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마카오, 북한 개방의 힌트가 될 수 있나?

홍콩과 마카오, 북한 개방의 힌트가 될 수 있나?

2019.06.11. 오전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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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 마카오, 북한 개방의 힌트가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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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반도에서 길을 잃었다.
서울의 종로구 만하다는 마카오에서 길을 잃어봐야 얼마나 잃겠냐만은, 홍콩행 페리터미널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탄 게 고행의 시작이었다.

일반적으로 마카오에선 호텔 셔틀버스를 이용하거나 택시가 편하지만, 그냥 그날 아침 따라 로컬 버스가 타고 싶었다.
터미널행이라는 것만 보고 무조건 올라탔는데, 배 타는 곳이 아닌 본토와의 국경지대를 가는지 버스 좌우로 나타나는 풍경이 영 싸늘하다.

결국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내려 구글 지도를 켜보니 정말이지 국경지대로 향하고 있었던 것.
관광객들이 없는 리얼 로컬로 접어드니 택시조차 보이지 않는다.
홍콩에 누구 만날 약속도 없는데 왜 그리 급히 택시를 찾으려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그런 리얼 로컬은 관광객 입장에선 일부러 찾기 조차 힘든 멋진 여행 장소가 아니겠는가.
우여곡절 끝에 페리터미널에 도착해 여권을 꺼내든다.

홍콩과 마카오, 북한 개방의 힌트가 될 수 있나?

홍콩과 마카오는 모두 중국 영토지만 본토뿐만 아니라, 두 도시를 서로 오갈 때도 여권이 필요하다.
페리를 타고 뱃길로 1시간, 이제 바다를 관통하는 강주아오 대교도 개통했지만 홍콩과 마카오는 같은 듯 다른 문화의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같은 나라 땅인데 여권이 필요한 건 어떤 이유이고, 그곳에 사는 이들에겐 무슨 의미일까?
홍콩을 가면서 중국에 간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단 비자가 없다는 것부터가 중국 본토와 다르다.

홍콩과 마카오, 북한 개방의 힌트가 될 수 있나?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되기 전에도, 홍콩은 그냥 홍콩일 뿐 영국의 식민지 혹은 영국 땅이라는 인식이 그리 크진 않았다.
중국 반환 뒤에도 대부분의 홍콩 사람들은 스스로를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영국의 식민지가 된 게 1841년이니 거의 150년이 넘는 시간을 중국 본토와는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왔으니 일견 당연해 보인다.

이처럼 중국 영토이지만 홍콩 특별 행정구가 뜻하는 ‘특별’은 정말 특별하다.
우리의 제주특별자치도와는 비교할 수 없다. 심지어 홍콩은 올림픽 대표 팀도 따로 존재한다.
길거리의 좌측통행과 2층 트램에서 영국의 영향이 물씬 풍기지만, 음식은 중국 특유의 향이 훅 밀려들어온다.
홍콩이 세계적인 무역항이자 관광지가 된 데에는 지리적인 위치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화적 뒤섞임이 준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홍콩과 마카오, 북한 개방의 힌트가 될 수 있나?

마카오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포르투갈의 마카오 입성은 영국의 홍콩보다 훨씬 빠른 1542년 명나라 때였으며, 중국 반환은 홍콩보다 2년 늦은 1999년 2월이었다.

홍콩, 마카오와 중국 본토의 가장 큰 차이는 본토의 사회주의 체제가 사실상 영구히 적용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거의 별도 국가로 취급되는 특별 자치구인 홍콩과 마카오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돈을 벌기 위해 사실상의 자치를 허용하는 것이다.

홍콩과 마카오, 북한 개방의 힌트가 될 수 있나?

모두가 알다시피 마카오는 카지노의 도시다.
이미 매출 규모에서 카지노 도시의 대명사인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를 멀찌감치 따돌린 지 오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잠깐만 생각해봐도 답은 보인다.

네바다 사막에 위치한 라스베이거스는 인구 인프라에서 북미를 다 합쳐도 마카오와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유럽과 미국은 모두 로컬마다 카지노가 있지만, 중국 본토와 홍콩 등은 카지노가 금지되어 있다.
관광 산업이 굴뚝 없는 공장이라고 하지만 카지노야 말로 그런 공장 중의 노른자 공장이 아닐까.

그렇다면 여전히 핵문제로 대치중인 북미지만, 경제제재가 풀리는 시점과 맞물려 홍콩과 마카오가 북한 개방에 힌트를 줄 수 있을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정치적인 논리로 중단되었음을 상기해보자.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된다.

그렇다면 북한 원산을 복합관광 도시로서 홍콩이나 마카오처럼 특별 행정구의 지위를 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 자체가 이른바 되돌릴 수 없는 양국의 평화협정 문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만화 같은 상상력을 잠시 빌려오면 미국 자본의 호텔과 중국 자본의 호텔, 그리고 제 3국의 자치단체장으로 이뤄진 원산특별행정도시가 탄생 할 수도 있다.

금강산도 포함한다면 푸른 동해 바다와 한반도 최고의 명산까지 아우르는 최적의 관광 조건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상황 하에선 군사적인 긴장관계가 재현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누가 뭐래도 현대는 자본주의의 시대, 막대한 자본들이 말을 하기 때문이다.

홍콩과 마카오, 북한 개방의 힌트가 될 수 있나?

물론 여러 가지 부작용도 예상되지만, 동북아 평화구축에 이보다 더한 시나리오도 찾기가 쉽지 않다.
아닌 밤중에 평양에 맥도날드가 생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홍콩에서 마카오를 향하는 페리 안에서, 강릉에서 원산으로 향하는 뱃길을 상상해 본다.
다소 황당하고 너무 아득한 얘기 같지만, 뭐 가능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양혁진 dwhh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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