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규범의 홍콩본색(香港本色)] 홍콩 사람들은 밤에 결혼한다?

[배규범의 홍콩본색(香港本色)] 홍콩 사람들은 밤에 결혼한다?

2021.07.06. 오후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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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범의 홍콩본색(香港本色)] 홍콩 사람들은 밤에 결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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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사람들의 결혼식을 구경해본 적 있는가?

"에이~ 결혼식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계실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옥마을이나 민속촌 같은 곳에서, 전통혼례는 외국인 관광객 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도 훌륭한 구경거리이자 체험학습의 기회가 된다.

현대의 결혼식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홍콩의 결혼식은 우리나라의 결혼식과 닮은 듯 다르다. 서양의 결혼 문화와 중국의 결혼 문화를 반반 섞어놓은 듯 한 홍콩의 결혼식. 어쩌면, 한국의 결혼식은 홍콩의 결혼식에 비하면 비교적 쉬운 축에 속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오늘은 홍콩 사람들의 결혼식 모습을 엿보기로 한다.

[배규범의 홍콩본색(香港本色)] 홍콩 사람들은 밤에 결혼한다?

▲사진=홍콩의 결혼식은 지인들과의 사진 촬영으로 시작한다.

■ 왜 홍콩에선 밤에 결혼식을 하죠?

점심시간에 걸쳐, 또는 오후에 진행하는 한국 결혼식과 달리, 홍콩의 본 결혼식은 저녁 7시 정도에 시작한다.

신랑과 신부가 아침부터 워낙 바쁘다보니, 어쩔 수 없다. 홍콩 신혼부부의 결혼 첫 날은, 신랑이 신부의 집으로 마중을 나가면서 시작된다. 부부는 혼인전문 변호사 앞에서 혼인 서약을 진행한다. 이런 일정을 마치고 나면 웨딩촬영을 하는데, 시간은 이미 당일 점심 식사 시간 이후로 흘러가 있다.

이런 일정을 마치고 나면 어느 새 오후 7시. 이제 결혼식 하객들이 참석한 '본 결혼식'의 시작이다. 신랑과 신부에게는 마지막 행사이기도 하다.

[배규범의 홍콩본색(香港本色)] 홍콩 사람들은 밤에 결혼한다?

▲사진=하객 사이에서 입장하고 있는 신랑과 신부.

■ 우리네와 닮은 듯 다른, 홍콩의 결혼식

홍콩엔 우리나라와 같은 전문 결혼식장이 없다. 호텔 또는 피로연장에서 결혼식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청첩장을 직접받지 못한 사람도 갈 수 있는 우리나라의 결혼식과는 달리, 홍콩에선 신랑과 신부의 결혼식 청첩장을 받은, 다시 말해 '초대받은'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다.

식장에 입장하면 방명록에 축하메시지를 적은 뒤, 축의금을 건네고, 신랑 신부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 다음 자리에 앉게 된다. 결혼식 순서 마지막에 사진을 찍는 우리네 결혼식과는 달리, 홍콩에선 먼저 사진부터 찍고 시작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랑과 신부의 추억이 담긴 동영상이 방영되고, 양가 부모님을 향한 인사, 케이크 커팅, 샴페인 건배 등을 하고 나면 식사가 제공된다.

주례사나 축사 같은 순서는 없다. 대신, 부모님이 신랑신부를 향해 축하의 한 마디를 하는 경우는 있다. 우리네 결혼식과 닮은 듯 다른 모습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도 '주례 없는 결혼식'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하니, 비슷해지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배규범의 홍콩본색(香港本色)] 홍콩 사람들은 밤에 결혼한다?

▲사진=홍콩 결혼식 식사 메뉴판

식사를 하면서, 친구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면, 어느 새 신랑과 신부는 옷을 갈아입고, 하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신부는 이 날 하루에만 약 5벌의 드레스를, 신랑은 보통 2~3벌의 의상을 갈아입는다고 한다. 결혼 해 본 입장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네 결혼식 보다 그들의 결혼식이 좀 더 힘들고 번거롭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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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콩의 결혼식에는 보통 중식 또는 양식이 나온다.

식사 메뉴는 보통 중식 또는 양식이 나오는데 두가지가 동시에 나오는 경우도 있다. 결혼식의 공식적인 식순은 여기서 끝이다. 이후에는 별 특별한 것이 없이 친구들끼리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놀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규범의 홍콩본색(香港本色)] 홍콩 사람들은 밤에 결혼한다?

▲사진=결혼식이 끝난 직후 신랑,신부의 지인들과 다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위)/결혼식 다음날 즐기는 2차 피로연. 친한 친구들이 모여 맥주나 음식을 다시 즐긴다(아래).

"결혼식도 끝났는데... 2차 가야죠, 2차!"

2차 피로연... 물론 홍콩 결혼식에도 있다. 다만, 당일에 하기보다는 다음날 하는 경우가 많다. 즉, 당일은 호텔이나 피로연장에서 결혼식만 하고, 다음날 친구들을 불러모아, 별도로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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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로나 시대에 맞춰 결혼증명만 먼저하는 필자의 지인

■ "결혼식 미루자"...코로나 사태, 홍콩 결혼 문화도 바꿨다

코로나19 사태로 홍콩의 결혼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홍콩 역시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4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식의 경우 마스크를 낀 상태로 20인까지는 모여 잠시 축하해줄 순 있다.

다만, 필자의 지인들을 포함한 많은 홍콩의 젊은 남녀들이 "일단 결혼증명만 해놓고, 결혼식은 미루겠다"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결혼 풍속도인 셈이다.

여행의 재미에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재미도 분명 포함돼 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홍콩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면, 홍콩 결혼식에 한 번 참석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경험이다.

코로나 이후, 홍콩 친구를 사귀게 돼 결혼식에 초대받게 된다면 꼭 한 번 참석해 보길 권한다. 색다른 추억이 될 것이다.

제공=트래블라이프 배규범 여행작가 b-k-b@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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