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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전갱이 잡던 노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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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전갱이 잡던 노인의 추억

2021년 05월 02일 12시 12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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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전갱이 잡던 노인의 추억
몇 년 전, 제주도에서 머물던 때.

주말이면 가까운 바다로 달려가 거의 반나절을 멍하니 앉아있곤 했다.

언제 멈춰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낡은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웬만큼 비가 내려도 마냥 좋아서 향했던 그 곳은 삼양동이었다.

당시 살던 제주시 구도심에서 가깝기도 했고, 무엇보다 삼양동 바닷가는 관광지 느낌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삼양동은 오랜 부락 같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검은 모래 해변의 형태도 많이 바뀌었고 새로 들어선 건물들도 있어 조금은 달라진 듯하지만, 모래해변을 지나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풍경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다소 황량해 보이는 이 바닷가 풍경은 제주의 바다라기 보단, 오히려 육지의 그것과 흡사했다.

방파제의 주인공은 당연히 낚시꾼들로 들썩이는 외항이지만, 정박해놓은 작은 어선들 사이로 찌낚시를 하던 노인이 있던 내항이 내 기억엔 더욱 또렷하다.

외항의 꾼들이 대물 벵에돔을 낚아 올릴 때, 그 노인의 대상어는 전갱이 새끼들이었다.

남성 손가락 크기 만 한 전갱이 새끼들은 '낚는다'기 보단 '주워 담는다'는 표현이 맞을 성 싶다. 크릴새우 하나 끼워서 내리면 거의 백발백중 물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백발백중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전갱이 새끼를 잡는 이는 그 할아버지 뿐 이었다.

생각해보면 제주에서 누가 전갱이 새끼 낚시를 하겠는가. 동네 애들도 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룡포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전갱이 잡던 노인의 추억

장길리 낚시공원은 감포에서 구룡포 가는 해안길에 위치한다.

풍경 좋은 해안 도로를 달리다보면 '이건 도대체 뭐지?'라는 느낌이 드는 해안가 구조물을 만나게 된다.

바다에 놓인 다리. 심지어 딱히 다른 곳으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시선을 사로잡는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꼭 낚시를 하지 않더라도 이곳의 이정표가 눈에 보인다면 한번쯤 차를 멈출 것을 권유한다.

날 것 그대로의 동해바다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도 흔치 않다.

바닷가에 살지 않는다면 갯바위에 언제 또 서보겠는가.

육지와 갯바위를 연결하는 다리는 흡사 구름다리를 건너는 듯한 즐거움마저 준다.

구룡포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전갱이 잡던 노인의 추억

꾼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이곳도 결국 생활 낚시의 현장이다. 퇴근길에 저녁 찬거리를 바다에서 가져가는 느낌의 생활 낚시 말이다.

실제 퇴근길 갯바위에서 고도리(고등어 새끼) 몇 마리 낚아서 들고 가는 직장인도 볼 수 있다.

구룡포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전갱이 잡던 노인의 추억

이곳 갯바위 이름은 '보릿돌'이다.

그 옛날 보릿고개 시절, 이곳에 오면 해산물로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고 지어진 명칭으로 보인다.

구룡포의 장길리 복합 낚시 공원을 찾았을 때 불현 듯이 생각난 것은 삼양동의 전갱이 잡던 노인이었다.

약간은 스산해 보이는 주위 풍경마저 닮아 보인다.

지금은 굶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시절보다 더 허기를 느끼는 순간이 많다.

'힐링'이란 단어가 화두로 떠오른 것도, 결국 '마음의 보릿고개' 때문이 아닐지.

이곳을 거닐다 보면, 손안에 물고기 한 마리 없더라도, 마음만은 쉽게 한가득 채워진다.

채울 수 있을 만큼 비워져 있다면 말이다.

구룡포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전갱이 잡던 노인의 추억

Travel Tip : 다시 알려드리자면, 장길리 낚시공원은 감포에서 구룡포를 향하는 해안도로에 있다.

꼭 '장길리 낚시공원'을 목적지로 하지 않더라도, 감포에서 구룡포까지 여행 목적으로 이동한다면,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경로대로 움직이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지도와 방향을 확인하고 최대한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편을 추천한다. 고속도로와 별다른 차잇점이 보이지 않는 넓은 길 보다는, 구불구불하지만 바닷가가 보이는 드라이브길이 더 아름답지 않겠는가.

트래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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