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⑤] '고양이 홀로 집에'...반려동물 캠 관찰기

[해보니 시리즈 ⑤] '고양이 홀로 집에'...반려동물 캠 관찰기

2017.08.30.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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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⑤] '고양이 홀로 집에'...반려동물 캠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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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나는 결혼을 했고 남편이 키우던 스코티쉬 폴드 종 고양이 유니(3살, ♂, 중성화 완료)도 자연스럽게 나와 함께 살게 됐다.

남편은 고양이를 '생각보다 외로움을 타고 애정이 많으며,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동물'이라며 전지적 집사 시점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미 고양이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었지만, 다행히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했기에 합사에 큰 문제는 없었다. 남편과 나, 그리고 귀여운 털 뭉치 고양이는 그렇게 가족이 됐다.


[해보니 시리즈 ⑤] '고양이 홀로 집에'...반려동물 캠 관찰기

결혼을 앞둔 올해 초, 남편은 "보안을 위해 집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캠을 사겠다"며 정체불명의 물건을 혼수(?)로 사 오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나는 CCTV란 훔쳐갈 게 많은 부잣집에나 있다고 믿는 소시민이었지만, 남편은 우리 집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물건이라며 나를 설득했다.

그러나 그 말은 완전히 거짓이었다. 그 작은 캠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고양이를 관찰하는 용도 외에 어떤 용도로도 사용된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캠 설치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작은 카메라로 귀여운 고양이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쓸데없는 짓이 마음의 안정과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원래 사람은 쓸데없는 행동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법이다.


[해보니 시리즈 ⑤] '고양이 홀로 집에'...반려동물 캠 관찰기


캠을 설치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외부에서 휴대기기로 캠을 활용하려면 외부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포트 포워딩이 필요하다. 포트 포워딩이란 컴퓨터에서 특정 통신 포트를 개방하여 통신이 되게 하는 것이다. 내부 포트를 외부 원격 서버에 전달되도록 지정하거나,
방화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방화벽 특정 포트를 내부망의 특정 호스트와 연결한다.

인터넷 공유기를 활용하여 캠에 포트를 할당해주면 외부에서 컴퓨터 혹은 어플을 통해 휴대폰으로도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원리다. (특정 제품명, 혹은 자세한 설치 방법은 잘 설명된 개인 블로그가 많으므로 생략한다.)

요즘 나오는 캠 제품은 거의 360도 회전할 수 있으며, SD카드로 녹화도 가능하다. 마이크와 스피커가 내장돼 있어 동물의 소리를 듣고 말을 거는 행동도 가능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집 안에 실시간 캠 설치를 많이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해보니 시리즈 ⑤] '고양이 홀로 집에'...반려동물 캠 관찰기

기사를 쓰기 위해 당당하게 종일 고양이를 관찰하고 있으려니 회사도 다닐 만 하다는 생각이 0.1초 정도 들었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예상은 했지만 우리 고양이는 '잠자는 것' 외에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 유니는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10시간 가운데 9시간 반 정도를 내리 잠만 잤다. 중간에 깨서 밥을 한 번 먹고 창밖 까치와 잠시 눈싸움을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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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캠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지겹기도 했지만 곧 안쓰러운 감정이 고개를 내밀었다.

혹자는 부럽다며 '집고양이 팔자가 상팔자'라고 말하겠지만,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평소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유니는 거의 잠을 자지 않는다. 유니는 졸려도 억지로 자지 않으려고 버티며 사람 곁에 붙어 있으려 할 정도로 정이 많은 고양이다.

홀로 있는 집안에서 유니가 잠을 자는 이유는 딱히 교감하고 의사소통할 다른 생물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벌레 한 마리로도 그 누구보다 활발해지는 생물이 바로 고양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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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유니는 외로움을 잊기 위해 잠을 잤을 수도 있다.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라면 알 테지만, 고양이가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은 인간의 착각이다. 고양이는 그저 다른 동물보다 조금 더 느긋하고 여유로울 뿐이다. 이들도 결국은 먼 옛날부터 무리 지어 살았던 동물이 아닌가. 고양이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해보니 시리즈 ⑤] '고양이 홀로 집에'...반려동물 캠 관찰기


고양이 전문 병원 수의사는 고양이가 혼자 있을 때 대부분의 시간동안 잠만 자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고양이는 야생에 있을 때와 사람과 살 때의 삶이 완전히 다르다. (집고양이는)음식을 사냥하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수의사는 이어 "고양이가 사람을 좋아하고 성격이 순화된 건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위적인 현상"이라며 "그런 품종의 아이들끼리만 교배를 시켜서 더 순해지고,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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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 당도하는 시간까지 앱을 켜놓고 있었더니 유니가 쏜살같이 뛰어나오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다. 온몸으로 집사를 반기며 기쁨을 표현하는 유니가 그날은 어쩐지 평소보다 더욱 안쓰러워 보였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CCTV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내려앉는다.

약 석 달 전 출근을 마쳤을 무렵, 갑자기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집 대문이 열려 있고 고양이가 아파트 복도를 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간 내가 허둥지둥 출근하다가 대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나온 게 분명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도 어려운 상황, 결국 고양이를 발견해 신고한 아랫집 주민분께 부탁을 드렸다. "혹시 고양이를 ***호에 넣어서 대문 좀 닫아주실 수 있나요?"하고. 다행히 주민분은 흔쾌히 허락해주셨고 마음을 졸이며 캠으로 집 안을 관찰하던 나는 유니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돌아와 평온하게 잠드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마 IP캠이 없었다면 불안한 마음에 택시를 타고 직접 집으로 돌아가야 했을 것이다.

[해보니 시리즈 ⑤] '고양이 홀로 집에'...반려동물 캠 관찰기

합리적인 가격, 작은 크기, 실용성과 심리적 안정감. IP캠의 장점은 이렇게나 많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보안 취약으로 해킹 문제가 심심치 않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4~5년 전 TRENDNET와 FOSCAM 제품 일부가 IP만 알면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취약점이 발견돼 버그가 수정됐으며, 최근에도 국내외 웹사이트에 중국 서버로 추정되는 '무작위 패스워드 해킹 공격'을 당했다는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물론 가능성은 낮지만, 분명히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인터넷에 연결돼 있고 외부 접근이 가능한 기기라면 해킹의 가능성을 완벽하게 배제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해킹이 무서워서 컴퓨터를 거부하지는 않듯 IP캠이 필요하다면 보안법을 숙지한 뒤 예방책을 세우고 사용하면 된다.

IP캠을 설치할 경우 포트 번호, ID, 비밀번호 등을 주기적으로 변경하고 집 안에 사람이 없을 때만 캠을 켜놓는 편이 좋다. 또한 공유기 펌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방화벽을 세우고 같은 대역의 다른 아이피를 차단해주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해보니 시리즈 ⑤] '고양이 홀로 집에'...반려동물 캠 관찰기


결국 IP캠의 실용성을 알아보기 위해 시작한 실험은 '유니가 외로우니 한 마리를 더 키우자'는 남편과의 합의를 도출한 채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모두가 이렇게 다묘 가정이 된다.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는 수컷인 유니와 서열 정리를 할 필요가 없는 어린 여자 고양이를 데려오는 편이 좋겠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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