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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혼인을 빙자해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경우 처벌하도록 한 혼인빙자간음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취재 기자와 함께 오늘 결정의 의미와 향후 파장에 대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헌법재판소를 출입하고 있는 신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1]
먼저, 혼인빙자간음죄가 어떤건지부터 알아볼까요?
[답변1]
혼인빙자간음죄는형법 304조에 나와 있습니다.
원문 그대로 보면 표현이 좀 어렵습니다.
혼인을 빙자하거나 속임수로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기망해 간음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쉽게 풀어보면 결혼하겠다고 속여서 여성과 성관계를 맺으면 벌을 받는다 이런 뜻입니다.
처벌은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질문2]
이 형법 304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거지요?
[답변2]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한마디로 남녀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재판관들은 개인의 성행위는 사생활의 영역이기 때문에 국가가 최대한 간섭과 규제를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판단한 배경으로는 우리 사회의 달라진 성의식을 이야기했습니다.
성개방적인 사고가 확산되면서 성과 사랑은 법으로 통제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성적 자기 결정권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결혼할 뜻이 없었다는 이유로 혼전 성관계를 처벌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남녀 관계에서 국가가 여성만을 보호하는 법률은 진부한 정조 관념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헌법재판소 노희범 공보관의 말을 들어 보겠습니다.
[녹취:노희범, 헌재 공보관]
"성적 자기결정권의 자유로운 행사를 하고자 하는 사회적 추세를 반영했다는 점, 혼인빙자간음죄가 더이상 형벌로서의 처단 기능이 사라졌다는 점, 세계적으로도 혼인빙자간음죄를 폐지하는 추세를 반영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재판관 3명은 합헌 의견을 냈습니다.
이강국 조대현 송두환 재판관은 형법 304조가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법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질문3]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02년에는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지요?
[답변3]
이번에도 재판관 3명은 합헌 의견을 냈지만 당시에는 재판관 7명이 합헌 의견을 냈습니다.
2명만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7년 세월이 지나면서 헌법재판관들이 우리 사회의 달라진 성 의식을 이번 결정에 담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4]
그럼 이번 결정으로 어떤 점이 달라지는 지 알아보지요, 혼인빙자간음죄는 오늘부터 적용되지 않는 거지요?
[답변4]
위헌 결정과 함께 형법 304조는 효력을 잃게 됩니다.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검찰의 공소가 취소됩니다.
하루 아침에 법률이 없어지면 사회적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 않느냐 그런 걱정도 있을 수 있는데
통계를 보면 걱정할 수준은 아닌것 같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혼인빙자간음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연평균 27건에 불과했습니다.
또, 재판을 받아도 결혼한 남자가 미혼이라고 속였거나 동거를 하면서 다른 사람과 결혼한 경우에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실형 선고가 적은 이유는 고소 이후 양측이 합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실질적으로도 적용되는 경우가 미미했기 때문에 그동안 이 법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나왔습니다.
[질문5]
과거에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에게도 소급 적용이 될까요?
[답변5]
1953년 이후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받은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심을 청구하면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과거에 실형을 선고받거나 구속 기소됐을 경우 국가에 배상을 청구해서 형사보상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벌금을 냈을 경우에는 이자까지 쳐서 돌려받을 수 있게 됩니다.
경제적인 이유에서나 명예회복 차원에서도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6]
이번 결정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답변6]
일단 여성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여성계는 그동안 혼인빙자간음죄가 여성을 보호하는 법률이 아니라 과거의 가부장적인 정조 관념을 반영한 법률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여성의 정조는 법으로 보호해야 할만큼 중요하다는 통념을 유지시키는 기준이 됐다는 것입니다.
반면 유림단체에서는 이 법률 자체가 여성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스스로 깨뜨린 셈이라며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인생에서 결혼은 가장 신성한 가치를 갖기때문에 개인의 의사만큼 법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질문7]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면서 간통죄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관심인데요?
[답변7]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간통죄에 대해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합헌 의견이 5명, 위헌 의견이 4명이었습니다.
하지만 2001년 결정때는 합헌 의견이 8명, 위헌 의견은 1명 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였습니다.
혼인빙자간음죄와 간통죄는 쟁점에서도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간통죄는 남여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혼인과 가족 생활이 유지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의 핵심이 국가가 사적인 영역을 규제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인 만큼 간통죄도 앞으로 몇년 내에 폐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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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을 빙자해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경우 처벌하도록 한 혼인빙자간음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취재 기자와 함께 오늘 결정의 의미와 향후 파장에 대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헌법재판소를 출입하고 있는 신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1]
먼저, 혼인빙자간음죄가 어떤건지부터 알아볼까요?
[답변1]
혼인빙자간음죄는형법 304조에 나와 있습니다.
원문 그대로 보면 표현이 좀 어렵습니다.
혼인을 빙자하거나 속임수로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기망해 간음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쉽게 풀어보면 결혼하겠다고 속여서 여성과 성관계를 맺으면 벌을 받는다 이런 뜻입니다.
처벌은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질문2]
이 형법 304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거지요?
[답변2]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한마디로 남녀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재판관들은 개인의 성행위는 사생활의 영역이기 때문에 국가가 최대한 간섭과 규제를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판단한 배경으로는 우리 사회의 달라진 성의식을 이야기했습니다.
성개방적인 사고가 확산되면서 성과 사랑은 법으로 통제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성적 자기 결정권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결혼할 뜻이 없었다는 이유로 혼전 성관계를 처벌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남녀 관계에서 국가가 여성만을 보호하는 법률은 진부한 정조 관념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헌법재판소 노희범 공보관의 말을 들어 보겠습니다.
[녹취:노희범, 헌재 공보관]
"성적 자기결정권의 자유로운 행사를 하고자 하는 사회적 추세를 반영했다는 점, 혼인빙자간음죄가 더이상 형벌로서의 처단 기능이 사라졌다는 점, 세계적으로도 혼인빙자간음죄를 폐지하는 추세를 반영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재판관 3명은 합헌 의견을 냈습니다.
이강국 조대현 송두환 재판관은 형법 304조가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법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질문3]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02년에는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지요?
[답변3]
이번에도 재판관 3명은 합헌 의견을 냈지만 당시에는 재판관 7명이 합헌 의견을 냈습니다.
2명만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7년 세월이 지나면서 헌법재판관들이 우리 사회의 달라진 성 의식을 이번 결정에 담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4]
그럼 이번 결정으로 어떤 점이 달라지는 지 알아보지요, 혼인빙자간음죄는 오늘부터 적용되지 않는 거지요?
[답변4]
위헌 결정과 함께 형법 304조는 효력을 잃게 됩니다.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검찰의 공소가 취소됩니다.
하루 아침에 법률이 없어지면 사회적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 않느냐 그런 걱정도 있을 수 있는데
통계를 보면 걱정할 수준은 아닌것 같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혼인빙자간음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연평균 27건에 불과했습니다.
또, 재판을 받아도 결혼한 남자가 미혼이라고 속였거나 동거를 하면서 다른 사람과 결혼한 경우에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실형 선고가 적은 이유는 고소 이후 양측이 합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실질적으로도 적용되는 경우가 미미했기 때문에 그동안 이 법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나왔습니다.
[질문5]
과거에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에게도 소급 적용이 될까요?
[답변5]
1953년 이후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받은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심을 청구하면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과거에 실형을 선고받거나 구속 기소됐을 경우 국가에 배상을 청구해서 형사보상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벌금을 냈을 경우에는 이자까지 쳐서 돌려받을 수 있게 됩니다.
경제적인 이유에서나 명예회복 차원에서도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6]
이번 결정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답변6]
일단 여성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여성계는 그동안 혼인빙자간음죄가 여성을 보호하는 법률이 아니라 과거의 가부장적인 정조 관념을 반영한 법률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여성의 정조는 법으로 보호해야 할만큼 중요하다는 통념을 유지시키는 기준이 됐다는 것입니다.
반면 유림단체에서는 이 법률 자체가 여성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스스로 깨뜨린 셈이라며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인생에서 결혼은 가장 신성한 가치를 갖기때문에 개인의 의사만큼 법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질문7]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면서 간통죄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관심인데요?
[답변7]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간통죄에 대해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합헌 의견이 5명, 위헌 의견이 4명이었습니다.
하지만 2001년 결정때는 합헌 의견이 8명, 위헌 의견은 1명 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였습니다.
혼인빙자간음죄와 간통죄는 쟁점에서도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간통죄는 남여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혼인과 가족 생활이 유지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의 핵심이 국가가 사적인 영역을 규제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인 만큼 간통죄도 앞으로 몇년 내에 폐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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