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그 시절 우리는 무엇을 사랑했는가

군산, 그 시절 우리는 무엇을 사랑했는가

2019.04.04. 오후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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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그 시절 우리는 무엇을 사랑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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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셀프 '아재 인증'이 되겠지만, 군산을 떠올렸을때 생각나는 거라곤 '역전의 명수'군산상고 뿐이다.
'팔색조' 조계현은 80년대 초반 선린상고 박노준, 김건우의 뒤를 이어 프로야구 출범전에 가장 빛나던 고교야구 스타였다.

한국 GM마저 문을 닫아서 일까, 군산의 느낌은 화려했던 시절이 흘러간 옛 도시의 느낌마저 든다.
어쩌면 그 쇠락한 분위기가 여행객들의 인상을 강하게 사로잡는 건 아닌지.

군산, 그 시절 우리는 무엇을 사랑했는가

동행한 후배는 군산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중국집, 빵집 등 맛집이 고루 분포한 데다가 경암동 철길마을과 영화 촬영지로서 명성이 높다는 것.

중국집이야 그렇다치고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빵집이 군산에 있다는 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한두개 맛보는 정도가 아니라 줄 선 사람들이 바리바리 싸가지고 갈 정도니, 어쩌면 군산의 가장 유명한 명물은 이곳인지도 모르겠다.
빵가게 이름도 고색창연한 이성당, 당으로 상호명이 끝나는 빵집은 이름자체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마치 예전 어머니 세대의 이름이 '자'나 '순'으로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군산, 그 시절 우리는 무엇을 사랑했는가

철길마을은 너무 리얼하다고 할까, 인위적인 추억팔이를 강요하는 여느 곳보단 훨씬 정감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도 평일 사람들이 별로 없을때 느낄 만한 감정, 숱한 사람들로 북적거리면 영화 세트장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하다.

군산, 그 시절 우리는 무엇을 사랑했는가

그리고 이어지는 '팔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인 초원사진관.
극중 주차단속원 여주인공이 타던 차까지 전시되어 있다.
영화가 시간을 멈추는 예술이라면, 이 곳 군산에서 이 영화를 찍은 건 기묘한 인연이 아닐까.

지금부터 시간이 더 흘러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졌어도, 이곳의 두 주인공은 여전히 멈춰진 이미지로 남을 것이다.

서로의 삶에 개입하는 바 없는 찰나의 순간들을 포착한 스토리텔링 방식이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겐 어떠할지 궁금해진다.

말하지 못한 어떤 것들, 기억에 남겨지는 끈질긴 이미지마저 그 시대가 남겨놓은 풍경화가 아닐지.

그리움으로 과장된 왜곡이 기억의 저장방식이라고 하지만, 그 외장하드 마저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며,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리라.
그래서 지금 세대에게 어쩌면 위의 질문은 하나마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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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한가지 더.

군산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물의 도시다.
비릿한 바닷물이 그립다면 신선이 노닌다는 선유도로, 정갈한 도시형 테마공원이 좋다면 은파 호수공원을 찾게 될 것이다.

양혁진 dwhh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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