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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아무리 황당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실화를 소재로 한 것이라면 그 설득력이 배가되기 마련이죠.
실화의 힘이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잇따라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2차 세계 대전기의 숨겨진 비화를 끄집어낸 영화들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하는데요.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 봅니다.
[질문1]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하면 왠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보게 되는 경향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실화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거겠죠?
영화는 창작자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의 현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기 마련입니다.
영화가 아무리 멋지고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해도 그것이 우리 현실의 은유가 되지 못하면 설득력을 갖게 되기가 힘듭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가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면, 그만큼 현실적인 설득력은 배가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습니다.
몇 년전 흥행했던 우리 영화 '살인의 추억'이나 '그 놈 목소리', 그리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화려한 휴가' 혹은 '추격자' 같은 영화들도 결국 실제 사건에 대한 관객들의 기억과 조응하면서 흥행적인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2]
최근 나오고 있는 실화 영화들, 어떤 게 있습니까?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들은 모두 미국영화들이고, 2차 세계 대전기 등 20세기 초중반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재현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화 영화의 경우, 대체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건을 영화화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들 영화들은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을 수면 위로 끄집어냄으로써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먼저 소개할 영화는 이번주 개봉하는 '디파이언스'라는 작품.
요즘 '007' 시리즈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영국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을 맡고 '라스트 사무라이'나 '블러드 다이아몬드' 등의 영화를 연출했던 에드워드 즈윅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입니다.
'디파이언스'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대량 학살을 피해 숲속에 숨어 살면서 나치에 저항했던 유태인 파르티잔들의 실제 이야기를 재연해 보이고 있습니다.
1940년대 초 벨로루시가 나치 점령기에 들어가자 부모를 잃은 비엘스키 형제는 유태인 난민들을 이끌고 인근 숲으로 피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숲속에서 나치의 집요한 추격을 따돌리는 가운데 1,000명이 넘는 규모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간다. 한편으로는 게릴라 작전을 통해 나치와 그 부역자들에 대한 저항 작전도 펼쳐 나갑니다.
그동안 유태인 대량 학살을 다룬 이른바 홀로코스트 영화들이 적지 않게 만들어졌는데, 이 영화는 유태인 파르티잔의 적극적인 저항과 그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공동체를 만들었던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비엘스키 형제가 핍박받는 선민을 이끄는 모세와 같은 역할로 그려지는데,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떠올린다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할 만한 대목입니다.
[질문3]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또 한편 있죠? 오랜만에 톰 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던데요.
다음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전명 발키리'라는 작품입니다.
'유주얼 서스펙트'와 '엑스맨' 시리지로 잘 알려진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신작인데, 톰 크루즈가 히틀러 암살 작전에 나선 독일군 장교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이 영화는 나치 독일의 군부 내에서 히틀러를 제거하려는 몇 차례의 시도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시도됐던 이른바 발키리 작전을 재현한 작품입니다.
전쟁터에서 오른 손과 한쪽 눈을 잃은 뒤 나치즘의 폭력성에 회의를 느낀 슈타펜버그 대령은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일련의 군부 세력과 연대해 몰래 히틀러를 암살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려는 음모를 꾸민다.
그리고 영화는 이들이 암살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의 긴장감을 스릴러적인 요소를 가미하면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나치즘에 대한 반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된 독일인들의 저항 운동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독일군과 연합군의 대결 구도에 집중했던 기존의 2차 세계 대전 배경영화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비록 실패로 귀결되긴 했지만 독일 내에서도 정의와 양심 세력이 존재했으며 그들의 목숨을 건 실천이 있었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됩니다.
[질문4]
애꾸눈의 톰 크루즈, 왠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배우 출신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새 작품을 내놨다고 하죠?
'체인질링'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 역시 1920년대 말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전신 회사에서 일하던 크리스틴이라는 여성의 어린 아들이 어느날 실종됩니다.
크리스틴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지만 경찰은 엉뚱한 아이를 데려와서 실종된 아이가 맞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의 진짜 아들을 찾아달라는 크리스틴을 경찰은 오히려 정신 병원에 가두게 되고, 결국 양심적인 목사의 도움에 힘입어 크리스틴은 부패에 물들어 있던 경찰과의 전면전에 나서게 됩니다.
자신의 진짜 아들을 찾아내려는 한 여인의 인생 역정을 다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 영화 <체인질링>은 공권력이 부패하거나 무능력할 때 개인에게 어떤 비극을 안겨주는지를 상징적으로, 그리고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1920년대라는 과거로 시선을 돌리긴 했지만, 실제 했던 사건을 통해 개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 권력의 초상을 설득력 있게 묘사함으로써 거장다운 통찰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질문5]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공화당 지지자이자 보수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만드는 작품을 보면 그런 느낌이 잘 안드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가 최근에 만든 '밀리언 달러 베이비'나 '아버지의 깃발', 또 이번 영화 '체인질링' 같은 작품을 보면, 그가 끊임 없이 미국적 가치, 특히 가족에 대한 가치를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의 작품 속에서의 가족은 늘 외부 세계의 부조리함 때문에 고통과 상처를 받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가족과 개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역사와 시대의 거대한 불합리함을 들춰냄으로써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보수주의의 진정한 단면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수주의란 과거에 대한, 그리고 정치경제적 기득권에 대한 배타적인 옹호가 아니라, 구조적인 부조리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야할 인간애적인 가치를 상기하는 것이라는 걸 이 영화 '체인질링'을 통해,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작품 세계를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 편의 영화 잘 봤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건들이지만, 영화로나마 그 사건들을 접한다면, 과거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됩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아무리 황당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실화를 소재로 한 것이라면 그 설득력이 배가되기 마련이죠.
실화의 힘이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잇따라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2차 세계 대전기의 숨겨진 비화를 끄집어낸 영화들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하는데요.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 봅니다.
[질문1]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하면 왠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보게 되는 경향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실화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거겠죠?
영화는 창작자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의 현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기 마련입니다.
영화가 아무리 멋지고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해도 그것이 우리 현실의 은유가 되지 못하면 설득력을 갖게 되기가 힘듭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가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면, 그만큼 현실적인 설득력은 배가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습니다.
몇 년전 흥행했던 우리 영화 '살인의 추억'이나 '그 놈 목소리', 그리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화려한 휴가' 혹은 '추격자' 같은 영화들도 결국 실제 사건에 대한 관객들의 기억과 조응하면서 흥행적인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2]
최근 나오고 있는 실화 영화들, 어떤 게 있습니까?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들은 모두 미국영화들이고, 2차 세계 대전기 등 20세기 초중반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재현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화 영화의 경우, 대체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건을 영화화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들 영화들은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을 수면 위로 끄집어냄으로써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먼저 소개할 영화는 이번주 개봉하는 '디파이언스'라는 작품.
요즘 '007' 시리즈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영국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을 맡고 '라스트 사무라이'나 '블러드 다이아몬드' 등의 영화를 연출했던 에드워드 즈윅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입니다.
'디파이언스'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대량 학살을 피해 숲속에 숨어 살면서 나치에 저항했던 유태인 파르티잔들의 실제 이야기를 재연해 보이고 있습니다.
1940년대 초 벨로루시가 나치 점령기에 들어가자 부모를 잃은 비엘스키 형제는 유태인 난민들을 이끌고 인근 숲으로 피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숲속에서 나치의 집요한 추격을 따돌리는 가운데 1,000명이 넘는 규모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간다. 한편으로는 게릴라 작전을 통해 나치와 그 부역자들에 대한 저항 작전도 펼쳐 나갑니다.
그동안 유태인 대량 학살을 다룬 이른바 홀로코스트 영화들이 적지 않게 만들어졌는데, 이 영화는 유태인 파르티잔의 적극적인 저항과 그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공동체를 만들었던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비엘스키 형제가 핍박받는 선민을 이끄는 모세와 같은 역할로 그려지는데,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떠올린다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할 만한 대목입니다.
[질문3]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또 한편 있죠? 오랜만에 톰 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던데요.
다음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전명 발키리'라는 작품입니다.
'유주얼 서스펙트'와 '엑스맨' 시리지로 잘 알려진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신작인데, 톰 크루즈가 히틀러 암살 작전에 나선 독일군 장교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이 영화는 나치 독일의 군부 내에서 히틀러를 제거하려는 몇 차례의 시도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시도됐던 이른바 발키리 작전을 재현한 작품입니다.
전쟁터에서 오른 손과 한쪽 눈을 잃은 뒤 나치즘의 폭력성에 회의를 느낀 슈타펜버그 대령은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일련의 군부 세력과 연대해 몰래 히틀러를 암살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려는 음모를 꾸민다.
그리고 영화는 이들이 암살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의 긴장감을 스릴러적인 요소를 가미하면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나치즘에 대한 반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된 독일인들의 저항 운동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독일군과 연합군의 대결 구도에 집중했던 기존의 2차 세계 대전 배경영화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비록 실패로 귀결되긴 했지만 독일 내에서도 정의와 양심 세력이 존재했으며 그들의 목숨을 건 실천이 있었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됩니다.
[질문4]
애꾸눈의 톰 크루즈, 왠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배우 출신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새 작품을 내놨다고 하죠?
'체인질링'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 역시 1920년대 말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전신 회사에서 일하던 크리스틴이라는 여성의 어린 아들이 어느날 실종됩니다.
크리스틴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지만 경찰은 엉뚱한 아이를 데려와서 실종된 아이가 맞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의 진짜 아들을 찾아달라는 크리스틴을 경찰은 오히려 정신 병원에 가두게 되고, 결국 양심적인 목사의 도움에 힘입어 크리스틴은 부패에 물들어 있던 경찰과의 전면전에 나서게 됩니다.
자신의 진짜 아들을 찾아내려는 한 여인의 인생 역정을 다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 영화 <체인질링>은 공권력이 부패하거나 무능력할 때 개인에게 어떤 비극을 안겨주는지를 상징적으로, 그리고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1920년대라는 과거로 시선을 돌리긴 했지만, 실제 했던 사건을 통해 개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 권력의 초상을 설득력 있게 묘사함으로써 거장다운 통찰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질문5]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공화당 지지자이자 보수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만드는 작품을 보면 그런 느낌이 잘 안드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가 최근에 만든 '밀리언 달러 베이비'나 '아버지의 깃발', 또 이번 영화 '체인질링' 같은 작품을 보면, 그가 끊임 없이 미국적 가치, 특히 가족에 대한 가치를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의 작품 속에서의 가족은 늘 외부 세계의 부조리함 때문에 고통과 상처를 받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가족과 개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역사와 시대의 거대한 불합리함을 들춰냄으로써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보수주의의 진정한 단면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수주의란 과거에 대한, 그리고 정치경제적 기득권에 대한 배타적인 옹호가 아니라, 구조적인 부조리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야할 인간애적인 가치를 상기하는 것이라는 걸 이 영화 '체인질링'을 통해,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작품 세계를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 편의 영화 잘 봤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건들이지만, 영화로나마 그 사건들을 접한다면, 과거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됩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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