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마법: 테마파크] '칙칙폭폭' 하지 않는 현실세상 기차, 동심은 달리고 싶다

[스토리텔링의 마법: 테마파크] '칙칙폭폭' 하지 않는 현실세상 기차, 동심은 달리고 싶다

2021.06.05. 오후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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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의 마법: 테마파크] '칙칙폭폭' 하지 않는 현실세상 기차, 동심은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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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대표하는 의성어 ‘칙칙폭폭’, 영어에서는 ‘츄츄 트레인’이라고 하는 이 표현의 어원은 증기기관차가 뿜어내는 특유의 소리입니다. 19세기 초에 발명되어 20세기를 맞이하며 전성기를 누렸던 증기기관차는 디젤기관차의 등장으로 대체되었고 오늘날에는 전동차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 이후의 세대들은 학교에서 기차소리를 ‘칙칙폭폭’ 이라고 배우기는 했지만 실제로 기차가 칙칙폭폭 하며 달리는 모습을 본적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육중한 무게가 실린 디젤기관차의 중저음과 날렵한 KTX 고속열차의 소리를 표현할 그렇다 할 의성어도 없으니 우리의 인식 속 기차소리는 늘 칙칙폭폭 으로 통합니다.

기차소리 뿐만 아니라 교통표지판에 쓰이는 픽토그램 마저도 옛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울 용산역 근처에 ‘백빈 건널목’ 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일명 ‘땡땡거리’ 라고도 불리는 곳인데, 이곳은 각종 드라마와 광고 촬영지로 유명해져서 일종의 ‘핫 플레이스’ 가 되었습니다.

두개의 빨간 신호등이 왔다 갔다 깜박거리며 땡땡하는 소리와 함께 차단기가 내려가는 풍경을 보기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물론 픽토그램에 나와있는 증기기관차가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지나 다니지는 않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철도 건널목의 아날로그 감성을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셔터를 누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기차는 많은 이들에게 추억의 존재이기도 하며 즐거움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기차는 이동수단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 많은 놀이공원과 테마파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1876년 미국 최초의 세계 박람회였던 필라델피아 센테니얼 엑스포에서 손님들의 편의를 위한 기차가 등장했는데 이는 오늘날 놀이공원이나 테마파크에서 볼 수 있는 기차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산타를 테마로 1946년에 오픈하여 최초의 테마파크라 여겨지는 미국의 ‘산타 클로스 랜드’에는 4분의 1로 축소된 증기기관차 기차 어트랙션이 파크 오픈과 함께 생겨났습니다. ‘미국 최초의 테마파크’라는 슬로건을 내건 ‘넛츠 베리 팜’에서는 실물 크기의 협궤 증기기관차가 파크를 한바퀴 도는 기차 어트랙션을 1952년에 도입했는데, 이는 1955년 디즈니랜드가 오픈하기 3년전의 일입니다.

[스토리텔링의 마법: 테마파크] '칙칙폭폭' 하지 않는 현실세상 기차, 동심은 달리고 싶다

‘테마파크’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디즈니랜드를 통해서 제대로 된 테마파크의 모습을 보여준 월트 디즈니도 기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월트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마르셀린’이라는 미국 중서부 지역의 작은 마을은 기차가 지나다니는 곳이었는데, 월트는 놀이삼아 기차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당시 기관사였던 삼촌의 영향도 적지 않게 받았다고 합니다.

미키 마우스의 탄생도 할리우드행 기차안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니 월트 디즈니와 기차의 인연은 운명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디즈니랜드의 탄생 또한 기차와의 인연이 깊습니다.

1940년대말 월트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는 있었지만 월트는 가슴속 뜨거운 열기를 분출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월트의 담당 의사도 취미생활을 가져보라는 제안을 했다고 하는데, 월트가 취미생활로 선택한 것은 당연하게도 기차였습니다.

처음에는 모형기차로 취미생활을 시작해 보았지만 금방 싫증이 나버린 월트. 이내 실제로 탈 수 있는 미니어처기차를 직접 제작하여 자신의 집 뒷마당에 ‘캐롤우드 퍼시픽 레일로드’ 라는 작은 기차 놀이공원을 통째로 만들어버리는 열정을 보였고 이는 훗날 디즈니랜드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스토리텔링의 마법: 테마파크] '칙칙폭폭' 하지 않는 현실세상 기차, 동심은 달리고 싶다

디즈니랜드 건설을 계획하며 월트 디즈니가 아티스트 ‘허브 라이먼’에게 주문했던 디즈니랜드의 모습은 기차가 파크 전체를 둘러가며 달리는 구조였습니다. 이는 현실로 이어졌고 오늘날에도 디즈니랜드의 입구 기차역에서는 칙칙폭폭 기차가 기적 소리를 내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증기기관차는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에서도 등장합니다. 서기 2221년에 우주를 횡단하는 이동수단의 디자인이 증기기관차를 형상화한 설정이 주목해볼만 한데, 이는 칙칙폭폭 증기기관차가 가지는 상징성의 힘을 보여주며 테마파크의 기차처럼 스토리텔링 도구로써 감성적인 연결고리를 직관적으로 풀어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 세상에서 기차는 더 이상 칙칙폭폭 하며 달리지 않지만 우리네 동심은 칙칙폭폭 기적 소리를 내며 달리고 싶어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옛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켜주고 누군가에게는 상상 속 환상의 세상으로 데려가 줄 수 있는 칙칙폭폭 기차.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달리는 칙칙폭폭 기차는 테마파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어트랙션이며 우리의 동심을 싣고 힘차게 달립니다.

트래블라이프=유재도 작가 jaedoyoo@gmail.com


■ 작가 소개

유재도

- 前)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근무
- 現) JDY Creative 작가

스토리텔링 중심의 여행 전문 미디어
트래블라이프 www.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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