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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최근 할리우드 오락영화들을 보면 괴생명체가 인간을 무차별 공격한다는 설정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격해오는 정체가 모호하다는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9.11 테러로 남아있는 공포가 오락영화의 틀로 표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9.11 테러가 할리우드 영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할리우드 재난영화 하면 자연재해나 외계인 습격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최근에는 그렇지가 않다고요?
[답변]
고전적 할리우드 재난영화는 고통을 주는 대상의 실체가 비교적 뚜렷하고요.
최근 할리우드 영화들은 실체가 모호한 괴생명체의 무차별 습격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 영화라면 영웅적인 주인공이 이런 대상에게 맞서 싸웠겠지만, 최근 영화에서 등장 인물들은 살아 남기에 급급합니다.
이런 설정은 9.11 테러가 미국인들의 무의식에 남긴 공포와 상처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비극적 사건이 남긴 공포감도 시간이 흐르면서 오락영화의 소재로 담길만큼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는 것과 새로운 재난영화의 소재를 찾는 할리우드의 욕망이 맞물린 현상입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런 흐름을 보이는 영화들은 어떤 게 있는지 한편 한편 짚어주시죠.
[답변]
사실 9.11 상처를 은유한 영화가 지금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닙니다.
9.11 당시 상황을 재현한 2편의 영화가 지난 2006년 잇따라 개봉했고요.
9.11테러 현장 그대로 담아낸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입니다.
테러 직후 붕괴된 월드 트레이드 센터 잔해에 갇혔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실존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재현했습니다.
테러의 전후 맥락보다는 비극적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의지력과 휴머니즘에 초점입니다.
당시 필라델피아 들판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유나이티드 93의 탑승자들이 남긴 전화 통화 내용 등을 바탕으로 테러범과 결투를 벌이던 긴박한 상황을 다큐멘터리적 기법으로 재현했습니다.
[질문]
이런 영화들은 9.11 테러를 직접적인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오락영화라고 하긴 어렵겠습니다.
오락영화라면 이런것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못할것 같은데요.
얼마나 욕을 먹겠습니까?
[답변]
지당한 말씀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이어지고 있는 재난 스펙터클 영화들은 바로 '괴수'라는 캐릭터를 통해 테러리즘에 대한 무의식적 공포를 환기하는 방법론 구사합니다.
스릴러 소설의 대가로 손꼽히는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이 바탕입니다.
짙은 안개가 뒤덮인 상황에서 한 마을 사람들이 마트 안에 갇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이들을 무차별 공격하며 차례차례 희생당하는 과정입니다.
대형 곤충의 기습 뿐 아니라 대형 괴수가 마트에 갇힌 마을 사람들을 극도의 공포 상태로 몰아 넣습니다.
인간을 잡아먹는 괴수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이를 때까지 그 실체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공포를 이기지 못한 마을 사람들은 결국 자기들 가운데 희생양을 제물로 바칩니다.
이런 설정은 결국 누가 어디서 어떻게 공격해 올지 모른다는, 9.11 이후의 공포감을 은유하는 것입니다.
이들이 갇혀 있는 곳이 슈퍼 마켓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이라는 점과,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 괴수의 정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미국인들의 무의식에 자리 잡은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감을 짐작하게 만듭니다.
지난해 여름 '트랜스포머' 시사회 때 충격적인 티저 예고편이 공개되고,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JJ에이브람스의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만 알려진 채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 호기심을 잔뜩 부추긴 영화인데요.
영화의 실체는 결국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가 뉴욕을 초토화한다는 내용의 괴수 스릴러 영화입니다.
자유의 여신상의 목이 잘려져 뉴욕 거리에 나뒹둘고, 고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입니다.
명백한 911 테러의 은유인데요.
최근 개봉한 '나는 전설이다'에 이어 이 영화 역시 뉴욕을 배경으로 삼음으로써 9.11의 공포감을 영화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심산을 숨기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적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용한 방식이고요.
의도적으로 등장 인물 1명이 캠코더로 상황을 촬영한다고 설정입니다.
실제로 캠코더 촬영 화면을 사용해 관객이 현장에 직접 가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걸프전과 이라크 전 당시 CNN의 전쟁 중계를 연상시키는 화면 연출인데요.
'유투브 세대를 위한 블록버스터' 화면이 시종 일관 극단적으로 흔들리기 때문에 어지럼증이나 구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클로버 필드'는 할리우드가 오락영화의 쾌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별의 별 방법을 다 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지난해 말 개봉한 윌 스미스 주연의 '0나는 전설이다'도 LA였던 원작의 무대를 뉴욕으로 옮겨와 9.11이 남긴 신경증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오락영화들을 통해서 미국인들이 9.11 공포감을 이겨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고 또 시각에 따라서는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라는게 현실을 담아내는 가장 정교한 장르라고 본다면 분명 이런 영화들이 미국민들의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대부분 영화들이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전망해보고 싶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최근 할리우드 오락영화들을 보면 괴생명체가 인간을 무차별 공격한다는 설정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격해오는 정체가 모호하다는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9.11 테러로 남아있는 공포가 오락영화의 틀로 표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9.11 테러가 할리우드 영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할리우드 재난영화 하면 자연재해나 외계인 습격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최근에는 그렇지가 않다고요?
[답변]
고전적 할리우드 재난영화는 고통을 주는 대상의 실체가 비교적 뚜렷하고요.
최근 할리우드 영화들은 실체가 모호한 괴생명체의 무차별 습격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 영화라면 영웅적인 주인공이 이런 대상에게 맞서 싸웠겠지만, 최근 영화에서 등장 인물들은 살아 남기에 급급합니다.
이런 설정은 9.11 테러가 미국인들의 무의식에 남긴 공포와 상처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비극적 사건이 남긴 공포감도 시간이 흐르면서 오락영화의 소재로 담길만큼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는 것과 새로운 재난영화의 소재를 찾는 할리우드의 욕망이 맞물린 현상입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런 흐름을 보이는 영화들은 어떤 게 있는지 한편 한편 짚어주시죠.
[답변]
사실 9.11 상처를 은유한 영화가 지금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닙니다.
9.11 당시 상황을 재현한 2편의 영화가 지난 2006년 잇따라 개봉했고요.
9.11테러 현장 그대로 담아낸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입니다.
테러 직후 붕괴된 월드 트레이드 센터 잔해에 갇혔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실존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재현했습니다.
테러의 전후 맥락보다는 비극적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의지력과 휴머니즘에 초점입니다.
당시 필라델피아 들판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유나이티드 93의 탑승자들이 남긴 전화 통화 내용 등을 바탕으로 테러범과 결투를 벌이던 긴박한 상황을 다큐멘터리적 기법으로 재현했습니다.
[질문]
이런 영화들은 9.11 테러를 직접적인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오락영화라고 하긴 어렵겠습니다.
오락영화라면 이런것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못할것 같은데요.
얼마나 욕을 먹겠습니까?
[답변]
지당한 말씀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이어지고 있는 재난 스펙터클 영화들은 바로 '괴수'라는 캐릭터를 통해 테러리즘에 대한 무의식적 공포를 환기하는 방법론 구사합니다.
스릴러 소설의 대가로 손꼽히는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이 바탕입니다.
짙은 안개가 뒤덮인 상황에서 한 마을 사람들이 마트 안에 갇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이들을 무차별 공격하며 차례차례 희생당하는 과정입니다.
대형 곤충의 기습 뿐 아니라 대형 괴수가 마트에 갇힌 마을 사람들을 극도의 공포 상태로 몰아 넣습니다.
인간을 잡아먹는 괴수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이를 때까지 그 실체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공포를 이기지 못한 마을 사람들은 결국 자기들 가운데 희생양을 제물로 바칩니다.
이런 설정은 결국 누가 어디서 어떻게 공격해 올지 모른다는, 9.11 이후의 공포감을 은유하는 것입니다.
이들이 갇혀 있는 곳이 슈퍼 마켓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이라는 점과,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 괴수의 정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미국인들의 무의식에 자리 잡은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감을 짐작하게 만듭니다.
지난해 여름 '트랜스포머' 시사회 때 충격적인 티저 예고편이 공개되고,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JJ에이브람스의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만 알려진 채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 호기심을 잔뜩 부추긴 영화인데요.
영화의 실체는 결국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가 뉴욕을 초토화한다는 내용의 괴수 스릴러 영화입니다.
자유의 여신상의 목이 잘려져 뉴욕 거리에 나뒹둘고, 고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입니다.
명백한 911 테러의 은유인데요.
최근 개봉한 '나는 전설이다'에 이어 이 영화 역시 뉴욕을 배경으로 삼음으로써 9.11의 공포감을 영화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심산을 숨기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적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용한 방식이고요.
의도적으로 등장 인물 1명이 캠코더로 상황을 촬영한다고 설정입니다.
실제로 캠코더 촬영 화면을 사용해 관객이 현장에 직접 가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걸프전과 이라크 전 당시 CNN의 전쟁 중계를 연상시키는 화면 연출인데요.
'유투브 세대를 위한 블록버스터' 화면이 시종 일관 극단적으로 흔들리기 때문에 어지럼증이나 구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클로버 필드'는 할리우드가 오락영화의 쾌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별의 별 방법을 다 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지난해 말 개봉한 윌 스미스 주연의 '0나는 전설이다'도 LA였던 원작의 무대를 뉴욕으로 옮겨와 9.11이 남긴 신경증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오락영화들을 통해서 미국인들이 9.11 공포감을 이겨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고 또 시각에 따라서는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라는게 현실을 담아내는 가장 정교한 장르라고 본다면 분명 이런 영화들이 미국민들의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대부분 영화들이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전망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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