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관광과 사라진 바다 이야기(上)

삼척 관광과 사라진 바다 이야기(上)

2019.05.23. 오전 10:1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삼척 관광과 사라진 바다 이야기(上)
AD
강원도 최남부에 위치한 삼척시는 비교적 관광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동해안에서도 손꼽히는 바닷가인 맹방해수욕장을 비롯해 남한 최대의 석회암 동굴인 천연기념물 제178호 환선굴, 관동팔경 중 제1로 꼽히는 보물 제213호 죽서루, 지난 2002년 세계동굴엑스포를 개최한 삼척세계동굴엑스포타운 등 자연·역사·문화 관광 자원을 두루 갖췄다.

하지만 삼척은 한동안 강원도 동해안 여행지 중에서도 속초, 강릉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사람이 덜 몰리는 여행지였다. 우선 수도권을 기준으로 거리가 먼 탓이 크다. 영동고속도로를 끝까지 타고 또 동해고속도로 남쪽 끝까지 한참을 가야 도착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족히 너댓 시간은 가야하는 거리 때문에 소위 ‘가는 사람만 가는’ 그런 여행지였다.

삼척 관광과 사라진 바다 이야기(上)

개인적으로 여행지 삼척을 좋아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년에 최소 두어 번은 갈 정도였다. 한적한 중소도시의 분위기와 삼척 특유의 거친 듯 고요하고, 고요한 듯 거친 바다가 매력적이기 때문. 매번 갈 때마다 시내는 물론 산촌과 바닷가 구석구석에서 찾게 되는 다양한 여행지는 삼척 관광의 남다른 점이다.

삼척의 매력을 잘 알 수 있는 영화가 있다. 지난 2005년에 개봉한 허진호 감독, 배용준·손예진 주연의 영화 ‘외출’이다. 좀 오래된 영화지만 모래사장에 가로등이 서있는 삼척해수욕장, 죽서루와 삼척의료원 인근 등 삼척시내 곳곳의 색다른 분위기가 물씬하다.

최근의 삼척의 분위기는 꽤 달라졌다. 우선 기존에 비해 관광객이 꽤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예전에는 휴가 절정기에도 맹방해수욕장 등 일부 바닷가를 제외하고 사람이 적은 편이었는데 요즘에는 확실히 관광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최근 열린 ‘2019 삼척장미축제’에는 3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하니 분명 다른 모습이다.

삼척 관광과 사라진 바다 이야기(上)

그러다보니 식도락 풍경도 달라졌다. 과거 삼척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곰치국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의 오래된 식당들이 각종 TV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탕수육, 꽈배기 맛집 등에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삼척을 수십 차례 다녀왔음에도 이런 식당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점포 앞에 몰린 사람들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달라진 삼척이 실감난다.

이런 삼척의 변화는 그동안 꾸준히 진행된 관광 콘텐츠 개발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삼척시는 체험형 관광 콘텐츠를 늘리는데 주력했다. 대금굴 모노레일을 시작으로 강릉~삼척 바다열차와 삼척해양레일바이크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7년 9월 개장한 장호항의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무서운 속도로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삼척 관광과 사라진 바다 이야기(上)

이런 체험형 관광 콘텐츠의 확산은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특히 몇 년 전부터 이들 콘텐츠들이 각종 TV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소개되면서부터다. 여기에 삼척해수욕장 인근에 들어선 대형리조트의 여파로 최근에는 주변에 삼척을 가봤다는 사람이 급속도로 늘었다.

그래서 이제는 볼거리 많은 조용한 중소도시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지만 많은 사람들과 삼척의 매력을 공유한다는 긍정적인 면도 동시에 느껴져 묘한 기분이다.

삼척 관광과 사라진 바다 이야기(上)

삼척에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한 점도 있다. 삼척에는 사라진 바다가 있다. 만약 그 바다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관광 호황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LNG(액화천연가스)생산기지가 들어선 호산해수욕장과 월천해변의 이야기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윤겸 gemi@hotmail.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