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전성기 맞는 중국 무협영화 [최광희, 영화저널리스트]

제2 전성기 맞는 중국 무협영화 [최광희, 영화저널리스트]

2008.04.02. 오후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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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 무협영화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었죠.

어느 순간부터 시들해지다가 요즘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세계 시장을 겨냥해 블록버스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중국 대작 영화의 흐름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조금 시들해진 듯했던 중국 무협영화가 다시 부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답변]

사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극 감독의 '동방불패'나 '소오강호', '신용문객잔' 등의 영화가 나오면서 중국 무협영화가 붐을 이룬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홍콩 영화계 전체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무협영화의 인기도 시들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흐름에 아주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영화가 지난 2000년 개봉했던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이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컬럼비아의 제작비로 장쯔이와 주윤발, 양자경 등을 캐스팅해서 만든 이 영화는 당시 큰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특히 미국에서는 자막이 달린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게 됩니다.

'와호장룡'의 성공은 중국 무협 장르가 세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이후 무협 장르는 대작 블록버스터의 틀로 잇따라 만들어지게 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정치 사회적 계기로, 1997년의 홍콩 반환과 중국의 개방화 물결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때부터 이른바 중-홍 합작 영화의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되는데, 무협 장르에 노하우를 가진 홍콩 출신의 무술 감독과 스탭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배우들이 중국의 인력과 결합해 중국 대륙의 광활한 자연 환경을 배경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여기에 할리우드를 비롯한 외국 자본이 투입되면서 대작화의 흐름을 촉진시키게 됐습니다.

[질문]

그런 블록버스터 무협 영화 하면 일단 장이모우 감독이 떠오르는데요.

[답변]

사실 장이모우 감독은 중국 5세대 감독으로 불리면서 90년대 '붉은 수수밭'과 '홍등' 등의 영화로 가장 중국적인 색채를 잘 드러내는 감독으로 통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02년 '영웅'을 시작으로 블록버스터 무협영화 제작을 본격화하기 시작합니다.

진 시황을 암살하려는 자객들의 활약을 기둥 줄거리로 삼고 있는데, 기존 무협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스케일과 무협 액션 특유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액션과 화면 연출을 선보이면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영화는 대륙 출신의 장이모우 감독과 홍콩 출신의 무술 감독 정소동, 여기에 이연걸, 장만옥, 양조위 등의 국제적 스타들이 합세해 만들어진만큼 홍콩 무협이나 중국 무협이라기 보다 중화 무협이라는 표현이 걸맞는 작품입니다.

장이모우 감독은 이후로도 각각 당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삼은 '연인'과 '황후화' 등의 액션 블록버스터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중국 무협 영화를 대작화, 세계화하는 데 선두주자로 나서게 됩니다.

특히 '황후화'는 역대 중국 영화 최고 제작비인 450억 원을 투입해 만들어졌습니다.

이들 영화들은 기존 장이모우 영화의 특징이었던 화려한 색채 감각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동시에 과장을 뒤섞은 규모의 미학을 선보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데, 그런 점에서는 중화주의적인 야심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장이모우 감독의 대작 무협 영화들은 이후 홍콩과 중국, 대만까지 아우르는 단일 중화권 내의 인력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대규모 무협영화 제작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질문]

이런 흐름들이 최근 들어도 계속 이어지고 있죠?

어떤 영화들이 있는지 몇 작품 소개해주시죠.

[답변]

중국 대작 영화의 흐름 속에 멜로 영화의 달인으로 손꼽혔던 홍콩 감독 진가신도 가세하게 되는데, 지난 설 연휴에 개봉했던 '명장'이라는 작품입니다.

청나라 말기 태평 천국의 난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이 영화는 단순한 무협 영화가 아니라 전쟁 블록버스터로서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청군에 속해 있던 방청운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세 남자의 엇갈린 운명이 굵직한 서사 속에 그려집니다.

잇따라 개봉한 펑 샤오강 감독의 '집결호'도 국공 내전을 배경으로 삼은 전쟁 블록버스터입니다.

두 영화는 최근 중국영화의 대작화가 무협 장르의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와 야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협 장르가 반드시 시대극적인 분위기를 띌 필요는 없다는 측면에서 지난 2002년 주성치가 선보였던 '소림 축구'의 방법론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무협과 스포츠를 접목시키고, 여기에 과장되고 코믹한 요소들을 가미한 현대물로 만들어냄으로써 무협 코드를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주성치는 또 다른 무협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바로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이 작품 '쿵푸 덩크'가 대만에서 제작돼 최근 동남아시아 10여개 나라에서 동시 개봉했는데, 무협과 농구를 접목, 특히 젊은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런가 하면 중국의 고전을 영화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삼국지: 용의 부활'은 동양에 널리 알려진 고전 삼국지를 스크린으로 옮긴 사실상 최초의 시도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유비, 관우, 장비나 조조가 아니라 촉나라의 장수 조자룡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의 영웅적인 활약상을 무협 영화적 스케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조자룡 역에 유덕화가 출연하고 한때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홍금보가 무술 감독으로 참여했습니다.

삼국지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로는 이 작품 말고도 오우삼 감독이 손권과 유비 연합군이 조조군에 맞서 싸웠던 이른바 적벽대전을 스크린으로 옮기는데,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적벽'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올 여름과 겨울에 2부작으로 선 보일 예정입니다,

무술감독 출신으로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에 액션 안무를 책임졌던 정소동 감독의 연출한 작품으로 춘추 전국 시대 연나라를 배경으로 황후와 그녀를 둘러싼 두 남자의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무술 감독 출신 답게 특히 액션 장면에서의 유려하고도 아름다운 장면 연출을 과시하고 있고, 진혜림, 여명, 견자단 등 왕년의 홍콩 스타들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화려한 무협 액션을 펼쳐 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 말고도 성룡과 이연걸이 처음으로 함께 출연하는 '포비든 킹덤'이라는 작품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이처럼 중국 무협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영화들이 최근 들어 다량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질문]

몇 작품 살펴 보니까 무협 장르의 영화가 대작화됨과 동시에 그 안에서 세분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국은 확실히 무협 영화를 자신들의 대표 브랜드로 만들고 있는데, 우리나라 영화도 최근까지 무협 영화에 도전을 하지 않았습니까?

[답변]

최근까지도 '무영검'이라든가 '중천' 등의 영화로 무협 장르에 도전을 했는데, 역시 중국 영화가 가진 노하우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을 줬습니다.

안그래도 중국 무협 장르가 이렇게 대작화되고 있는데, 그런 영화에 합작으로 참여하든가, 우리만의 장르 브랜드를 개척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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