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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Posted : 2017-09-04 14:00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대학에 입학하며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 생활에 적응하는 처음 몇 달은 시간이 딱딱 정해져 있고 노선도도 읽기 쉬운 지하철만을 고집했다.

하지만 이런 시골 쥐에게도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야만 하는 살 떨리는 순간이 찾아왔는데, 바로 우이동 MT였다.

우이동? 처음 들어간 동아리에서 우이동 MT를 한다고 했다. 그곳에 'MT 촌'이 있단다. 언제나 그랬듯 지하철 노선도부터 켰다. 당황스럽게도 우이동에 지하철역은 없었다.

나의 부족한 검색력 때문이라는 자책도 잠시, 우이동에는 진짜 지하철이 없었다. 아니 서울에 지하철이 가지 않는 곳도 있다니!

그 이후에도 대학 생활 중 몇 번의 MT가 우이동에서 열렸다. 보통 MT는 금요일 저녁부터 열리는데, 퇴근시간대에 그곳으로 향할 때면 지하철에, 버스를 갈아타느라 가는 사이 진이 빠졌다.

MT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더하다. 전날 술을 잔뜩 마시고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아침 산행을 오는 등산객들과 반대 방향으로 나가는 기분이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그래서 나에겐 늘 '가기 힘든 곳'으로 기억됐던 우이동에 경전철이 생겼다. 신설동역에서 우이동(북한산우이역)을 25분 정도에 오갈 수 있는 '우이신설선'이다.

상경한 시골 쥐를 늘 애먹이던 우이동 버스를 대신할 빠르고 쾌적한 지하철. 그것도 경전철로는 서울 1호라니. 이 신문물을 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우이동에서 신설동 구간에서는 버스나 택시, 자동차만으로 오갈 수 있었다. 보통 50분 정도 소요된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 이 구간에 사는 시민들은 교통 혼잡과 인파로 혼란을 겪어왔다.

이동 시간을 절반 정도로 줄여주는 이 경전철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황금 라인'이나 다름없다는 기대감이 솟구쳤다. 요금도 성인 기준 1,250원으로 서울 시내 지하철과 같다.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우이신설선이 개통된 지난 2일, 서울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신설동역에 내려 우이신설선 환승 통로를 따라가 봤다.

1호선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우이신설선 갈아타는 곳'이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일반 1~9호선 지하철 환승과 다를 게 없어서 환승 통로에서 헤맬 필요가 없었다.

1호선에서 내려 우이신설선으로 갈아타는 곳에 도착하면 순식간에 다른 시공간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돼 낡은 1호선과 이날 개통한 우이신설선 역사의 분위기와 시설의 묘한 거리감 같은 것이 있었다.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우선 우이신설선 환승 통로에는 1호선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에스컬레이터가 나를 반긴다. 환승을 할 때는 환승 통로에서 교통카드를 한 번 찍어야 한다. 따로 교통비가 추가되진 않는다.

'문화 철도'를 표방한 역사 내부에 들어서면 상업 광고 대신 그림들이 늘어서 있다. 무엇보다 화장실이 아주 깨끗하다. 전반적으로 9호선 역사와 비슷한 인상을 풍긴다.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개통 첫날이라 한적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은 시골 쥐의 큰 착각이었다. 우이신설선 신설동역 역사 내부는 꽤 북적댔다.

특히 어르신들과 북한산 등산객들이 많았다. 개통일이 토요일이어서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도 눈에 띄었다.

다만 어르신들은 처음 개통한 열차를 타고 나가는 곳과 환승 통로를 쉽게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신설동역에서 만난 안내 직원은 "열차 운행 초반이라 임시로 지원 근무를 나와 있다"며 "주로 열차를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길을 안내한다. 주로 어르신들이 길을 많이 물으신다"고 말했다.

개통 첫날인데 이용객이 많다고 말하자 "실제 우이경전철이 필요하셨던 분들도 있지만 오늘은 처음 생겼기 때문에 구경하는 마음으로 오신 분들도 많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역사에 전시된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시민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본격적으로 탑승하기 전, 우이경전철에도 자전거를 탈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자전거를 들고 입구로 가봤다.

기존 서울 시내 1~9호선에서는 주말이면 열차 첫 칸과 끝 칸에 자전거를 들고 탈 수 있다. 또 북한산 근처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우이경전철에서도 자전거와 동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생각이었다. 땀 흘리며 자전거를 이고 지고 역으로 내려가자마자 안내 직원이 다가와 나를 제지했다.

"죄송하지만 우이신설선에는 자전거를 갖고 탈 수 없습니다." 더위에 흘린 땀방울이 식은땀으로 변했다.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그 이유를 묻자 직원은 "열차가 두 칸뿐인데 승객이 붐벼서 자전거를 들고 타면 위험하다"며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한 느낌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나 이전에도 자전거를 갖고 온 승객들을 모두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 시내 지하철에서 주말에 자전거를 갖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1, 2, 4, 6호선과 환승이 되는 우이신설선 측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하철 칸이 제한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전거를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른 승객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도 싫었고 규정을 어길 수도 없었기에 자전거를 역사 밖에 놓고야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자전거족(族)'이라면 우이신설선에 자전거를 갖고 탈 수 없다는 것은 알아둬야겠다.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플랫폼은 생각보다 좁았다. 열차도 두 칸뿐이라 주말 낮이었지만 열차를 기다리는 곳은 꽉 차 있었다.

출퇴근 시간은 단축해주지만 사람이 붐비는 것은 쉽게 해결하기 어려워 보였다. 다만 출퇴근 시간에는 혼잡을 우려해 평소엔 하나만 사용하는 플랫폼 두 개를 운영한다.

우이신설선에 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열차 앞뒤로 보이는 지하도다. 무인 운전 시스템이기 때문에 경전철에는 기관사가 따로 없고, 승객들이 지하도를 훤히 내다볼 수 있다. 다만 개통 초반 안전을 위해 한 달 정도는 열차에 승무원 1명이 함께 탑승한다.

두 칸인 열차 사이는 평평하게 연결됐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이나 어르신들도 비교적 수월하게 이동 가능해 보였다. 실제 열차 안에는 휠체어, 유모차 등을 세우는 자리와 노약자석, 임산부석도 따로 마련됐다.

열차 안에도 등산객과 어르신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부분 새로 생긴 무인 열차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북한산 등산을 자주 다닌다는 한 50대 시민에게 경전철을 이용한 소감을 물었다. 그는 "원래는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경전철이 생겨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게 돼 좋다"며 "다만 칸이 적어서 주말 피크 시간엔 붐비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유모차에 어린아이를 태우고 경전철에 탑승한 여성 승객도 있었다. 그는 "원래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 동네인데 경전철이 생기니 좀 편해졌다"고 평했다.

신설동역을 시작으로 6호선 환승역인 보문역과 4호선 환승역인 성신여대입구역을 지나며 많은 승객이 타고 내린 뒤에는 이동이 많지 않았다.

그렇게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종점인 북한산우이역에 도착했다. 25분 정도가 걸렸다.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북한산우이역에 내려 역 밖으로 나가봤다. 역 입구부터 등산객 무리가 모여있었고 멀리는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MT 이후 처음으로 마셔보는 북한산의 공기가 새삼 반갑다. 시골 쥐가 서울에서 돈도 벌고 우이동도 편하게 올 수 있는 감격의 시대가 됐다.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다시 신설동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내려가 열차를 탔다.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개통 기념행사로 열차 안에서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어머, 이건 해야 해!'

열차 안에 탄 작가님이 10초 안에 나와 똑같은 캐리커처를 그려준다는 말에 번쩍 손을 들었다. (원래 나는 부끄러움을 잘 모르는 시골쥐다) 정말 10초 안에 나의 특이점을 집어낸 캐리커처가 완성됐다. 솔직히 실물보다 나았다.

이날 개통 기념으로 캐리커처 이벤트와 함께 열차 안에서는 마임 퍼포먼스 공연도 했다. 아쉽게 시간을 놓쳐 공연은 보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나의 경전철 여행은 기분 좋은 선물을 받고 마무리됐다.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사실 우이신설선이 서울 1호 경전철로 탄생하기 전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8년 전 처음 공사가 시작됐지만, 자금난을 시작으로 토지, 소음 민원, 안전사고 등의 문제로 공사가 계속 미뤄져 왔다.

개통 예정이던 지난 7월에는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또 한 번 개통이 연기되며 주민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해보니 시리즈 ⑥]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 첫 시승기 과연?

하지만 그만큼 기다린 보람일까. 대중교통 취약지대에 있던 강북구 근처 주민들은 환호하고 있다. 개통 첫날 북적대는 열차가 이를 방증했다.

여전히 서울 시내에서 설계를 추진 중인 경전철이 자금난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1호' 경전철이 생긴 것은 꽤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열차 칸이 2개뿐인 데다가 플랫폼이 좁아 혼잡도를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는 있어 보였다.

또 고령의 탑승자가 많아 만65세 이상 적용되는 무임승차로 수익률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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