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앵커멘트]
사회 곳곳에서 우리 사회의 출산율의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편으로 해외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오명도 듣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해외 입양을 소재로 삼은 영화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눈길을 모으고 있는데요.
해외 입양에 대한 자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이 이야기 나눠 봅니다.
[질문]
해외 입양, 당사자들한테는 인생의 항로가 바뀌는 아주 중차대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입양아의 시선으로 이 문제를 다룬 영화가 있다고 하죠?
[답변]
바로 지난 주에 개봉한 '여행자'라는 작품인데요.
이 영화의 감독은 실제로 입양아 출신입니다.
어렸을 때 프랑스로 입양간 우니 르콩트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자전적 영화인데요.
영화 '여행자'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고아원에 버려진 소녀가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해 겪게 되는 갈등의 과정을 바로 그 당사자의 시선으로 그려 보이고 있습니다.
우니 르콩트 감독의 개인적인 기억에 의존한 작품이다 보니까, 영화 속에서 설경구 씨가 연기한 주인공 소녀의 아버지는 얼굴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거나 중경으로만 처리돼 있는데요.
고아원에서 지내면서 친구들이 하나둘 입양을 가게 되는 상황에서도 주인공 진희만큼은 언젠가 아버지가 자신을 데려올 것이라고 믿으면서 입양을 거부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게 되고, 프랑스의 양부모에게 입양을 가게 되면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질문]
당사자의 이야기라 더 절절하게 느껴질 것 같군요.
이 영화 '여행자'는 입양을 당사자의 시선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동정심을 유발한다기보다, 오히려 꽤 담담한 호흡으로 한 소녀의 심리 변화를 쫓아가고 있는데요.
그래도 보는 관객들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영화 막바지에 소녀가 스스로를 땅에 묻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인정하기 위한 일종의 의식 같은 의미겠죠.
어쨌든 영화는 전반적으로 입양을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새로운 출발로 끌어 안으려는 감독의 자의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목도 '여행자'라고 지은 것이겠죠.
영화 '여행자'는 이창동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고요.
지난 5월 칸영화제에도 초청된 바 있습니다.
영화에서 진희 역을 맡은 아역 배우 김새론 양의 연기가 압권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질문]
해외 입양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영화도 있다고 하죠?
[답변]
앞서 보신 '여행자'가 입양 당사자의 상실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버린 당사자, 모성의 심정에도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주 개봉하는 안선경 감독의 '귀향'이라는 작품입니다.
어릴 적 호주로 입양됐다가 자신의 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 한 젊은이의 이야기와, 어떤 사연 때문에 아이를 버려야만 했던 죄책감에 시달리며 사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진행됩니다.
동시에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돼 지방 소도시의 고시원으로까지 흘러들게 된 10대 미혼모의 사연도 펼쳐지는데요.
영화 제목처럼 '귀향', 즉 고향으로의 회귀를 꿈꾸던 이들은 끝내 머물 곳을 찾지 못하고 비극적 결말로 치닫게 됩니다.
영화 '귀향'의 모성은 방치되는 모성이고 보호받지 못하는 모성으로 그려집니다.
낳은 자와 태어난 자 모두 낙인처럼 평생 짊어질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고,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의 불가능한 '귀향'을 꿈꾸는 가운데, 그들의 상처가 또 다른 거대한 상처로 악순환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감독은 이론 과정을 통해 가족 이기주의가 팽배한 한국사회의 또 다른 그늘, 즉 방치되거나 유기된 모성의 살풍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죠.
[질문]
문화적 뿌리가 다른 상황에서 친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 당사자들한테 참 힘겹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겠죠.
그 밖에 또 어떤 영화가 있나요?
지난 주 개봉한 한국영화 '토끼와 리저드' 역시 해외 입양아 출신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성유리 씨가 어릴 적 해외 입양됐다가 역시 뒤늦게 부모를 찾으러 온 주인공 여성을 연기했는데요.
장혁 씨가 불치병에 걸린 택시운전사로 나오는데,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게 됐다가 서로의 내면에 숨겨진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과정을 멜로 영화의 호흡으로 담아내고 있는데요.
비록 부모에 대한 기억은 누락됐지만, 어릴 적 기억 속에서 더 소중한 인연의 단초를 찾아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질문]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해외 입양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국내 입양이 적극 권유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설정의 영화들은 없나요?
[답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영화 가운데서는 없고요.
미국 영화들에서 그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얼마전 개봉한 '벨라'라는 작품이 대표적일 것 같은데요.
식당 여급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합니다.
전직 축구선수 출신의 이 식당의 주방장은 하루동안 그녀를 따라 다니며 끈질기게 설득을 하는데요.
주방장은 여자 주인공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가족의 포근함을 보여줍니다.
결국 그는 그녀의 아이를 입양함으로써 끝내 그녀의 모성과 아이를 동시에 지켜내죠.
10대 미혼모를 다뤘던 '주노'라는 또 한편의 미국영화도 비슷한 맥락의 작품인데요.
지난해 초에 개봉했던 영화입니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인 10대 미혼모는 부모의 지원 하에 태어날 아이의 양부모를 직접 선정하고, 그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상의합니다.
이 영화는 철없는 한 소녀에게 찾아 온 돌발 상황 앞에서 모성과 아이를 어떻게 동시에 건강하게 지켜낼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 입양을 통해서 방치되거나 낯선 환경에 던져지는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소개해주신 영화들을 보며 생각해 봅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사회 곳곳에서 우리 사회의 출산율의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편으로 해외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오명도 듣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해외 입양을 소재로 삼은 영화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눈길을 모으고 있는데요.
해외 입양에 대한 자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이 이야기 나눠 봅니다.
[질문]
해외 입양, 당사자들한테는 인생의 항로가 바뀌는 아주 중차대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입양아의 시선으로 이 문제를 다룬 영화가 있다고 하죠?
[답변]
바로 지난 주에 개봉한 '여행자'라는 작품인데요.
이 영화의 감독은 실제로 입양아 출신입니다.
어렸을 때 프랑스로 입양간 우니 르콩트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자전적 영화인데요.
영화 '여행자'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고아원에 버려진 소녀가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해 겪게 되는 갈등의 과정을 바로 그 당사자의 시선으로 그려 보이고 있습니다.
우니 르콩트 감독의 개인적인 기억에 의존한 작품이다 보니까, 영화 속에서 설경구 씨가 연기한 주인공 소녀의 아버지는 얼굴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거나 중경으로만 처리돼 있는데요.
고아원에서 지내면서 친구들이 하나둘 입양을 가게 되는 상황에서도 주인공 진희만큼은 언젠가 아버지가 자신을 데려올 것이라고 믿으면서 입양을 거부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게 되고, 프랑스의 양부모에게 입양을 가게 되면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질문]
당사자의 이야기라 더 절절하게 느껴질 것 같군요.
이 영화 '여행자'는 입양을 당사자의 시선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동정심을 유발한다기보다, 오히려 꽤 담담한 호흡으로 한 소녀의 심리 변화를 쫓아가고 있는데요.
그래도 보는 관객들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영화 막바지에 소녀가 스스로를 땅에 묻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인정하기 위한 일종의 의식 같은 의미겠죠.
어쨌든 영화는 전반적으로 입양을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새로운 출발로 끌어 안으려는 감독의 자의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목도 '여행자'라고 지은 것이겠죠.
영화 '여행자'는 이창동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고요.
지난 5월 칸영화제에도 초청된 바 있습니다.
영화에서 진희 역을 맡은 아역 배우 김새론 양의 연기가 압권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질문]
해외 입양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영화도 있다고 하죠?
[답변]
앞서 보신 '여행자'가 입양 당사자의 상실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버린 당사자, 모성의 심정에도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주 개봉하는 안선경 감독의 '귀향'이라는 작품입니다.
어릴 적 호주로 입양됐다가 자신의 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 한 젊은이의 이야기와, 어떤 사연 때문에 아이를 버려야만 했던 죄책감에 시달리며 사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진행됩니다.
동시에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돼 지방 소도시의 고시원으로까지 흘러들게 된 10대 미혼모의 사연도 펼쳐지는데요.
영화 제목처럼 '귀향', 즉 고향으로의 회귀를 꿈꾸던 이들은 끝내 머물 곳을 찾지 못하고 비극적 결말로 치닫게 됩니다.
영화 '귀향'의 모성은 방치되는 모성이고 보호받지 못하는 모성으로 그려집니다.
낳은 자와 태어난 자 모두 낙인처럼 평생 짊어질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고,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의 불가능한 '귀향'을 꿈꾸는 가운데, 그들의 상처가 또 다른 거대한 상처로 악순환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감독은 이론 과정을 통해 가족 이기주의가 팽배한 한국사회의 또 다른 그늘, 즉 방치되거나 유기된 모성의 살풍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죠.
[질문]
문화적 뿌리가 다른 상황에서 친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 당사자들한테 참 힘겹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겠죠.
그 밖에 또 어떤 영화가 있나요?
지난 주 개봉한 한국영화 '토끼와 리저드' 역시 해외 입양아 출신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성유리 씨가 어릴 적 해외 입양됐다가 역시 뒤늦게 부모를 찾으러 온 주인공 여성을 연기했는데요.
장혁 씨가 불치병에 걸린 택시운전사로 나오는데,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게 됐다가 서로의 내면에 숨겨진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과정을 멜로 영화의 호흡으로 담아내고 있는데요.
비록 부모에 대한 기억은 누락됐지만, 어릴 적 기억 속에서 더 소중한 인연의 단초를 찾아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질문]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해외 입양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국내 입양이 적극 권유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설정의 영화들은 없나요?
[답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영화 가운데서는 없고요.
미국 영화들에서 그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얼마전 개봉한 '벨라'라는 작품이 대표적일 것 같은데요.
식당 여급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합니다.
전직 축구선수 출신의 이 식당의 주방장은 하루동안 그녀를 따라 다니며 끈질기게 설득을 하는데요.
주방장은 여자 주인공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가족의 포근함을 보여줍니다.
결국 그는 그녀의 아이를 입양함으로써 끝내 그녀의 모성과 아이를 동시에 지켜내죠.
10대 미혼모를 다뤘던 '주노'라는 또 한편의 미국영화도 비슷한 맥락의 작품인데요.
지난해 초에 개봉했던 영화입니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인 10대 미혼모는 부모의 지원 하에 태어날 아이의 양부모를 직접 선정하고, 그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상의합니다.
이 영화는 철없는 한 소녀에게 찾아 온 돌발 상황 앞에서 모성과 아이를 어떻게 동시에 건강하게 지켜낼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 입양을 통해서 방치되거나 낯선 환경에 던져지는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소개해주신 영화들을 보며 생각해 봅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