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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주는 위로] 불국사 멧돼지, 수백년을 묵묵히 자리 지키고...
Posted : 2020-06-07 16:53
[여행이 주는 위로] 불국사 멧돼지, 수백년을 묵묵히 자리 지키고...
"여기가 불국사잖아. 이게 그 다보탑이랑 석가탑. 그리고 이게 그 청운교 백운교래. 어서 와서 사진 찍어! 그리고 약수 한 잔 마셔! 다 봤지? 자 그럼 끝!"

'불국사' 하면 떠오르는 기억들, 대략 이런 기억들 아닐까?

나도 그랬거든. 수학여행 때문에 왔거나, 단체관광 일정에 따라 오다 보니 불국사는 그저 허겁지겁 들렀다 가는 그런 곳일 뿐이었던 것 같아.

[여행이 주는 위로] 불국사 멧돼지, 수백년을 묵묵히 자리 지키고...

그저 오롯이 혼자 불국사를 걸어보고 싶었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렇게 천천히, 산책하듯 걷다 보니 보이지 않던 게 보이더라.

이를테면 불국사에 숨어있는 멧돼지 같은 거 말이지.

이 멧돼지는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에 숨어있던 녀석이야.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대.

다만, 임진왜란 때 불국사 극락전이 불타버렸고, 전쟁이 끝난 뒤 다시 지어졌다고 하니, 멧돼지도 이 무렵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추측만 해볼 뿐이야.

[여행이 주는 위로] 불국사 멧돼지, 수백년을 묵묵히 자리 지키고...

멧돼지가 발견된 건 '황금돼지'의 해였다는 2007년 2월이었다고 해.

아마 이런 상황이지 않았을까.

"앗, 저기 돼지같은 게 있다! 스님, 저거 집돼지에요, 멧돼지에요?"

"돼지? 무슨 돼지? 뭐라고요? 극락전 현판 뒤에? 거기 돼지가 있었어요? 헐... 대박!"

[여행이 주는 위로] 불국사 멧돼지, 수백년을 묵묵히 자리 지키고...

황금돼지 해 초반에 우연히 발견된 돼지... 경주시와 불국사에서는 이 발견을 길조로 보고, '황금복돼지'라고 홍보했나봐. 관광객들은 '황금복돼지라기 보단, 멧돼지에 가깝지 않느냐'고 고개를 기웃거렸다지만.

황금이나 복, 행운 등을 가져다주는 건진 믿거나 말거나겠지. 하지만 만화에나 나올 법한 초승달 모양의 눈을 하고 웃고 있는 그 유쾌한 표정을 봐. 입 옆에 삐죽 튀어나온 어금니 때문에 더욱 익살스러워 보이지.

수학여행이나 단체관광으로 억지로 온 사람이든, 고민이 많아 머리를 식히러 온 사람이든, 간절한 소원을 빌러 온 사람이든 누구에게든 잠깐 웃음을 선사하는 기분 좋은 녀석인 건 맞는 것 같아.

[여행이 주는 위로] 불국사 멧돼지, 수백년을 묵묵히 자리 지키고...

내 자리에서 내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상처받은 경험이 있니?

불국사 멧돼지는 극락전 현판 뒤에 2~300년이 지난 뒤에야 존재가 알려졌었지.

지금도 후다닥 왔다 가는 사람들은 불국사에 멧돼지가 있는 줄도 모를 거야.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지금도 "불국사에 멧돼지가 어디 있다는 거야?"라며 극락전 앞을 서성거리곤 해.

[여행이 주는 위로] 불국사 멧돼지, 수백년을 묵묵히 자리 지키고...

멧돼지를 발견한 사람들은 곧바로 미소를 짓지. 찾아냈다는 만족감과 익살스러운 표정 때문에 생기는 웃음... 그런 게 섞인 미소겠지.

극락전 앞엔 황금 돼지상까지 생겼을 정도니, 이제 나름 귀한 몸이 된 셈이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

언젠가 사람들이 그런 그대를 보며 웃어주는 날이 분명 올 거야.

트래블라이프=하단비 hadanbilif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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