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비 내리는 빅버스에서 느낀 해방감

홍콩, 비 내리는 빅버스에서 느낀 해방감

2019.05.03. 오후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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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비 내리는 빅버스에서 느낀 해방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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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스토리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에릭시걸은 70년대 후반 속편 올리버 스토리를 발표했다.
아내를 잃은 남자주인공이 백화점 사업을 하는 여주인공을 만나 다시 연애하다가 헤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극중 마지막 무대가 홍콩이다.

이곳에서 둘은 여주인공의 노동착취 공장 운영을 두고 설전을 벌인다.
에릭시걸이 살아서 지금의 홍콩을 본다면 격세지감이 아닐까.
지금 속편 작업이 한창이라는 할리우드 영화 탑건에서도 항공모함 함장이 주인공에게 '실수를 하게 되면 홍콩행 화물기나 몰게 될 것'이라는 대사가 있다.

이 영화가 나온 게 80년대 중반이니 그때까지도 서양인들에게 이 도시의 이미지가 어떤 것이었는지 유추할만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0년이 넘는 시간이라면 세상도 뒤집히고 남을 시간이지만, 어쨌거나 홍콩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무역항이라는 포지션을 차지한 것은 오래전 일임을 알수 있다.

홍콩, 비 내리는 빅버스에서 느낀 해방감

단순 관광 차원에서 홍콩의 메리트는 시간상으로 큰 부담 없이 갈수 있는 경계선에 위치해 있으면서 한국과는 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
중국과 일본은 비행시간 2시간 안팎의 국내선 거리지만 한국과 느낌이 별반 다를 게 없다.
동남아 어지간한 곳은 모두 5~6시간이 넘는다.

홍콩은 3시간 언저리다. 서울에서 부산행 KTX보다 조금 더 걸린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150년간 영국의 식민지였던 이곳은 서양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문화까지 뒤섞인 모습을 보여준다.
문화의 뒤섞임은 항구도시의 특징이자 매력 아니겠는가.

홍콩, 비 내리는 빅버스에서 느낀 해방감

그렇게 다시 찾은 홍콩에선 여행 내내 비가 내렸다.
작년에 홍콩에 왔을 때는 도심을 무작정 걸었으니, 이번엔 도심 외곽이 궁금해서 빅버스 그린 라인에 올라탄다.
빅버스 타는 곳은 스타페리가 있는 피어7. 여긴 침사추이로 넘어가는 배도 탈수 있어 홍콩 여행을 오면 어쨌거나 한번은 들러야 할 곳이다.

참고로 마카오 등을 오가는 페리터미널 부두는 이곳과 다르다. 택시 기본 요금 정도 거리에 위치한 다른 곳이니 헷갈리지 말자.

빅버스는 뻥뚫린 2층에 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런데 비가 내린다. 얇은 비옷에 의지해서 비를 맞으며 2층으로 향했다.
대머리 서양인 한명 뿐이다. 어서오라고 손짓하는게 재미있다.

아마도 혼자서 비를 맞으며 2층에 앉아 있을려니 외로웠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리펄스 베이까지 빗줄기 사이로 함성을 지르며 앉아 있었다.
얼마만에 느낀 해방감인가.

갈아입을 옷도 없는 온몸은 축축히 젖어가지만 그런 것따위는 아무려면 어떠나 싶었다.
다시 20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양혁진 dwhh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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