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만끽하러 멀리멀리...당일치기 남도 기차여행

봄을 만끽하러 멀리멀리...당일치기 남도 기차여행

2019.04.11. 오후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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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만끽하러 멀리멀리...당일치기 남도 기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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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봄이 오기 직전인 3월, 4월 초는 따스한 햇살과 봄바람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기다. 이제는 따뜻해지겠지 싶다가도 아직까지는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찬바람에 봄날 햇살에 대한 조바심이 더해진다.

이런 시기에는 ‘남쪽으로 튀어’라는 영화 제목이 떠오른다. 수도권에 비해 보다 일찍 혹은 먼저 봄 햇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해안은 이른 꽃이 피기도 해 이 시기 많은 사람이 몰려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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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기차여행을 좋아한다. 특히 이 시기에는 차장 밖으로 온건한 햇살과 봄이 움트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다. 바쁜 일상과 스마트폰에 메여 그동안 지지부진하게 읽어 내려가던 책 한권을 펼치고 이따금씩 차창 밖을 내다보는 기차여행이야 말로 봄의 목전에서는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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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선택한 여행 경로는 경전선 기차여행. 용산에서 전라선을 타고 전남 순천에서 경전선을 타고 광주송정역으로 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경로다. 거리가 먼 탓에 교통비가 만만치 않고 이래저래 효율성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봄을 만끽하며 보다 멀리 떠나는 ‘일상탈출’로써는 이만한 여행도 없다 싶다.

KTX를 이용해 순천역에 도착, 경전선으로 환승하기로 했다. 경전선 전체 구역은 전남 목포에서 부산 부전역까지지만 이 코스는 하루 두 편 밖에 없는데다 수도권에서 간 경우 시간상 당일치기로는 이용 불가능이다. 순천을 기점으로 부전역으로 가는 상행선과 광주송정으로 향하는 하행선 중 택1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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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진주, 창원 등 도시를 거치는 상행선 대신 좀 더 한가한 풍경이 펼쳐지는 하행선을 타기로 맘먹었다. 그런데 기차 운행 간격이 두 시간 정도라 시간이 좀 남는다. 그래서 환승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순천시내 여행을 감행(?)했다. 대상지는 순천드라마촬영장. 순천역에서 거리가 제법 있는 편이지만 버스로 한 번에 갈 수 있어 편리하다. 두 시간을 빠듯하게 활용하기에는 적합하다.

순천드라마촬영장은 우리나라 근현대 사극의 대부분이 촬영되는 곳이다. 여러 번 와봤지만 담벼락에 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즈음에는 새로운 느낌이다. 주말에는 교복을 입은 여행객들로 흥성한 분위기지만 평일에는 왠지 고즈넉한 분위기다. 혹시나 드라마를 촬영하는 곳이 있으면 구경이가 갈까했지만 애석하게도 촬영팀은 없었다.

봄을 만끽하러 멀리멀리...당일치기 남도 기차여행

허겁지겁 순천역으로 돌아와 광주송정행 기차를 타니 얼마 후 다음역 안내방송이 뜨는데 벌교역이란다. 아뿔싸, 벌교는 너무나 좋아하는 여행지다. 1분여의 시간에 내릴까말까 고민을 여러 번하다 자신도 모르게 벌교역 플랫폼에 내딛는 자신을 발견했다.

벌교는 일제강점기 당시는 번성한 곳이었지만 지금 그냥 조그만 시골읍내다. 하지만 한때 전성기를 보낸 지역답게 곳곳에 볼거리가 숨겨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약 두 시간이라는 경전선 배차간격에 맞춰 둘러보기 적당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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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에는 곧바로 벌교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시골 아낙들의 왁자지껄한 소리와 풍경이 익히 그려왔던 시골 장터 그 모습 그대로다. 벌교시장에서는 유난히 참다래가 눈에 띈다. 보성군이 참다래 전국 생산량의 20%를 차지한다는 것이 실감날 정도로 많다. 원래는 10월 말~11월이 제철이지만 냉장기술의 발달로 봄이 다된 시기에도 물량이 많아 보인다. 가격도 대체로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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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에는 예전 일제 시기 건물과 특히 소설 태백산맥의 주요공간이 남아있다. 벌교역 인근에서 대략 300미터,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태백산맥문학거리는 이런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일제식 가옥을 깔끔하게 단장한 이곳에는 예스런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소설 ‘태뱃산맥’에 등장하는 보성여관은 추천코스다. 이곳에서 정감 가는 거리풍경을 보며 차 한잔 하고 있으니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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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시간에 맞춰 다시 광주송정행 경전선에 올랐다. 서쪽을 향해 내려가는 햇살이 비추는 푸릇함이 돋아나기 시작한 들녘은 제법 낭만적이다. 이따금씩 메마른 갈대가 펼쳐 지나가는 풍경도 색다르다. 이런 풍경이 지나는 차창으로 나른한 햇살이 내리쬐니 여행으로 인한 노곤함이 몰려온다. 창문에 턱을 괘며 꾸벅꾸벅 졸다보니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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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둠이 내리깔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금은 조급한 마음으로 송정떡갈비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낮은 건물 사이로 깔끔히 단장된 거리와 그곳에 늘어선 떡갈비 식당들. 몇 년에 한 번씩 올 때마다 떡갈비 가격은 조금씩 올랐지만 맛은 늘 한결같다. 송정역에 오면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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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은 음식을 소화할 겸 인근의 ‘1913 송정역시장’을 찾았다. 이곳은 사라져가는 전통시장에 젊은 상인들이 들어오면서 활기를 찾은 곳이다. 옛 상점과 깔끔하게 단장된 새 상점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도 제법 멋지다. 밤에 찾아오니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시장에서 역은 매우 가깝다. 마음의 부담 없이 광주송정역으로 돌아가 서울행 KTX에 올라탔다. 먼 거리를 이동하다보니 생긴 피로감은 밤기차 안에서의 단잠으로 채울 수 있었다. 당일치기치고는 제법 멀었던 기차여행. 노곤함만큼이나 제법 알찬 편이다.

김윤겸 gemi@hotm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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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먼 거리를 이동하다보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른 아침 기차를 이용해 출발하고 기차, 버스 등의 배차간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시간확인과 배분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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