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24] 중국인 단체 관광객 줄어든 제주도 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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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0.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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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24] 중국인 단체 관광객 줄어든 제주도 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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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조용해졌다. 1년에 서너 번은 제주에 방문하는데, 약 5개월 만에 찾은 제주는 유독 조용하고 한산한 인상을 풍겼다.

지난해 3월 중국 정부가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THAAD)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을 금지한 이후 약 10개월이 흘렀다.

최근 중국 당국이 한국행 단체 관광을 다시 허용했다지만 여전히 제주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해보니 시리즈 24] 중국인 단체 관광객 줄어든 제주도 현 상황

특히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붐볐던 제주의 차이나타운 연동 '바오젠 거리'(누웨모루)의 상점들은 주말 오전 대부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다니던 시내 면세점 인근이나 중문 관광단지 부근, 용두암, 제주국제공항에서도 그들을 보지 못했다. 주차장마다 빼곡했던 관광버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드 보복 이전에는 국내선 비행기 안에서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빠진 제주는 내국인 여행객들에게 더욱 평화로운 관광지가 된 듯했다. 제주도민 사이에서도 다시 한적하고 조용하고 깨끗한 제주가 되고 있다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해보니 시리즈 24] 중국인 단체 관광객 줄어든 제주도 현 상황

지난 7일 오전,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인 바오젠 거리를 찾았다. 이곳에는 중국인을 상대로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는 약국, 화장품 전문점, 옷 가게 등이 늘어서 있다.

손님은 몇 없었다. 2~3명 단위 중국인 개별 관광객 무리 몇몇이 보이긴 했지만 이곳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사거나 쇼핑을 즐기는 모습은 아니었다.

영업하는 가게가 몇 안 됐고 '폐업 정리' 표시를 해 놓은 상점도 눈에 띄었다. 바오젠 거리 중심에 있는 관광안내소의 문도 굳건히 닫혀 있었다. 주말인데도 적막이 흘렀다.

[해보니 시리즈 24] 중국인 단체 관광객 줄어든 제주도 현 상황

문이 열려있는 한 화장품 전문점에 들어가 봤다. 가게 입구에는 할인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중국어로 쓰여있었다.

중국 출신으로 보이는 직원이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사드 보복 여파를 실감하는지 묻자 그는 "중국 단체 관광 금지 이후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 직원은 "예전엔 오후 4시 이후면 유동인구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12월에 중국인 관광이 허용되면서 손님이 조금씩 다시 늘고 있지만 예전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국인 상대로 기념품과 건강식품, 약 등을 파는 곳에 들어갔을 때는 급히 약을 사고 나가는 현지 주민 한 명과 마주쳤을 뿐이었다.

[해보니 시리즈 24] 중국인 단체 관광객 줄어든 제주도 현 상황

'비성수기인 1월이라 조용한 걸까?' '날씨가 흐린 탓에 관광객이 없는 걸까?'라고 생각하면서 '카멜리아 힐'을 찾았을 때 궁금증이 풀렸다.

카멜리아 힐은 제주의 겨울 동백을 감상하고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은 곳이다. 동백이 개화하는 1월이면 많은 국내 관광객들이 찾는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관광객들이 다 여기로 몰려왔구나"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주차장부터 렌터카로 가득 찼다. 동백이 활짝 핀 포토존에서 기념 촬영을 하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중국인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내국인 관광객들이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 찾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인이 빠진 제주 관광 산업이 위기라고 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보니 시리즈 24] 중국인 단체 관광객 줄어든 제주도 현 상황

서울에서 왔다는 관광객 이 모 씨는 "비가 와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여행객이 많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조용하다고 해서 주말을 맞아 제주에 놀러 왔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제주로 몰려들면서 각종 쓰레기나 관광지 주변 소음 문제뿐 아니라, 제주행 항공권 부족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국내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제주도 맛집' 몇 군데를 찾았을 때도 북적였다.

중문 관광단지 인근에 위치한 한 흑돼지구이 집 운영자는 "애초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 손님은 정신없고 시끄러워 받지 않았다"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이 줄었다고 해서 매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해보니 시리즈 24] 중국인 단체 관광객 줄어든 제주도 현 상황

제주도관광협회 조사 결과 지난해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도 306만 명 대비 75.5% 감소한 74만 7천 명에 그쳤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은 전년도보다 10.3% 증가한 1352만 859명이었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 그런 가운데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빠진 자리가 내국인 관광객들로 차고 있다는 것에 제주 관광업계는 주목해야 한다.

물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면 중국인을 타깃으로 한 영세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중국인만을 타깃으로 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제주도에 오는 중국인 대부분이 중국계 여행사의 저가 관광 패키지를 이용한다. 이 경우 관광객들은 중국인 소유 숙박 업체에서 묵고,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이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이 실질적으로 제주에 큰 경제 효과를 가져왔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저가 관광 패키지를 이용한 중국인들은 대부분 재방문하지 않는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제주 관광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이 빠졌다고 울상을 지을 게 아니라, 내국인들,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해보니 시리즈 24] 중국인 단체 관광객 줄어든 제주도 현 상황

우선 시외까지 가는 대중교통을 체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지난해 8월 제주 시내버스 체계가 개편되면서 버스 우선차로제가 생기고 버스 번호도 보기 쉽게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시외로 가는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고 관광지 근처까지 가지 않는 버스도 많아 불편을 호소하는 관광객들이 많다.

나 역시 이런 이유로 버스가 아닌 택시를 이용했다. 그런데 함께 수다를 떨던 한 택시 기사는 목적지에 도착해 카드를 내밀자 "현금 안 가지고 다니냐"면서 퉁명스럽게 태도가 변했다.

대중교통으로 제주를 여행하는 것의 불편함과 악명 높은 제주 택시기사의 불친절함을 몸소 느꼈다.

[해보니 시리즈 24] 중국인 단체 관광객 줄어든 제주도 현 상황

'바가지요금'도 문제다. 흑돼지구이나 갈치조림 같은 제주 대표 음식을 즐기려면 2인 기준 6만 원 이상이 들었다. 1인분에 2~3만 원짜리 식사는 여행객들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제주에 갈 바엔 그 돈으로 동남아에 가겠다'는 우스갯소리도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최근 한국행 단체 관광을 중단시켰던 베이징과 산둥성 여유국이 이를 재허용하면서 관광업계는 3~4개월 안에 매출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인에 의존하기에 앞서 내외국인 누구나 여행하기 좋은 친절하고 편리한 제주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를 포함한 제주를 사랑하는 여행자들의 바람이 아닐까.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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