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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한국영화의 주요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조직 폭력배들의 세계죠.
그러나 보니 한 때는 "조폭 코미디여야 흥행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철 지난 소재로 취급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인기있는 영화 소재입니다.
이번 주에는 조폭 영화의 변화상을 알아보겠습니다.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조폭 영화 하면 일단 떠오르는 작품이 '가문의 영광'이나 '두사부일체'같은 영화들인데, 이런 영화들이 수 백만명의 관객을 모으던 시절이 있었어요.
요즘에는 아무래도 한물 간게 아닌가 싶더군요.
[리포트]
한국영화에서 조폭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의 흥행 공식이 자리를 잡게 된 가장 큰 계기는 2001년 말과 2002년에 잇따라 개봉해 대 히트를 기록한 '두사부일체'와 '가문의 영광'입니다.
'두사부일체'는 조폭의 중간 보스가 학교에 간다는 설정으로 교육 문제와 같은 사회적인 이슈를 건드리며 관객들을 공략했습니다..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이후 '투사부일체'와 '상사부일체' 등의 속편으로 이어졌다.
'가문의 영광'은 조폭 가문의 딸과 엘리트 남성의 결혼을 둘러싼 소동극으로 500만 명 이상의 관객 동원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주인공을 신현준으로 교체한 '가문의 위기'와 '가문의 부활' 등으로 속편을 이어갔다.
'가문의 영광'이나 '두사부일체' 같은 조폭 코미디 영화들은 조폭 사회와 주류 사회가 충돌하는 과정을 통해 웃음과 풍자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습니다.
여기에 우리 사회가 상식이 통할 것 같지만 실은 조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힘의 논리나 약육 강식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은근히 풍자하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
이후에 비슷한 아류작들이 속편들이 쏟아지면서 식상하다는 평가들이 많았는데요.
조폭들의 세계가 코미디로만 다뤄진 건 아니죠?
[답변]
지난 2005년부터 조폭이 등장하는 영화에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흐름이 생기게 되는데, 김지운 감독이 '달콤한 인생'으로 서막을 연 대로 조폭 캐릭터를 스타일리시한 액션 누아르 장르의 세계로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
희화화된 웃음의 대상이었던 조폭이 김지운 감독의 영화 속으로 들어가니까 멋지고도 비장한, 폼생폼사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이런 흐름은 이듬해 유하 감독이 연출한 '비열한 거리'가 어느 정도 계승하게 되는데 조폭들의 세계에 갇혀 버린 주인공이 조폭이 아닌 영화 감독 친구에게까지 이용을 당하고 결국 파멸하고 마는 과정을 비장하게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최근 액션 누아르의 장르로 조폭을 다루고 있는 영화들에서 또 하나 이끌어낼 수 있는 공통점은 일단 잘생기고 지적으로 보이는, 절대로 조폭처럼 보이지 않는 말쑥한 외모의 원톱 주인공이 극을 이끌어나간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작용을 했는지, 아무튼 두 영화 모두 흥행에서 나름대로 선전했습니다.
지난해 추석 때 나온 곽경택 감독의 '사랑' 역시 주진모 씨를 조폭 세계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해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희생을 마다 않는 낭만적 마초의 표상을 보여줬습니다.
영화도 200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그럭저럭 흥행에 성공을 거뒀습니다.
[질문]
송강호 씨가 주연한 '우아한 세계'도 조폭 세계를 다룬 영화였죠?
지난해 개봉한 '우아한 세계'의 경우에는 비정한 조폭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한 40대 가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른바 생활 누아르를 표방,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은 우정이나 의리, 사랑과 같은 다른 조폭영화들에 등장하는 가치가 아니라,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그러다 보니 할 수 없이 옳지 못한 방식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가부장의 처연한 상황을 강조해 보이는 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앞서 조폭 영화들이 미남 배우들을 내세우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송강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작품성에 대한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그다지 선전하지 못했습니다.
[질문]
미남 배우를 앞세운 조폭 누아르가 대세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번주 개봉하는 '숙명'도 마찬가지 맥락인가요?
'숙명'은 미남 배우가 한 명도 아니고 세 사람이나 한꺼번에 등장합니다.
권상우 씨와 군대 제대 이후 야심찬 복귀를 노리는 송승헌 씨, 그리고 지성 씨가 합세했습니다.
영화는 돈을 위해 우정과 의리를 내팽개친 철중이라는 인물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한때 친했던 네 친구들이 서로 반목하게 되는 상황을 처절한 액션과 함께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얼개는 권상우가 연기한 철중과 송승헌이 연기한 우민이라는 인물의 대립 구도로 압축이 되는데, 악역에 도전한 권상우와 카리스마 연기를 선보인 송승헌의 복귀가 흥행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조폭 영화, 이제는 지겹다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도 이렇게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답변]
영화가 사회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때, 감독들은 약육강식의 생존논리가 판치는 사회 현실 자체가 어느 정도의 조폭성을 띄고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조폭 누아르라는 장르 안에 담아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는 좀더 극단적으로 조폭 세계의 내부를 비추고는 있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에 내재된 폭력성이라든가 비정함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한 분석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일부 영화들의 경우 지나치게 도식적이고 상투적인 방식으로 조폭 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는데, 여전히 조폭 영화가 한국에서 홍콩 누아르처럼 하나의 스타일이나 장르로 자리 잡지는 못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한국영화의 주요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조직 폭력배들의 세계죠.
그러나 보니 한 때는 "조폭 코미디여야 흥행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철 지난 소재로 취급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인기있는 영화 소재입니다.
이번 주에는 조폭 영화의 변화상을 알아보겠습니다.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조폭 영화 하면 일단 떠오르는 작품이 '가문의 영광'이나 '두사부일체'같은 영화들인데, 이런 영화들이 수 백만명의 관객을 모으던 시절이 있었어요.
요즘에는 아무래도 한물 간게 아닌가 싶더군요.
[리포트]
한국영화에서 조폭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의 흥행 공식이 자리를 잡게 된 가장 큰 계기는 2001년 말과 2002년에 잇따라 개봉해 대 히트를 기록한 '두사부일체'와 '가문의 영광'입니다.
'두사부일체'는 조폭의 중간 보스가 학교에 간다는 설정으로 교육 문제와 같은 사회적인 이슈를 건드리며 관객들을 공략했습니다..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이후 '투사부일체'와 '상사부일체' 등의 속편으로 이어졌다.
'가문의 영광'은 조폭 가문의 딸과 엘리트 남성의 결혼을 둘러싼 소동극으로 500만 명 이상의 관객 동원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주인공을 신현준으로 교체한 '가문의 위기'와 '가문의 부활' 등으로 속편을 이어갔다.
'가문의 영광'이나 '두사부일체' 같은 조폭 코미디 영화들은 조폭 사회와 주류 사회가 충돌하는 과정을 통해 웃음과 풍자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습니다.
여기에 우리 사회가 상식이 통할 것 같지만 실은 조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힘의 논리나 약육 강식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은근히 풍자하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
이후에 비슷한 아류작들이 속편들이 쏟아지면서 식상하다는 평가들이 많았는데요.
조폭들의 세계가 코미디로만 다뤄진 건 아니죠?
[답변]
지난 2005년부터 조폭이 등장하는 영화에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흐름이 생기게 되는데, 김지운 감독이 '달콤한 인생'으로 서막을 연 대로 조폭 캐릭터를 스타일리시한 액션 누아르 장르의 세계로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
희화화된 웃음의 대상이었던 조폭이 김지운 감독의 영화 속으로 들어가니까 멋지고도 비장한, 폼생폼사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이런 흐름은 이듬해 유하 감독이 연출한 '비열한 거리'가 어느 정도 계승하게 되는데 조폭들의 세계에 갇혀 버린 주인공이 조폭이 아닌 영화 감독 친구에게까지 이용을 당하고 결국 파멸하고 마는 과정을 비장하게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최근 액션 누아르의 장르로 조폭을 다루고 있는 영화들에서 또 하나 이끌어낼 수 있는 공통점은 일단 잘생기고 지적으로 보이는, 절대로 조폭처럼 보이지 않는 말쑥한 외모의 원톱 주인공이 극을 이끌어나간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작용을 했는지, 아무튼 두 영화 모두 흥행에서 나름대로 선전했습니다.
지난해 추석 때 나온 곽경택 감독의 '사랑' 역시 주진모 씨를 조폭 세계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해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희생을 마다 않는 낭만적 마초의 표상을 보여줬습니다.
영화도 200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그럭저럭 흥행에 성공을 거뒀습니다.
[질문]
송강호 씨가 주연한 '우아한 세계'도 조폭 세계를 다룬 영화였죠?
지난해 개봉한 '우아한 세계'의 경우에는 비정한 조폭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한 40대 가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른바 생활 누아르를 표방,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은 우정이나 의리, 사랑과 같은 다른 조폭영화들에 등장하는 가치가 아니라,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그러다 보니 할 수 없이 옳지 못한 방식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가부장의 처연한 상황을 강조해 보이는 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앞서 조폭 영화들이 미남 배우들을 내세우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송강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작품성에 대한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그다지 선전하지 못했습니다.
[질문]
미남 배우를 앞세운 조폭 누아르가 대세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번주 개봉하는 '숙명'도 마찬가지 맥락인가요?
'숙명'은 미남 배우가 한 명도 아니고 세 사람이나 한꺼번에 등장합니다.
권상우 씨와 군대 제대 이후 야심찬 복귀를 노리는 송승헌 씨, 그리고 지성 씨가 합세했습니다.
영화는 돈을 위해 우정과 의리를 내팽개친 철중이라는 인물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한때 친했던 네 친구들이 서로 반목하게 되는 상황을 처절한 액션과 함께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얼개는 권상우가 연기한 철중과 송승헌이 연기한 우민이라는 인물의 대립 구도로 압축이 되는데, 악역에 도전한 권상우와 카리스마 연기를 선보인 송승헌의 복귀가 흥행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조폭 영화, 이제는 지겹다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도 이렇게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답변]
영화가 사회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때, 감독들은 약육강식의 생존논리가 판치는 사회 현실 자체가 어느 정도의 조폭성을 띄고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조폭 누아르라는 장르 안에 담아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는 좀더 극단적으로 조폭 세계의 내부를 비추고는 있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에 내재된 폭력성이라든가 비정함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한 분석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일부 영화들의 경우 지나치게 도식적이고 상투적인 방식으로 조폭 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는데, 여전히 조폭 영화가 한국에서 홍콩 누아르처럼 하나의 스타일이나 장르로 자리 잡지는 못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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