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등급, 문제없나? [고한석, 경제부 기자]

국가신용등급, 문제없나? [고한석, 경제부 기자]

2009.05.27. 오전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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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핵실험 같은 북한 관련 악재가 터질 때마다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내릴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PSI 참여 등으로 남북 관계가 더욱 악화된다면 낙관할 수만은 없어 보입니다.

경제부 고한석 기자와 함께 국가신용등급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국제신용평가사라고 하면 무디스나 S&P 같은 회사들이 떠오르는데요, 어떤 회사들입니까?

[답변]

세계적으로 무디스, S&P, 피치 이렇게 세개 회사가 '빅3'로 불리며 권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가장 큰 곳은 무디스입니다.

전 세계 신용평가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또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무디스와 더불어 양대 산맥을 이루는 회사는 S&P입니다.

역시 미국 회사입니다.

세번째는 피치입니다.

미국 피치인베스터서비스와 영국 IBCA의 합병회사입니다.

미국식 평가 문화에서 탈피해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을 인정 받고 있습니다.

[질문]

대부분 미국 회사들인데요, 국가의 신용등급을 어떻게 평가한다는거죠?

[답변]

정확히 말하면 정부가 장기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의 신용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장기외화표시채권에는 환율 안정을 목적으로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등이 있습니다.

이 외평채의 신용등급을 보통 국가신용등급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국가신용등급은 거시 경제 정책, 성장 전망, 대외 부채, 부채 상환 능력, 외환보유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깁니다.

또 경제사정 외에 정치 상황, 다른 나라와의 분쟁 가능성도 따집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국가신용등급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질문]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가 처절하게 경험을 했죠.

신용평가회사들의 신용등급에 목을 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답변]

투자를 하려면 투자 대상이 믿을만 한지, 즉 돈을 떼일 가능성이 없는지를 살피는게 중요하겠죠.

신용평가사들은 그 기준을 제시해주며 엄청난 돈을 벌고 있습니다.

만약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낮게 매긴다면 외국인의 투자는 줄어들게 되겠죠.

우리 기업들과 은행들이 해외에서 돈 빌리기도 힘들어집니다.

돈을 빌려준다고 해도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신용평가서 한장이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엉터리 신용 평가를 해 부실을 키웠다며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었는데요,

아직까지도 신용평가사의 힘은 막강하기 때문에 좋든 싫든 이들의 평가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질문]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어떤가요?

[답변]

먼저 등급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요, 준비된 그래픽을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무디스, S&P, 피치 모두 크게 투자적격과 투자부적격, 두 등급으로 나눕니다.

그 뒤 다시 ABCD로 등급을 나눕니다.

동일 등급 내에서는 1·2·3 혹은 (+)·(-)로 우열을 표시합니다.

보통 트리플A부터 트리플B까지는 투자적격, 그 이하는 부적격입니다.

또 현 등급에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으면 '긍정적',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것 같으면 안정적', 하향조정 될 것으로 보이면 '부정적'이라는 표시를 해당 등급 뒤에 붙입니다.

우리나라 등급은 S&P의 경우 A, 무디스는 A2, 피치는 A+입니다.

S&P와 무디스는 21개 세부 등급 가운데 우리나라를 6번째에 올려놨고, 피치는 24개 등급 가운데 다섯번째로 평가한 것입니다.

전망은 S&P와 무디스가 안정적, 피치는 부정적입니다.

피치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정부가 은행들의 외화채권에 보증을 서주면서 재정 부실이 우려된다며 신용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질문]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어느 정도인지는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답변]

최상위 등급 트리플 A를 받은 나라는 미국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S&P가 영국의 전망을 안정에서 부정으로 하향하면서 영국발 금융위기 우려가 커졌죠.

일본 중국 모두 우리나라보다 높고요,

이탈리아가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질문]

우리나라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PSI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남북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데요, 신용등급 전망은 어떻습니까?

[답변]

일단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내린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북한의 위협은 신용등급의 변수라기 보다는 이미 반영된 사실이고, 전쟁 발발 가능성도 낮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제 북한이 또 미사일을 발사했죠, 주가는 잘 견디는가 싶더니 미끄러졌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 NPT를 탈퇴하자 무디스가 우리나라 신용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문제가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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