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고립 한인, 끝내 주검으로…[전가영, 국제부 기자]

폭설 고립 한인, 끝내 주검으로…[전가영, 국제부 기자]

2006.12.07. 오후 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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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폭설로 고립됐다 구조 요청을 하러 떠났던 재미동포 제이스 김 씨.

가족들은 무사히 구조됐지만 제임스 김 씨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었는데요.

실종 10여일 만에 끝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취재 기자 연결해서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전가영 기자!

[질문1]

참 안타까운 소식인데요, 가족을 구하겠다고 떠났던 재미동포 제임스 김 씨가 주검으로 돌아왔군요?

[답변1]

가족을 구하기 위해 폭설을 뚫고 길을 나섰던 제임스 김 씨가 끝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실종된 지 12일 만인데요, 미국 오리건 주 합동수색대는 김 씨의 가족들이 있던 곳에서 1마일, 그러니까 1.6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김 씨가 눈 속에 엎드린 채 숨져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수색대는 김 씨가 구조대를 찾으러 나가다 영하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눈 속에서 동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질문2]

이틀 전에 가족들은 무사히 구조되지 않았습니까?

제임스 김 씨의 생존 소식을 기다렸을 텐데요. 어떻습니까?

[답변2]

제임스 김 씨가 먼 길을 떠나 소식이 끊어진 뒤에 부인과 자녀 2명만 헬기로 구조되는 모습입니다.

보시는 대로, 무척 초췌한 모습의 부인이 아이를 안고 있는데요.

부인 캐티 김 씨는 프랑스어 교사로 지난 1999년 제임스 김 씨와 결혼을 했습니다.

둘 사이에 4살배기 딸 페넬로페와 7달 된 사빈을 두고 있는데요.

구조된 가족들은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겨진 가족들은 남편과 아버지를 잃을 슬픔을 달래야 할 것 같습니다.

[질문3]

그럼 이런 비극이 왜 일어났는 지 원인부터 알고 싶습니다. 제임스 김 씨 가족이 폭설에 고립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변3]

제임스 김 씨 가족은 지난 달 17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시애틀의 친척집을 방문한 뒤, 사건 당일이죠, 25일에 친구가 있는 포틀랜드에 들렀습니다.

밤 늦게 집으로 다시 돌아가다가 눈 속에서 고립됐습니다.

제임스 김 씨의 부인 캐티는 구조 직후, 산악 도로로 접어들었다가 갇혔다고 말했습니다.

사고가 난 시스키유 국립공원은 록키산맥의 산자락에 있는데요.

겨울에는 20~30센티미터가 넘는 눈이 덮여있고 제설작업도 잘 이뤄지지 않아서, 통행이 어려운 곳입니다.

[질문4]

그러니까 실종된 게 지난 달 25일.

가족들은 이달 4일에 구조됐구요, 열흘이라는 시간 동안 어떻게 버틸 수 있었나요?

[답변4]

캐티 김 씨는 처음에는 차 안의 연료를 다 쓸 때까지 히터를 켜고 있었고, 온 가족이 끌어안고 체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고 말했습니다.

워낙 산속이라 휴대전화도 걸리지 않았는데요, 비상 식량이 다 떨어지자 산 속 열매도 따먹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모유를 줬습니다.

또 자동차 타이어를 태워서 불도 피우고 주변에 신호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립된 지 일주일이 넘도록 구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제임스 김 씨가 몇 시간 안에 돌아오겠다면서 직접 도움을 요청하러 나섰습니다.

[질문5]

그 뒤로 김 씨의 생사 여부를 알 수가 없었는데 어떻게 수색작업이 벌어졌습니까?

[답변5]

김 씨는 지난 4일 가족들이 극적으로 구조된 뒤에도 생사가 불분명했습니다.

오리건 합동 수색대는 헬기 4대와 구조요원 100명, 구조견 등을 투입했는데요, 사건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회색 바지와 양말 등을 단서로 집중 수색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사고 현장 주변에 눈이 수십 센티미터 씩 쌓여 있고, 곳곳이 빙판에 급경사 지역이라서 시간이 갈 수록 생존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질문6]

CNN과 폭스TV 등은 거의 수색 작업을 생중계하다시피 하면서 미국 전역이 이 사건에 큰 관심을 나타냈는데요.

사망 소식을 전하던 보안관이 안타까운 마음에 발표를 다 하지 못했다죠?

[답변6]

수색작업을 맡았던 브라이언 앤더슨 보안관의 모습입니다.

어제만 해도 앤더슨 보안관은 제임스 김의 옷가지가 발견됐다면서 끝까지 살아남을 거라고 확신에 찬 발언을 했었는데요.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감정에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인터뷰:브라이언 앤더슨, 오리건 합동수색대]
"12시 3분쯤 제임스 김 씨 시신이 '빅 윈디 크릭' 에서 발견됐습니다."

[질문7]

생전의 제임스 김 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고, 큰 사랑을 보여주고 간 김 씨에 대한 애도의 메시지가 끊이지 않고 있죠?

[답변7]

김 씨는 전자제품 평가를 하는 온라인 잡지 씨넷(CNET)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었는데요.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쯤을 보셨을 만한 인물입니다.

김 씨는 소비자들은 물론 경쟁사로부터도 실력을 인정받아왔는데요.

그가 일하던 씨넷의 홈페이지와 주요 웹사이트에는 김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는 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보여준 영웅이다' '가족들에게 평안과 행복을 남겼다' 등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깊은 위로를 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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