교육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해보니 시리즈 28] '5분만 해도 땀범벅'...심폐소생술 배워보니

누르고의 흉부를 압박하면 이마 좌우에 두 개의 숫자가 나타난다. 왼쪽 100은 '1분에 100회' 속도를 유지하라는 뜻이고 오른쪽 숫자 '5'는 5cm 정도 압박하라는 뜻이다. 만약 속도가 적절하지 않으면 숫자 100이 붉은색으로 변하고, 깊이가 틀리면 숫자 5가 붉어진다. 여러 번 반복되는 실습에도 이마의 붉은빛은 잘 사라지지 않았다.

슬쩍 뒤편에 초등학생 실습생을 보니 나보다 훨씬 능숙한 모습을 보이며 이마에 초록 불만이 들어온다. 약간의 자괴감이 들었다.

[해보니 시리즈 28] '5분만 해도 땀범벅'...심폐소생술 배워보니

인공호흡 역시 어려웠다. 입을 크게 벌리고 밀착을 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탓이다. 제대로 호흡이 들어가면 누르고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지만 내 인형의 가슴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선생님 두 분의 지도를 받고 나서야 인공호흡에 성공했다. 실제 상황이라면 2분 CPR과 2회 인공호흡을 구조대가 올 때까지 무한히 실시해야 한다.

[해보니 시리즈 28] '5분만 해도 땀범벅'...심폐소생술 배워보니

(▲기자가 교육받는 모습. 정석 자세는 팔꿈치를 굽히지 말아야 한다. 영 엉망이다.)

이어 자동제세동기(심장충격기) 사용법도 배웠다. 과거 명칭은 자동제세동기지만, '제세동'이 의학 용어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심장충격기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친정집에도 자동제세동기가 마련돼 있었지만 그 정체가 심장충격기라는 사실을 이날 교육을 받고 나서야 깨달았다.

[해보니 시리즈 28] '5분만 해도 땀범벅'...심폐소생술 배워보니

심장충격기는 일단 전원을 켜면 사용법을 음성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음성이 물러나라고 지시할 때 몸을 멀리 떼 감전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전류가 흐르지 않을 때는 계속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줘야 한다.

[해보니 시리즈 28] '5분만 해도 땀범벅'...심폐소생술 배워보니

(▲서혜숙 씨 가족은 3대가 다 함께 교육장을 찾았다.)

이날 수강생은 모두 10명이었고 그 가운데 5명이 일행이었다. 나와 같은 조가 돼 실습을 했던 독산동 주민 서혜숙 씨는 방학을 맞아 시부모님과 딸까지 3대가 다 같이 심폐소생술을 배우러 교실을 찾았다고 했다. 서 씨는 "어머님 아버님은 받을 기회가 많지 않으시고 집도 가까워서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보니 시리즈 28] '5분만 해도 땀범벅'...심폐소생술 배워보니

혜숙 씨의 딸 변하은(11, 서울 정심초등학교)양은 친구 이미란 양과 함께 조를 짜 심폐소생술을 배우면서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하은 양은 "이제 길에서 쓰러진 사람을 본다면 내가 빨리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른스럽게 말했다. 혜숙 씨의 시아버지 역시 "구청에서 교육 받아본 경험이 있었지만 다시 받으니 더욱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며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해보니 시리즈 28] '5분만 해도 땀범벅'...심폐소생술 배워보니

교육이 끝나고 수료증을 발급받은 뒤 집으로 향하는 길. 정체를 알 수 없는 근육통과 졸음이 찾아왔다. 평소에 운동도 안 하는 주제에 체력 소모가 심했던 탓이다.

심폐소생은 상대방의 갈비뼈에 충격이 갈 정도로 강하게 압박해야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오래 하면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의료인들도 2분마다 번갈아 가며 심폐소생을 수행해야 할 정도로 체력을 요구한다. 만약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을 때 주변에 심폐소생이 가능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여러 명이 합심해서 도움을 줘야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올바른 심폐소생술을 유지할 수 있다.

교육을 이수하고 나니 비로소 '이제는 나도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막연한 자신감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쓰러지면, 혹은 내가 없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면 내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나설 수 있을까?

혹시 모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조만간 온 가족을 교육장으로 초대할 예정이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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