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불영사', 마음을 다독이는 자연의 그림자

울진 '불영사', 마음을 다독이는 자연의 그림자

2020.01.23. 오후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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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불영사', 마음을 다독이는 자연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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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울진은 정말 좋다. 고요하고, 깨끗하고, 시원하다. 울진의 이름난 모든 '핫 플레이스'의 공통된 특징은 조용함이다. 그나마 시끌벅적한 곳이라곤 후포와 죽변 등의 항구들. 항구의 속성은 떠들썩함 아니던가. 고요하다면 그곳은 죽은 곳이리라.

울진이 이렇듯 유유자적한건 무엇보다 지리적 영향 때문이 아닐까. 교통이 사통 발달된 요즘 시대에도 대도시 기준으로 울진에의 접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섬을 제외한다면 실질적으로 가장 먼 곳 중의 하나이다.

울진 '불영사', 마음을 다독이는 자연의 그림자

바다에 접해있지만 내륙은 경북의 그 유명한 '오지 삼형제' 중 봉화, 영양으로 가로막혀 있어 강릉을 통해서 내려가던가, 포항을 통해서 올라가야만 한다.

불영사는 그런 울진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절이다.
주차장에 내려 입구를 바라볼 때 어느 정도 걸어야 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막상 도착해보면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인데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모를 때는 모르는 것이다.

울진 '불영사', 마음을 다독이는 자연의 그림자

불영사로 가는 길은 멋지다. 길을 걷는 맛이 이렇게 산뜻하고 맛깔날 수가 없다. 구불구불 소나무 숲을 지나 다리를 건너고 계곡을 바라보면, 절을 가는 것이 아니라
산속 화전민의 마을을 찾아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불영사는 알려진 대로 인근 서편에 부처의 형상을 한 바위가 있어 그 그림자가 항상 못에 비쳐서 생긴 이름이다. 아무려면 어떤가. 그저 산중에 조용하게 내려앉은 연못과 그 주변의 고즈넉한 조경에 그저 감탄을 할 뿐이다.

울진 '불영사', 마음을 다독이는 자연의 그림자

마음 같아선 달 뜨는 날을 골라 템플스테이라도 들어와서 한 이틀 머물고 싶어진다. 한밤중에 달빛 내리비치는 불영지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만 해봐도 마음속에 그림이 절로 그려진다.

형상이 있는 모든 것은 그림자를 가진다. 부처를 따르는 것도 어쩌면 그의 모습이 아닌 그림자를 따라가는 여정이 아닐는지. 겨울 얼음물에 갇힌 연꽃들이 한 가득이다.

양혁진 dwhh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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