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인터뷰] “인쇄만의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서명현 태신인팩 대표

[리더스인터뷰] “인쇄만의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서명현 태신인팩 대표

2017.01.05. 오전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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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인터뷰] “인쇄만의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서명현 태신인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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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또 하나의 예술입니다.”

인쇄전문 기업 ‘태신인팩’의 서명현(57) 대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전 세계의 독특한 석판화 포스터 150여 점을 수집했다.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골목을 장식했던 광고 포스터들은 이제 서 대표의 손을 거쳐 ‘오리지널 석판화 갤러리(MOVA, Museum of Vintage Poster Art)’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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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의 대중화를 이끈 쥘 세레(Jules Chéret), 툴루즈 로트레크(Henri de Toulouse Lautrec)의 작품부터 세계적 희귀본으로 알려진 레오네토 카피엘로(Leonetto Cappiello)의 ‘압생트’ 주류 광고 포스터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녹색 악마를 형상화한 압생트 포스터 'Maurin Quina'는 3미터가 넘는 대형 포스터로 관람객의 주목을 끈다. 방금 찍어낸 듯 진한 색과 뚜렷한 선을 원본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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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표는 "물과 기름의 반발력을 이용한 ‘석판화’는 인쇄 역사의 시작과 같다“며 ”당시 신문 삽화 등에 쓰이면서 인쇄물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태신인팩은 작년 11월 대한민국디자인대상에서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서 대표는 “친환경 인쇄기술을 통해 인쇄산업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서명현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Q. 대한민국디자인대상에서 어떤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고 생각하는가?

고급 인쇄로 불리는 ‘메탈릭(Metallic) 용지’의 보급뿐 만 아니라 MOVA와 같은 디자인 문화산업, 산학 협력 사업 등을 이끌어온 것을 높게 평가 받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디자인부터 인쇄, 배송에 이르기까지 환경을 고려한 ‘에코 프로덕트(Eco-Product)’ 시스템을 갖춘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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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메탈릭 용지’는 조금 생소하다.

‘메탈릭 용지’는 빛과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광택과 입체감이 마치 흐르는 느낌을 준다. 태신인팩은 인쇄기법의 하나인 ‘It’s Real Metallic Paper & Printing‘으로 화려한 박 가공(Stamping)의 장점을 살려 종이를 메탈처럼 만든다. 국내에서 처음 상용화했다.

이 기법의 특징은 한 번의 인쇄로 원하는 만큼 메탈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색을 자연스럽게 넣는 그러데이션(gradation) 표현도 자유롭다. 빛에 따른 광택감과 입체감을 통해 디자인 효과까지 극대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박 가공을 위해서는 판이나 필름을 계속 갈아주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 기법은 여러 단계를 생략해 인쇄 가공 단계에서 박 가공의 효과를 내기 때문에 작업의 단계와 비용을 효과적으로 축소시키고 작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Q. 어떤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나?

브랜드 상업 화보, 광고물, 프리미엄 선물 패키지(포장) 등 다양한 기업과 브랜드 제작물에 활용되고 있다. BMW 100주년 기념 매거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홍보용 카드, 화장품 포장 등에 사용된다. 상품의 옷이라고 할 수 있는 패키지에서 강렬한 시각 효과를 주므로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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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석판화 갤러리가 인상적이다.

젊은 시절부터 인쇄와 관련한 곳을 자주 방문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에서 우연히 ‘석판화 포스터’를 판매하는 상점을 들렀다. 그때 한 눈에 들어온 작품이 바로 포스터 예술의 선구자인 ‘쥘 세례’의 광고 포스터였다.

‘석판화 포스터’의 발전은 본격적인 대량 인쇄, 컬러 인쇄의 시대를 열게 해 줬으므로 인쇄 역사상 중요한 부분이다. 인쇄에 미쳐있던 제가 인쇄 역사가 깃든 귀한 작품을 발견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 갤러리의 포스터들은 시대의 역사와 고유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예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다.

MOVA는 모든 사람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된 포스터들은 19세기 유럽의 문화, 예술, 생활사를 담고 있다. 또한 인쇄와 관련한 다양한 물품들도 함께 전시돼 있어 디자인이나 인쇄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서울 충무로에도 제가 운영하는 인쇄문화 공간인 ‘It's Real Metallic Paper & Printing’ 갤러리가 있다. 이 곳에선 메탈릭 인쇄와 함께 고급 인쇄기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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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9~20세기 포스터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였나?

제 갤러리에 있는 3미터 크기의 ‘Maurin Quina’만 봐도 당시 포스터가 어느 정도 중요했는지 알 수 있다. 광고는 늘 우리 삶과 밀접하다.

포스터는 쉽게 말해 요즘의 ‘광고’다. 포스터는 영어의 기둥을 뜻하는 ‘POST’를 어원으로 하는데 기둥에 벽보를 붙여서 상품을 팔거나 행사를 알렸다. 석판 인쇄술의 발달로 다양한 색채 표현과 많은 양의 생산이 가능해져 당시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됐다. 또한 19~20세기 작가들은 상업 미술이던 포스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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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쇄업에 종사하면서 ‘디자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인쇄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다. 인쇄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인쇄가 사라지는 요즘, 인쇄 고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디자인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갤러리를 운영하고 산학협력을 맺는 등 메세나(Mecenat) 활동을 하고 있다. 인쇄를 공부하거나 디자인을 전공하는 분들이 문화를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실습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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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50년간 ‘인쇄 외길’을 걸어왔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인쇄는 세밀한 기술을 요하는 ‘장인(匠人)’의 분야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어렵고 힘든 3D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인쇄산업에 대한 선입관을 바꾸고 싶다.

즉, ‘인쇄는 예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전문적인 인프라도 만들려고 한다. 또한 모방과 위조 방지를 위한 인쇄 기술의 개발과 증강현실기술과 연계된 새로운 용지 개발도 시도하려고 한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주)태신인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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