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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영화배우 장진영 씨가 암투병 1년여 만에 지난 1일 세상을 떠났죠.
팬들 뿐 아니라 영화계 안팎에서 아까운 배우를 잃었다며 애석해하고 있습니다.
장진영 씨는 비교적 늦게 빛을 보기 시작했지만, 다양한 배역에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입지를 다져온 뚝심 있는 영화 배우였습니다.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고 장진영 씨의 연기 세계 되돌아 봅니다.
[질문]
고 장진영 씨가 향년 37세의 젊은 나이에 타계하지 않았습니까?
배우 생활을 한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고 들었습니다.
[답변]
한 10년 정도 됩니다.
또래 여배우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뒤늦게 스타 대열에 합류한 배우라고 할 수 있죠.
어떻게 보면 이제 막 피어나려고 하는 찰나에 지고 말았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더 그의 죽음이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 장진영 씨는 92년 미스코리아 충남 진에 선발되면서 연예계와 인연을 맺게 되는데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영화 배우로서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99년의 '자귀모'라는 영화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자귀모'에서는 사실상 단역으로 얼굴을 알리는 데 그쳤고요, 조금 더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 2000년에 개봉했던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이라는 작품이었는데요.
주인공이 다니는 레슬링 도장의 관장 딸로 등장했습니다.
연약한 듯 하지만 상당히 강단 있어 보이는 20대 처녀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면서 일약 충무로 관계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가로채게 되죠.
[질문]
그러니까 20대 후반 때부터 본격적인 영화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셈이네요.
첫 주연작으로 상당한 호평을 들었죠?
[답변]
지난 2001년에 개봉했던 윤종찬 감독의 공포 영화 '소름'이라는 작품에서 드디어 주연을 맡게 되는데요.
남자 주인공은 지금은 거물 스타가 됐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장진영 씨와 마찬가지로 거의 신인급이었던 김명민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배우 선구안이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작품성 면에서도 상당히 극찬을 들었던 영화였습니다.
장진영은 이 영화에서 무너져가는 낡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시도 때도 없이 남편에게 구타 당하는 선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했는데요.
삶이 지옥과도 같은 선영이라는 인물을 장진영은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연기혼으로 탁월하게 묘사를 해냅니다.
영화는 흥행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장진영은 이 영화를 통해 일약 대어급 연기자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후로 장진영은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되죠.
멜로 영화 두 편을 잇따라 찍게 됩니다.
이정재와 함께 '오버 더 레인보우'를, 그리고 박해일과 함께 '국화꽃 향기'에 출연하는데요.
마치 자신의 운명을 예고라도 하듯, '국화꽃 향기'에서는 불치병에 걸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야 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질문]
장진영 씨 하면 많은 분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작품은 역시 '싱글즈'가 아닐까 싶은데요?
[답변]
엄정화와 함께 출연한 작품이었죠.
나난과 동미라는 20대 후반의 싱글 여성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솔직 담백한 묘사가 돋보였던 영화로 개봉 당시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고 장진영 씨는 이 작품에서 주체성이 아주 강하고 능동적인 현대 도시 여성의 전형을 연출해내죠.
그녀가 연기한 나난은 단지 화려한 삶과 백마탄 왕자와의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수동형 싱글이 아닌, 자신의 일과 우정, 그리고 현재를 힘껏 껴안는 생활 지향형 싱글로 묘사되는데요.
이것이 동시대의 여성들에게 설득력과 통쾌함을 동시에 안겨주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상 나난이라는 캐릭터가 장진영이라는 배우의 특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질문]
돌이켜 보니까 늦기는 했지만 단숨에 주연급 배우로 도약했고,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냈군요?
[답변]
'소름' 이후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착실히 쌓아 올렸지만 장진영 씨는 안주하지 않고, 난이도 높은 캐릭터에 계속해서 도전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5년 윤종찬 감독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춘 '청연'이라는 작품을 들 수 있겠는데요.
이 작품에서 장진영이 연기한 조선 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은 어쩌면 뒤늦게나마 배우로서 또 다른 능선을 뛰어 넘겠다는 장진영 그 자신의 야망이 투영된 캐릭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장진영은 박경원이 되고자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영화에 아로새깁니다.
'청연'은 인상적인 영화였지만 동시에 불운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제작사가 바뀐데다, 개봉 전후 영화가 담은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친일 행적 등이 논란이 되면서 흥행에서 또 한 번 고배를 마시게 됩니다.
어쨌든 한국영화에서 새로운 미개척의 영역에 도전하고자 했던 감독과 배우 장진영 씨의 야심이 돋보였던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질문]
'싱글즈'를 빼면 흥행하고는 인연이 그리 깊지 않은 배우였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쩌면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 영역을 넓히겠다는 야심이 흥행성이 크지 않은 작품들을 고르게 한 원인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영화 가운데서는 장진영 씨의 유작이 된 셈인데요.
지난 2006년 개봉했던 김해곤 감독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장진영은 또 한 번의 무리수를 던졌는데요.
상당히 드세고 억척스러운 술집 여자 연아라는 캐릭터입니다.
결혼할 상대를 따로 둔 남자를 좋아하는 그래서 결국 배신당할 것이 뻔한 사랑을 하는 여자입니다.
장진영의 탁월한 캐릭터 연출에도 불구하고, 특히 여성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이 영화 역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죠.
[질문]
영화 배우 장진영 씨, 이젠 고인이 됐지만 한국영화계에서 어떤 배우로 기록될 것 같습니까?
[답변]
외모에 대한 찬사나 대중적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다지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혁신을 선보였던 인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고 장진영 씨는 스크린 위의 캐릭터로 말하는 진짜 배우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고, 그 결과 한국영화계를 이끄는 30대 여배우 가운데 한 명이 됐습니다.
아직 보여줄 것이 너무 많은 배우였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직 보여줄 것이 너무 많은 배우였다는 말씀이 안타깝게 들립니다.
고 장진영 씨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영화는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으니 위안이 되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영화배우 장진영 씨가 암투병 1년여 만에 지난 1일 세상을 떠났죠.
팬들 뿐 아니라 영화계 안팎에서 아까운 배우를 잃었다며 애석해하고 있습니다.
장진영 씨는 비교적 늦게 빛을 보기 시작했지만, 다양한 배역에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입지를 다져온 뚝심 있는 영화 배우였습니다.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고 장진영 씨의 연기 세계 되돌아 봅니다.
[질문]
고 장진영 씨가 향년 37세의 젊은 나이에 타계하지 않았습니까?
배우 생활을 한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고 들었습니다.
[답변]
한 10년 정도 됩니다.
또래 여배우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뒤늦게 스타 대열에 합류한 배우라고 할 수 있죠.
어떻게 보면 이제 막 피어나려고 하는 찰나에 지고 말았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더 그의 죽음이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 장진영 씨는 92년 미스코리아 충남 진에 선발되면서 연예계와 인연을 맺게 되는데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영화 배우로서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99년의 '자귀모'라는 영화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자귀모'에서는 사실상 단역으로 얼굴을 알리는 데 그쳤고요, 조금 더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 2000년에 개봉했던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이라는 작품이었는데요.
주인공이 다니는 레슬링 도장의 관장 딸로 등장했습니다.
연약한 듯 하지만 상당히 강단 있어 보이는 20대 처녀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면서 일약 충무로 관계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가로채게 되죠.
[질문]
그러니까 20대 후반 때부터 본격적인 영화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셈이네요.
첫 주연작으로 상당한 호평을 들었죠?
[답변]
지난 2001년에 개봉했던 윤종찬 감독의 공포 영화 '소름'이라는 작품에서 드디어 주연을 맡게 되는데요.
남자 주인공은 지금은 거물 스타가 됐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장진영 씨와 마찬가지로 거의 신인급이었던 김명민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배우 선구안이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작품성 면에서도 상당히 극찬을 들었던 영화였습니다.
장진영은 이 영화에서 무너져가는 낡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시도 때도 없이 남편에게 구타 당하는 선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했는데요.
삶이 지옥과도 같은 선영이라는 인물을 장진영은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연기혼으로 탁월하게 묘사를 해냅니다.
영화는 흥행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장진영은 이 영화를 통해 일약 대어급 연기자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후로 장진영은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되죠.
멜로 영화 두 편을 잇따라 찍게 됩니다.
이정재와 함께 '오버 더 레인보우'를, 그리고 박해일과 함께 '국화꽃 향기'에 출연하는데요.
마치 자신의 운명을 예고라도 하듯, '국화꽃 향기'에서는 불치병에 걸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야 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질문]
장진영 씨 하면 많은 분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작품은 역시 '싱글즈'가 아닐까 싶은데요?
[답변]
엄정화와 함께 출연한 작품이었죠.
나난과 동미라는 20대 후반의 싱글 여성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솔직 담백한 묘사가 돋보였던 영화로 개봉 당시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고 장진영 씨는 이 작품에서 주체성이 아주 강하고 능동적인 현대 도시 여성의 전형을 연출해내죠.
그녀가 연기한 나난은 단지 화려한 삶과 백마탄 왕자와의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수동형 싱글이 아닌, 자신의 일과 우정, 그리고 현재를 힘껏 껴안는 생활 지향형 싱글로 묘사되는데요.
이것이 동시대의 여성들에게 설득력과 통쾌함을 동시에 안겨주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상 나난이라는 캐릭터가 장진영이라는 배우의 특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질문]
돌이켜 보니까 늦기는 했지만 단숨에 주연급 배우로 도약했고,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냈군요?
[답변]
'소름' 이후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착실히 쌓아 올렸지만 장진영 씨는 안주하지 않고, 난이도 높은 캐릭터에 계속해서 도전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5년 윤종찬 감독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춘 '청연'이라는 작품을 들 수 있겠는데요.
이 작품에서 장진영이 연기한 조선 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은 어쩌면 뒤늦게나마 배우로서 또 다른 능선을 뛰어 넘겠다는 장진영 그 자신의 야망이 투영된 캐릭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장진영은 박경원이 되고자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영화에 아로새깁니다.
'청연'은 인상적인 영화였지만 동시에 불운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제작사가 바뀐데다, 개봉 전후 영화가 담은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친일 행적 등이 논란이 되면서 흥행에서 또 한 번 고배를 마시게 됩니다.
어쨌든 한국영화에서 새로운 미개척의 영역에 도전하고자 했던 감독과 배우 장진영 씨의 야심이 돋보였던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질문]
'싱글즈'를 빼면 흥행하고는 인연이 그리 깊지 않은 배우였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쩌면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 영역을 넓히겠다는 야심이 흥행성이 크지 않은 작품들을 고르게 한 원인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영화 가운데서는 장진영 씨의 유작이 된 셈인데요.
지난 2006년 개봉했던 김해곤 감독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장진영은 또 한 번의 무리수를 던졌는데요.
상당히 드세고 억척스러운 술집 여자 연아라는 캐릭터입니다.
결혼할 상대를 따로 둔 남자를 좋아하는 그래서 결국 배신당할 것이 뻔한 사랑을 하는 여자입니다.
장진영의 탁월한 캐릭터 연출에도 불구하고, 특히 여성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이 영화 역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죠.
[질문]
영화 배우 장진영 씨, 이젠 고인이 됐지만 한국영화계에서 어떤 배우로 기록될 것 같습니까?
[답변]
외모에 대한 찬사나 대중적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다지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혁신을 선보였던 인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고 장진영 씨는 스크린 위의 캐릭터로 말하는 진짜 배우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고, 그 결과 한국영화계를 이끄는 30대 여배우 가운데 한 명이 됐습니다.
아직 보여줄 것이 너무 많은 배우였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직 보여줄 것이 너무 많은 배우였다는 말씀이 안타깝게 들립니다.
고 장진영 씨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영화는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으니 위안이 되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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