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주산지, 디지털 시대의 서막을 연 사진 명소

청송 주산지, 디지털 시대의 서막을 연 사진 명소

2019.11.21. 오전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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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주산지, 디지털 시대의 서막을 연 사진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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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젖지 않은 생이 있으려마는
150년 동안 무릎 밑이 말라본 적이 없습니다
피안은 발 몇 걸음 밖에서 손짓하는데
나는 평생을 건너도 내 슬픔을
다 건널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신은 왜 낙타로 하여금
평생 마른 사막을 걷도록 하시고,
저로 하여금 물의 감옥에 들게 하신 걸까요
젊은 날, 분노는 나의 우듬지를 썩게 하고
절망은 발가락이 문드러지게 했지만,
이제 겨우 사막과 물이 둘이 아님을 압니다
이곳에도 봄이 오면 나는 꽃을 피우고
물새들이 내 어깨에 날아와 앉습니다
이제 피안을 지척에 두고도 오르지 않는 것은
나의 슬픔이 나의 꽃인 걸 어렴풋이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주산지 왕버들, 반칠환-

청송 주산지, 디지털 시대의 서막을 연 사진 명소

2000년대 초반의 디지털 사진 열풍을 기억하는가. 엊그제 같지만 벌써 20년의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그전까지 필름 카메라는 장롱속에서 살아가다 특별한 날에 한번씩 세상 구경을 하던 수감자였다.
다운타운의 필름 현상소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달아 올랐다. 현상과 인화를 거친 결과물을 받기 전까지 일반인들은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며느리도 알 수 없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학사모를 쓴 졸업자 뿐만 아니라 아무것이나 찍기 시작했다. ​돈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것이나 찍기 시작하니 점점 사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전국의 사진 명소가 여행의 목적지가 되었다.

청송 주산지, 디지털 시대의 서막을 연 사진 명소

지금은 어떤가, 디지털 카메라는 대부분 휴대폰으로 교체되었다. 잘 나온 사진 한 장 따위는 별 의미가 없는 세상이 됐다.
당장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해진 세상이다.
공유되지 못한 사진과 영상은 모두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
모든 것은 스마트폰에 넣어야만 생명력이 반짝 거린다.

청송 주산지, 디지털 시대의 서막을 연 사진 명소

돌이켜보면 1990년대 처음 청송을 찾았을 때 주왕산 외에는 정보가 없었다. 당연히 주산지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지난 2003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디지털 사진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왕버들 사이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신비로운 한국의 자연 그대로였다.

물속에 잠긴 수 백년 수령의 왕버들 나무는 그 자체로 볼거리다.
왜 뿌리가 물에 썩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풀이라면 설명이 된다. 물속에서도 땅에서도 살 수 있는 풀들은 많으니까.
하지만 이건 나무다. 세상은 신비로움의 연속이다.

청송 주산지, 디지털 시대의 서막을 연 사진 명소

일반적인 관광지는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피하려면 새벽 일찍 길을 나서게 된다. 하지만 주산지는 반대다. 물안개를 찍기 위한 사람들로 이른 시간은 황금타임이 된다.
오히려 오후 느지막히 찾는 게 여유로운 호수의 고즈넉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청송 주산지, 디지털 시대의 서막을 연 사진 명소

주차장에서 오르는 길도 멋지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천천히 걸어서 20여분 정도. 동네 언덕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르면 된다.
주산지 입구는 동네주민들의 제철과일과 버섯등의 판매처가 된다. 오후 느지막히 가면 숙소에서 먹을 과일을 싼값에 챙겨오기도 한다.

양혁진 dwhhhj@naver.com
자료협조: 청송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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