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⑬] '이게 진짜 음식이라고?' 미니어처 요리 도전!

[해보니 시리즈 ⑬] '이게 진짜 음식이라고?' 미니어처 요리 도전!

2017.10.25.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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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⑬] '이게 진짜 음식이라고?' 미니어처 요리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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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이었다. 집에서 휴일을 보내며 버릇처럼 SNS를 보다 눈을 사로잡는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제목부터 '할 일 없는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 마성의 영상'이었다. (풉. 내 이야기군.) 나에게 아주 적절한 영상이라는 기대를 품고 재생한 이 6분 길이 영상 속에는 '미니어처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한때 유행했던 '가루쿡'이나 모형 음식이 아니라 '진짜' 재료로 카레를 요리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처음에 '장난감이겠지' 생각했던 나는 이 영상에 6분을 고스란히 빼앗기고 말았다.

일본의 한 유튜버가 만든 이 영상에는 손톱만 한 크기의 양파와 감자, 당근이 등장했다. 완성된 음식은 크기가 작다는 것뿐 모든 것이 실제 카레와 똑같았다. 신기했다.

[해보니 시리즈 ⑬] '이게 진짜 음식이라고?' 미니어처 요리 도전!

그 뒤로는 심심할 때면 유튜브에서 '미니어처 요리'를 검색해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알고 보니 미니어처 요리 과정만 올리는 한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만 무려 170만 명이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마니아층이 형성된 분야였다.

1~2cm 남짓한 크기의 재료들로 진짜 요리가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묘한 희열감과 재미, 귀여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해보니 시리즈 ⑬] '이게 진짜 음식이라고?' 미니어처 요리 도전!

그런데 얼마 전, 나와 마니아들의 은밀한 취미라고 생각했던 미니어처 요리가 방송을 탔다.

지난 9일 추석 특집으로 방송된 SBS '스타 강제후기 리뷰쇼 박스라이프'에서 방송인 김숙과 서장훈이 미니어처 요리에 도전했다. 평소에 요리에 관심이 없다는 두 사람이 미니어처 진짜 요리를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문득, 나도 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진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어처 요리의 매력은 뭘까. 왜 많은 사람이 이 조그만 요리를 취미로 삼고, 그 장면을 방송에서까지 보고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해보니 시리즈 ⑬] '이게 진짜 음식이라고?' 미니어처 요리 도전!

본격 요리에 앞서 재료구매에 나섰다. 미니어처 요리도 요리인지라 웬만한 주방 도구들이 필요했다. 식탁부터 가스레인지 프라이팬, 냄비, 접시는 물론, 국자, 뒤집개까지.

사비로 구매하려다 보니 은근히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해외 배송 제품들은 프라이팬 세트만 3만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돈을 아끼기 위해 이틀간 수많은 미니어처 쇼핑몰을 뒤졌다. 전문가들은 직접 식탁과 싱크대, 식기 도구와 수납장까지 직접 제작하지만 나에게 아직 그럴 능력은 없었다.

초보자이므로 식탁은 저렴한 조립식으로 선택했다. 1만 3천 원이 들었다. 나머지 식기들에 1만 6천 원, 가스레인지 대용으로 할 초 등을 사는 데 2천 원을 투자했다. 그렇게 총 약 '3만 원'에 기본 재료들을 마련했다.

[해보니 시리즈 ⑬] '이게 진짜 음식이라고?' 미니어처 요리 도전!

재료를 갖춘 뒤 나는 메뉴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떤 요리를 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까 사흘이나 고민한 끝에 특별한 날에 맛볼 수 있는 스테이크와 파스타, 그리고 나를 미니어처 음식의 세계로 인도한 카레로 메뉴를 정했다.

음식 재료는 원래 집에 사두었던 채소와 고기, 양념을 이용하기로 했다.

냉장고에 있던 채소를 꺼내 당근은 당근 모양대로, 감자는 감자 모양대로 다듬었다. 냉동실에 있던 소고기와 돼지고기 각각 조금씩 잘라냈다.

구운 파를 곁들인 스테이크

[해보니 시리즈 ⑬] '이게 진짜 음식이라고?' 미니어처 요리 도전!

먼저 조리 과정이 가장 간단한 스테이크 요리를 시작했다. 방법은 실제 요리와 똑같다. 우선 스테이크용 소고기 위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밑간을 했다.

잠시 후 올리브유를 두른 달군 팬 위에 이 작은 고기 조각을 올리면 실제 소고기 굽는 향이 집안에 퍼진다. 그동안 재료를 준비하고 메뉴를 고민해왔던 보람을 느끼는 첫 번째 순간이라 할 만하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미리 준비해둔 파와 양파를 함께 구워 접시에 낸다. 스테이크 소스를 고기 위에 살짝 뿌려 풍미를 더한다.

[해보니 시리즈 ⑬] '이게 진짜 음식이라고?' 미니어처 요리 도전!

베이컨 토마토소스 파스타

[해보니 시리즈 ⑬] '이게 진짜 음식이라고?' 미니어처 요리 도전!

다음은 스테이크와 찰떡궁합인 토마토소스 파스타다. 실제로 파스타 요리를 해본 적이 없었지만, 왠지 미니어처 요리로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피어났다.

그러니까 미니어처 요리는 단순히 흥미로운 놀이를 넘어 요리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매력이 있었다.

우선 냄비에 물을 올려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한 뒤 파스타 면을 삶았다. 그동안 마늘을 다지고, 베이컨과 버섯을 썰어서 프라이팬에 볶다가 시판 토마토소스를 부어 넣고 소스를 완성했다.

아, 덜렁대는 성격 때문에 파스타 면을 옮기다가 떨어뜨려 다시 삶았다. 미니어처 식기들은 아주 가벼워서 조그만 움직임에도 쉽게 떨어지고 망가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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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⑬] '이게 진짜 음식이라고?' 미니어처 요리 도전!

각종 야채를 넣은 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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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를 하기 전에도 먼저 재료 손질이 필요했다. 당근, 감자, 양파를 깍둑깍둑 썰고 돼지고기도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 냄비에 볶았다.

작은 재료를 손질하면서 그동안의 나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섬세함과 집중력이 절로 생겨나는 듯했다.

채소의 숨이 죽으면 물과 카레 가루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역시 집안에 카레 향이 진동한다. 접시에 흰쌀밥을 덜어놓고 완성된 카레를 먹음직스럽게 부어주면 실제 카레 못지않은 느낌을 낼 수 있다.

[해보니 시리즈 ⑬] '이게 진짜 음식이라고?' 미니어처 요리 도전!

완성된 요리 세 가지를 모아 놓으니 제법 그럴싸한 식탁이 완성됐다. 미니어처 요리지만 실제 음식 냄새가 난다는 것이 그저 기뻤다. 다만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식기의 위생상 실제로 맛을 보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다.

생각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요리를 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일련의 놀이처럼 느껴졌다는 점이다. 특히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에겐 충분히 취미가 될 만했다.

간단해 보였지만 한 번 미니어처 요리를 시작하면 실제 요리를 하는 것처럼 꽤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인지 미니어처 요리를 마무리한 뒤 급격한 공복이 찾아왔다. 바로 실제 카레를 만들어 두 그릇 먹어 치우는 것으로 이날의 요리를 끝냈다.

[해보니 시리즈 ⑬] '이게 진짜 음식이라고?' 미니어처 요리 도전!

실제로 일부 유튜버와 블로거들은 이 미니어처 요리를 아예 업으로 삼는다. 미니어처의 매력에 빠져 이제는 '전문가'가 된 블로거 장미영(41) 씨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장 씨는 지난 2011년부터 취미로 미니어처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블로그가 커지면서 점차 미니어처 전시 작업, 책 출간에 이어 공익광고 작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YTN PLUS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낳으며 직장을 그만두고 취미 생활을 찾다가 친구가 하는 것을 보고 처음 미니어처 요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해보니 시리즈 ⑬] '이게 진짜 음식이라고?' 미니어처 요리 도전!

장 씨가 생각하는 미니어처의 매력은 자유로운 작품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활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일을 좋아하는데, 미니어처 요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고 집에서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물론 취미가 일이 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니 만족스럽다고 장 씨는 덧붙였다.

최근에는 정부 공식 정책 광고와 평창 올림픽 홍보 영상에 장 씨의 미니어처 요리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제는 미니어처 요리가 단순히 취미나 놀이를 넘어 하나의 작품이고, 전문 분야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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