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21] "어머나! 예뻐라" 男 기자, 네일아트 매력에 빠지다

[해보니 시리즈 21] "어머나! 예뻐라" 男 기자, 네일아트 매력에 빠지다

2017.12.20.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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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21] "어머나! 예뻐라" 男 기자, 네일아트 매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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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 씨, 젤 아트 받고 파츠로 장식해요. 어머 너무 기대된다!"

"젤? 파츠는 또 뭡니까? 종류가..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네일아트라고는 나 홀로 손톱밖에 깎아본 적 없는 '네일 무식자'를 앞에 두고 여자 선배들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답답함도 잠시, 우리의 대화방은 다양한 종류의 네일아트 사진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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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 씨 이거 해 귀여워" "좋아하는 캐릭터가 뭐죠?" "이 정도는 깔끔하네" "오! 이건 남자가 할 수 있을 정도네" 선배들은 각종 만화 캐릭터와 영화 속 주인공들을 총출동시켜 내 손톱의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저… 남자가 받을 건데, 혹시 몇 시가 가능한가요?"

손톱을 어떻게 장식하느냐의 문제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예약과 상담'이었다. 네일아트의 종류에 따라 시간과 비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 또한, 고객 대부분이 예약 후 방문하기 때문에 불쑥 찾아갔다가는 허탕을 칠 수도 있다고 했다.

회사 인근 500m 안에만 약 10개의 네일아트 가게가 포진해 있었다. 짧은 고민 끝에 3분 거리에 있는 곳에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들린 지 얼마 안 돼 "여보세요"라는 인사가 들렸고, 용기를 내 무사히 예약에 성공했다. 결전의 시각은 15시 00분.

"이왕 가는 거 여럿이 같이 가서 받고 와! 사진도 잘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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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팀장께서는 내 양손에 다른 남자 선배 두 명을 붙들려 주셨다. 그렇게 우리 남자 셋은 조심스레 네일아트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 서자 설렘인지 걱정인지 모를 떨림이 느껴졌다.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직원부터 손님까지 모든 사람의 눈길이 우리에게 집중됐다. 금남(禁男)의 공간에 들어선 느낌. 그렇게 우리 세 남자는 순서대로 의자에 앉아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깊은 상담을 시작했다.

"YTN과 토끼 그리고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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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끝에 우리는 각자 마음에 드는 네일아트를 결정했다. 네일 아트를 손톱에 받는 건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 사진 자료로라도 남기자는 생각에 나는 회사 로고를 선택했다. "YTN, 저는 이걸 그릴 거에요" 왼손 엄지에 회사 로고를 그리겠다는 당찬 포부가 무색하게 "와.. 진짜 이거요?"라는 물음이 돌아왔다.

YTN 로고가 외롭지 않도록 엘모와 쿠키몬스터라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함께 새기기로 했다. 옆자리 K모 선배는 여자친구가 좋아한다는 '오버액션토끼'를 J모 선배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네일아트를 하기로 했다.

"어어어! 이거 기분이 너무 이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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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아트는 손톱 모양을 잡아주는 '화일링'으로 시작됐다. 손톱을 갈아 튀어나온 요철을 제거하는 과정이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흡사 사포로 손톱을 가는 듯한 느낌과 소리에 온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손톱 이곳저곳이 골고루 갈리며 희뿌연 가루가 먼지처럼 일었고, 가랑비에 옷 젖듯 소독약도 수시로 뿌려졌다. 곧 우윳빛 액체가 손톱 사이로 스며들었다. '큐티클'을 불리기 위한 약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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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깔끔한 손을 위해서는 손톱을 감싸고 있는 불필요한 껍질과 각질인 큐티클을 제거해야만 했다. 큐티클이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한 정체는 알지 못했던 나는 이날 처음 두 눈으로 큐티클을 목격할 수 있었다.

모형을 조립할 때나 쓰는 줄 알았던 작은 니퍼가 움직일 마다 큐티클은 속절없이 떨어져 나갔다. 순간 왠지 모를 희열도 느껴졌다.

"1시간 45분, 손톱에서 피어난 작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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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작업은 지금부터였다. 네일 아티스트 선생님은 휴대폰 화면에 YTN 로고를 띄워 놓고 붓으로 한 땀 한 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다. 작업 중간중간 파란 불빛이 아른거리는 기계(젤 램프)에 손을 넣어야 했는데 이 과정은 '굽는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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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매니큐어'로 불리는 폴리쉬는 지속시간이 3~5일로 쉽게 지워질 수 있지만, 젤 네일의 경우 여러 번 '굽는' 과정을 통해 3~4주 정도 지워지지 않고 지속한다고 했다. 설명을 듣는 사이, 손톱 위 그림은 점점 윤곽을 잡아갔다. 네일아트가 왜 '아트'인지 알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사심도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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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 진행될수록 나의 애사심(?)도 점차 강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YTN NEWS라는 글자는 갈수록 선명해졌고 거대해졌다. 글자의 크기와 모양은 마치 기계의 그것처럼 일정해 보였다. 붓으로 그렸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바로 옆 선배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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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를 위해 토끼를 그린 K 선배는 점차 사랑꾼이 되어갔고, J 선배 역시 손안에 크리스마스가 고스란히 담기기 시작했다. "우와 진짜 대박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손을 보며 미소 짓고 감탄하고 있었다.

"여자의 마음을 조금은 알겠다"

'해보니 여자의 마음을 조금은 알겠더라' 네일아트가 끝나고 남자 셋이 입을 모아 외친 말이다. 우리는 어느새 서로의 손톱을 보며 "진짜 예쁘다" "색깔 선택 잘 한 것 같아" "이따가 여자친구 보여 줘야지"라며 전에 없던 낯선 대화 주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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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의 작은 행복이랄까? 이 조그마한 손톱을 보며 미소 짓고, 반짝거리는 손톱을 보며 아이처럼 신기해하는 우리의 모습은 우리조차도 낯설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살아보니"

하지만 YTN을 몸에 새기고 일주일을 살아보니 때때로 난감한 순간이 찾아왔다. 15년 지기 남자친구들과 함께한 모임 자리에서 내 엄지손톱은 오래도록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다. 식당, 백화점, 지하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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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21] "어머나! 예뻐라" 男 기자, 네일아트 매력에 빠지다

누구든 만나면 '손톱의 정체'부터 물었고, 나는 나의 엄지에 관해 설명하기 바빴다. K와 J 선배 역시 마찬가지였다. J 선배는 "버스가 흔들려도 버스 손잡이를 잡기가 괜히 민망하다"며 고충을 토로했고, K 선배는 "겨울이라 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 있어 나름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이제 우리는 시간이 지난 뒤 사이좋게 젤 네일을 지우러 갈 것이다.

"묘한 중독성, 또 하고 싶긴 하다"

손톱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화려한 색과 장식으로 꾸미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큐티클과 손 전체의 각질을 제거하고 손톱에 영양제를 바르는 기본 케어는 가능하다면 주기적으로 받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해보니 시리즈 21] "어머나! 예뻐라" 男 기자, 네일아트 매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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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은 언제나 어렵고 낯설다. 네일아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일단 첫걸음을 떼고 나니 어려웠던 시작만큼이나 색다르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기사를 쓰는 지금도 자연스레 손톱으로 눈이 가니, 어쩌면 나도 이미 네일아트의 매력에 빠진 것인지 모르겠다.


아래는 김현진 네일아티스트와의 일문일답

"Q. 네일아트의 평균적인 가격과 지속 시간 등이 궁금하다"
"A. 가격은 지역에 따라, 네일아트 종류에 따라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여성의 경우 아트를 넣는다고 하면 4~5만 원 정도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남성은 기본 케어를 받는데 2만 원 정도다. 물론 그림의 디테일이나 난이도,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그림 하나에 3만 원부터 10만 원까지 하기도 한다. 손님들은 평균 40분에서 1시간 정도 네일아트를 받는데 아트를 하게 되면 1시간 반이나 2시간은 금방이다. 젤 네일의 경우 3~4주, 폴리쉬의 경우 3~5일 정도 지속한다. 남성의 경우 10일마다 관리를 받으면 좋다"

"Q. 그럼 5,000원만 가지고 와서 원하는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A. 아 그건 좀 곤란하다(웃음) 안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림의 퀄리티가 많이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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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자 손님도 자주 오는 편인가?"
"A. 최근 들어 정말 많이 오는 편이다. 물론 아트를 하거나 색을 칠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그러나 기본적인 큐티클 각질 제거와 손톱 영양 등은 주기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다. 특히 사람과 만남이 잦은 세일즈맨이나 CEO분들이 자주 찾는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번 받아보고 매력을 느껴서 주기적으로 찾는 분도 많고, 여자친구나 아내와 함께 방문하는 고객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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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인기 있는 컬러나 디자인이 있다면?"
"A. 트렌드는 시시각각 빠르게 바뀌지만, 최근에는 매트한 느낌이 나는 무광이 인기다. 그리고 아무래도 연말을 앞두고 있어 크리스마스 시즌 스테디셀러인 트리 장식이나 눈꽃 등 겨울의 계절감을 표현하는 네일아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Q. 고객들을 위한 팁이나 당부 사항이 있다면?"
"A. 손톱이 자주 깨지거나 갈라지는 경우, 아크릴이나 실크로 손톱 모양을 그대로 복원할 수 있다. 네일숍에서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많이들 모르시는데, 손톱이 찢어져서 아플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젤 네일을 제거할 때는 꼭 네일숍에서 하시길 당부드린다. 제거하는데도 비용이 들어 집에서 직접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손톱에 좋지 않다는 점을 유념하셨으면 좋겠다."

"Q. 아세톤이나 매니큐어(폴리쉬) 냄새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을 위한 팁이 있다면?"
"A. 최근에는 저자극, 무자극 제품도 많이 나와 있고 임산부용 제품도 출시된다. 냄새가 역할 경우 사전에 자극이 적고 냄새가 적은 제품으로 요청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Q. 아직은 네일아트가 낯선 남자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머리 자른다고 생각하고 한 번쯤 방문해보셨으면 좋겠다. 미용실에도 남자, 여자 구분이 없지 않나. 남자가 네일아트 가게에 들어가도 될까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한번 받아 보셨으면 좋겠다. 거부감을 조금만 줄인다면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상쾌함과 개운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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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PLUS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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