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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완의 '함께, 여행'] '키오스크 장벽'이 가로막는 장애인의 '맛집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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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완의 '함께, 여행'] '키오스크 장벽'이 가로막는 장애인의 '맛집 여행'

2021년 07월 22일 10시 19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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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완의 '함께, 여행'] '키오스크 장벽'이 가로막는 장애인의 '맛집 여행'
▲사진=장애인의 시선에서 키오스크 기기를 체험하고 있는 필자.

■ 금강산도 식후경 그리고 키오스크 장벽

“금강산 구경도 배가 불러야 하고 도중 군자(道中君子) 노릇도 배가 불러야 한다.”

아무리 좋은 구경이나 흥미롭고 재미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배가 고프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음을 표현한 우리 속담이다.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임이 당연할 진대, 어찌 어른과 아이, 젊은이와 어르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배고픔이 다를 수 있겠는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그리고 전국 각지로 향하던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잠시 주춤해지긴 했지만, 여행의 백미 중 하나가 ‘자신이 원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임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여러 요식업 관련 매장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키오스크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023년까지 연평균 5.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글로벌 키오스크 시장 규모의 경우, 2021년 835억달러(약 92조원), 연평균 8.9% 성장할 것(BBC리서치)으로 예측된다.

이렇듯 무인 정보 단말기는 우리 삶의 공간들에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키오스크 기기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합리적 배려를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에게 키오스크 기기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일 뿐이다.

여러 언론매체들이 이러한 키오스크 문제에 관해 일부 다루기는 했지만, 사실 직접 장애인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은 상황에선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을 터. ‘눈에 보이는 어려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단순히 지지해주고 도움을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당사자가 얼마나 곤혹스럽고 화가 나고 불안하며 모멸감을 느낄 것인지 완전히 공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지완의 '함께, 여행'] '키오스크 장벽'이 가로막는 장애인의 '맛집 여행'

▲사진="알아서 익숙해져라"고 윽박지르는 듯한 키오스크 기기를,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시각장애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메뉴가 화면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기 어렵고, 지체장애인은 높이로 인한 좌절을 경험하며, 발달장애인들은 익숙하지 않은 기계와의 소통에서 장벽을 경험한다. 나아가 어린이들도 자신의 키보다 높은 곳에 배치된 제품을 터치하여 선택하는 것이 힘들 것이며, 어르신들 또한 어떻게 키오스크를 사용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하는 등 장애의 유무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결정권을 수월하게 행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를 테면, 사회적 약자들에게 키오스크 기기는 이런 인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스스로 적응하든,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든, 당신들이 알아서 익숙해져라. 그래야 정상화(normalizaion)에 도달할 수 있다"며 윽박지르는 이기(利己)적인 이기(利器)"라는 느낌.

이 같은 접근성(accessibility)의 제약을 개선할 만한 방법은 없을까? 키오스크 제작 업체 담당자와 접촉해봤지만,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앞서 거론된 문제점들을 개선해 기기를 제작하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이윤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키오스크 장벽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인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정지완의 '함께, 여행'] '키오스크 장벽'이 가로막는 장애인의 '맛집 여행'

▲사진='키오스크 사태'와 같은 사회 환경과 시스템적 무배려는 장애인 당사자와 사회적 약자들에게 좌절감을 불러 일으킨다(www.pixabay.com 제공).

■ 무장애 여행을 위한 자기결정권의 보장

어린 시절, 엄마에게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했는데 너무 비싸다며 타박을 듣고 등짝을 한 대 얻어 맞은 후, 다른 종류의 비교적 싼 하드(얼음과자)를 먹을 수밖에 없게 돼 속상했던 경험, 다들 한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이 때 속상함의 본질은 ‘나의 선택과 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좌절감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아주 어려서부터 ‘자기 결정권’이라는 이슈를 통해 ‘수용과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으로부터 시작되는 기본권이다. 법률적·제도적으로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인간의 삶의 본질과도 깊은 개연성이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는 크고 작은 일들을 통해 ‘자기결정’이라는 형이상학적 개념을 느끼고 이해하게 되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성취감과 좌절감 등을 맛보게 된다.

요즘 핫한 인플루언서인 오은영 박사 역시 "긍정적 기억과 작은 성취들이 하나둘 모여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이 생기며 이는 한 인간이 온전히 독립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성취와 좌절을 종속변인으로 하는 자기결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정지완의 '함께, 여행'] '키오스크 장벽'이 가로막는 장애인의 '맛집 여행'

▲사진=누구나 맛집 여행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장벽이 있어서는 안된다(www.pixabay.com 제공)

그러나 '키오스크 사태'와 같이 사회 환경 및 시스템의 무배려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를 비롯한 사회 구성원들이 반복적으로 삶의 여정 속에서 좌절을 느끼게 된다면,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발전과 개인의 독립성 신장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과 어린이, 어르신 모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높은 접근성의 편의 시스템들이 연구·개발, 보편화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누구든 즐거운 여행길에서 내가 먹고자 하는 음식, 하고자 하는 경험들을 아무런 제약 없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고 그것이 ‘내가 당연히 자연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것’임을 모두가 아는 그런 날이 오길 고대한다.

제공=트래블라이프 정지완 칼럼니스트 dhpd30320@korea.kr


■ 필자 소개

정지완 칼럼니스트

- 장애인 당사자 가족
- 前) 부산여대·호산대 외래교수
- 前)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전센터 권익옹호팀장
- 前) 대전가정법원 후견위원회 위원
- 現) 장애인 교육·복지 연구자(대구대학교)
- 現) 대전원명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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